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고교평준화] ③ 압도적 찬성 속 실현가능성엔 의구심
[집중취재-고교평준화] ③ 압도적 찬성 속 실현가능성엔 의구심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8.11.0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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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평준화 예비타당성조사 연구 보고서 살펴보니 ③

경주시가 지난해 발주한 고교평준화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결과 보고서가 경주시로 제출됐습니다. 경주포커스는 11월1일부터 3회에 걸쳐 보고서 내용을 집중 보도합니다./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고교평준화 찬성여론 압도적으로 높아
②경주학부모 사교육비 경북최다, 월평균 50만~100만원
③초점집단면접결과 평준화 압도적 찬성 속 실현가능성엔 의구심.

경주시의뢰로 고교평준화 예비타당성 조사연구를 수행한 한국지방교육연구소는 교육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초점집단면담(Focus Group Interview)을 진행했다.
지난 1월과 2월 2차에 걸쳐 진행한 초점집단면담 대상자는 1차로 중고등학교 학부모, 대학교수, 교육계 원로, 초등학교 교장, 고교 교장등 6명, 2차로 고교교사, 중고등학교 교장, 고교 동창회 임원 등 9명을 대상으로 했다.

면담결과, 평준화 도입찬성 근거로 꼽은 대표적 이유는 비평준화가 대학입학전형제도 등 시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비평준화가 대학입시에 불리하다는 것을 매우 중요한 이유로 꼽은 것이다. 
자유학기제, 성적중심의 학력관 변화추세등 바람직한 교육실현을 이유로 꼽기도 했지만, 대학입시를 고려해서라도 평준화가 필요하다는 면담결과는 학벌위주의 우리나라 현실에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나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사들의 당연한 인식으로 볼수도 있다. 

평준화 도입의 근거로 대학 입시를 염두에 둔 의견은 다양했다.
초‧중학교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학습을 할수 있고, 모든 과목에 올인해 진을 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평준화 지역은 아이들이 필요한 공부, 고등학교에서 원하는 공부,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텐데, (비평준화지역 이어서)음악, 미술, 체육까지도 내신 때문에 모두 공부를 해야 한다”는 고교 교사의 발언도 있었다. 

교사 집단에서는 “수시 비율이 높아지고 내신등급제가 없는 상태에서 비평준화는 대입에 불리하다”는 의견과 "대체로 평준화 도입이 시대적 추세"라며, 경주시의 지원확대를 요구하는 발언도 있었다.

한 교사는 “중학교에서 고입시험과 내신을 위해 전과목을 모두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상황은 불필요한 학습을 늘이고 진정한 실력이 되지 않을 수 있으며, 고등학교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한것으로 보고서는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평준화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고입정원의 절반인 특성화고 정원이 감축되어야 정상적인 일반고 전형이 가능하다”고 이 고교 교사는 말했다. 

대구, 포항시처럼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거나 진학성과가 좋게 나타나는 등 신흥 명문학교가 생겨날 수 있다는 기대를 평준화 도입의 근거로 제시하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현재의 명문고가 외부학생을 유입시키는 효과가 극히 미미하며, 졸업후에도 경주시의 인력이 되지 못한다거나 비평준화 상태에서는 학생자원에 따른 교육의 효과로 인해 학교의 책임이 작지만, 성적이 다양한 학생이 섞일 경우 교육결과에 대한 학교의 책임이 커지고, 따라서 학교별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또다른 이유도 눈여겨 볼만하다.
“학교는 즐거워야 하고 사회를 경험할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학부모)거나 “왜 그 나이 또래의 학생이 (선호도가 높은) 특정학교의 교복을 입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상처를 받는가?”(고교교장)라는 발언이 그것이다.  고등학교 입학시기에 어린 학생들에게 낙인을 찍는 것보다 기회를 더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함께 교복을 입어야 하는 현실에서 비평준화지역에서 선호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의 상처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 "사교육비 부담 크다"
교사 "대입 수시비율 확대, 비평준화 불리"
동문 지역사회 인사들도 평준화 긍정인식

학부모들 의견중에서는  “초등학교때부터 고교 입시 부담이 크고 중학교때 고교 입시를 위한 사교육비 지출이 크다”며 평준화 도입을 요구하는 발언도 있었다. 

평준화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타지역 평준화 사례등을 적극 소개해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완화해야 하며, 경주시와 교육지원청의 유기적인 협조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사진은 경주지역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운동을 하는 모습.
평준화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타지역 평준화 사례등을 적극 소개해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완화해야 하며, 경주시와 교육지원청의 유기적인 협조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사진은 경주지역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운동을 하는 모습.

그러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상위권 학생학부모들의 반대의견이 평준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상위권 학부모는 비평준화를 원하고, 중하위권은 평준화를 원하죠. 그 수를 보면 상위권이 중하위권보다 적을텐데, 영항력은 상위권이 크겠죠? 그래서 계속 애매모호하게 안풀어 지는 것 같아요”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특정고의 반대 때문에 평준화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일부 동문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한 고교 동문은 “평준화가 되면 학급수가 줄어드는 만큼 교사도 줄어들기 때문에 시민들의 평준화 의견에도 불구하고 특정학교 쪽에서는 계속 반대 할겁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동문들과 지역사회도 고교평준화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바람직한 교육과 명문대 진학 실적면에서 평준화가 나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고등학교 입학시기에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고교에서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농촌지역 학교의 폐교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한 지역사회 인사는 “경주발전을 위해 평준화가 되어야 하지만, 시골 농촌학교는 존폐위기에 있는데, 평준화가 되면 읍면지역 학교는 앞으로 없어질 것이고, 시골지역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평준화 반대근거 학력 하향평준화 우려 많아

그렇다면 초점집단면점에서 평준화를 반대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보고서에 따르면 학력 하향 평준화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또한 평준화를 한다고 해서 인구감소를 막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한수원이나 외지인들이 비평준화 때문에 경주전입을 망설인다고 볼수도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한 학생수 감소등으로 자연스럽게 평준화가 진행되고 있다거나,전통의 지역명문고를 잃게 될 가능성도 걱정하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평준화가 되면 더 많은 우수인력들이 외부로 유출된다”(지역사회 인사)거나 “사립학교의 경우 평준화 됐을 때 도약의 기회로 삼을지 못할 것" (대학교수)이라며 사립학교에 대한 불신을 평준화를 반대하는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고교비평준화는 초등학교때부터 불필요한 사교육을 받게되는 원인으로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사진은 경주지역 한 입시학원이 초등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선발시험을 안내하는 홍보물을 부착하는 모습.
고교비평준화는 초등학교때부터 불필요한 사교육을 받게되는 원인으로 지적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사진은 경주지역 한 입시학원이 초등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선발시험을 안내하는 홍보물을 부착하는 모습.

연구소측은 초점집단면접 결과 “압도적 찬성 의견이 많은 가운데 반대 또는 유보의견은 20% 정도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평준화에 대한 공감대는 전반적으로 형성되고 있지만,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대학진학성과 제고와 바람직한 교육을 위해 평준화가 바람직하지만, 전통적인 명문학교 동문회와 해당학교의 반대로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연구소측은 평준화 추진과정에서 △과거 지식중심 교육에서 창의 융합형 인재가 필요로 하는 시대로 변화해 가는 등 진정한 학력에 대한 공감대 확산 △경주와 비슷한 규모와 환경적 특성을 가진 타 도시의 평준화 사례, 평준화 후 성과등을 소개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감을 완화 하고, △변화하는 미래교육방향과 입시제도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적극 안내하며, △평준화 도입시 학교에 대한 재정적 지원 확대, △시 교육청과 협조 및 의견조율등을  '유의사항'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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