'신라의 달을 품은 경주'를 꿈꾸며
'신라의 달을 품은 경주'를 꿈꾸며
  • 경주포커스
  • 승인 2012.02.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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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협 경주방랑 ⑦ 경주의 밤, 신라의 달밤

▲ 작년 12월부터 2월까지 첨성대 주변을 밝힌 조명. 경주시는 3천만원의 예산을 들였다. 보름을 전후해 5일정도는 조명을 꺼버리는 것은 어떨까?

신라인들의 달사랑을 본다.
月城, 月池, 月精橋, 新月城, 滿月城 ···.

달을 사랑하여 더욱 여유와 풍류가 있었다. 현대에 와서도 ‘신라의 달밤’노래가 있다.
신라인들이 부르던 신라의 밤노래는 어떠했을까.
어떤 추임새 어떤 몸짓으로 달과 어울렸을까.

<도솔가>, <제망매가>로 이름이 높은 신라 경덕왕 때의 월명스님이 사천왕사 앞 길을 걷다 적당한 곳에 걸터앉아 젓대를 부노라면 하늘에 가던 달이 멈춰 그 피리소리를 감상했다고할 정도니, 신라인들의 여유와 달사랑이 이정도다.

요즘 경주도 야경이 제법 볼만하다. 보문관광단지, 동궁과 월지, 첨성대 주변 등등.
그런 가운데 ‘무식’함의 한 곳으로 ‘서출지(書出池)’ 조명을 지적당하곤 한다.

신라 소지왕의 차에서 까마귀와 쥐가 나타나 임금께 편지를 전해주어 왕을 구하여 ‘서출지’라 이름했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나라에서는 까마귀와 뭇 짐승들을 위해 오곡밥을 하여 담위에 놓고 베푸니 이름하여 오기일(烏忌日)이라, 이는 사람과 동물과 천지가 어울려 살아감을 뜻한다고도 하겠다.

문무대왕릉에서 오른 태양이 토함산을 오르면 맨 먼저 빛을 비추는 동남산 서출지.
그 소담한 곳. ‘이요당’정자와 연꽃과 갈대와 백일홍과 소나무, 향나무가 어우러져 산과 연못과 역사가 어우러진 곳. 달밤이면 연대를 용케 피해 담을 담는 곳.
이 곳에 어느날 땅을 파고 전선을 묻고 쇠파이프를 세워 나무와 연못과 정자에 조명을 비추었다. 곧 달은 떠나고 말았다.

 
시인. 문화유산 해설가. 또 최근 첨성대를 끼로 동궁, 월지로 가는 길 가 가로수에 눈조명을 칭칭 메어 밤이면 별도 달빛도 근접못하게 번쩍거리게 했다.
관광객의 시선을 끄는 정도야 되겠지만 경주의 품격과 천년의 달빛과 별빛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아 뵌다.

제안 드리건데, 기왕의 시설이 좋다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터이니, 한 달 중 보름을 전후로 닷새나 사흘만이라도 첨성대와 월성, 서출지 주변 조명은 모두 꺼서, 신라의 달과 함께 고요하고도 평화롭게 경주를 거니는 관광객들의 조심스럽고 경건한 시간을 배려해 드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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