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특위 의견수렴 간담회] 결국, 문제는 돈?
[원전특위 의견수렴 간담회] 결국, 문제는 돈?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8.11.22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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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와 시의회,시민단체, 동경주와 도심권 주민들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수많은 원전 이슈중에서 무엇으로, 어떻게 한목소리를 낼 것인가 하는 점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

정부 원전정책에 대응해 지역차원에서 논의의 물꼬를 튼 것,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 그러나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한 것이 그나마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풀어야 할 과제는 많았다.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조밀건식저장시설) 추가 건설에 대한 입장, 탈원전정책에 대한 대응, 월성 1호기 폐쇄에 따른 지역주민들의 보상대책, 동경주와 도심 사이에 원전발전에 따른 각종 경제적 보상의 배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에 따른 보상요구(보관세)는 합당한가? 도심과 동경주, 동경주내 양북․감포와 양남면은 배분비율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등.

주장은 많았고,합의안 도출까지는 험로가 예상됐다. 
'정부를 상대로 경주시 차원의 단일한 목소리'를 강조했으나, 가장 어려운 숙제는 '돈'의 성격, 배분을 둘러싼 논란이 될 것으로 보였다.

경주시의회 국책사업 및 원전특별위원회(이하 원전특위.위원장 이동협)가 사용후핵연료 재공론화 추진 및 정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시의회 차원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1일 동경주발전협의회 및 시민단체와의 잇따른 간담회에서 나타난 결과다.

[동경주발전협의회 간담회]

양북면사무소에서 진행된 간담회에 참석한 감포,양북,양남면 발전협의회 관계자들이 발언을 듣고 있다.
양북면사무소에서 진행된 간담회에 참석한 감포,양북,양남면 발전협의회 관계자들이 발언을 듣고 있다.

21일 오전10시부터 양북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열린 원전특위와 간담회에는 감포·양남·양북면 발전협의회 회장들과 사무국장 등 10명이 참가했다.

“월성1호기 폐쇄에 따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신수철 감포읍 발전협의회장)
“탈원전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월성원전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2016년까지 경주 바깥으로 내보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부분만 정부를 상대로 집중 공격해야 한다”
(백민석 양남면 발전협의회장)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격하게 거론된 것은 원자력발전에 따른 각종 지원금 사용에 대한 불만.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발주법)에 따라 사업자가 기본지원사업비, 사업자지원사업비, 지역자원시설세 등을 발전량에 따라 납부하는 각종 지원금의 사용에 대한 불만이 집중 제기됐다.

지원금은 원칙적으로 원전주변 반지름 5㎞이내의 주변지역에 사용하고, '지원사업의 효율적인 시행이나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 등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주변지역이 속한 지방자치단체의 주변지역외의 지역에 대하여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동경주 3개읍면 지역 발전협의회 관계자들은 그동안 각종 지원금이 주변지역에 집중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면서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각종 지원금 사용문제가 제대로 해결돼야 ‘경주지역차원’에서 한목소리를 낼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동 양북면발전협의회장은 “지역자원시설세의 동경주사용비율은 6~7%에 부족하고, 사업자지원비는 5:5가 아닌 도심 6 동경주 4의 비율, 방폐물 반입수수료는 도심 75%에 사용하는 반면, 동경주는 1%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용후핵연료 보관료를 소급해서라도 받아야 하며, 이런문제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모든 월성원전은 가동을 중단하고 감포항부터 양남면 주상절리까지 관광벨트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수철 감포읍발전협의회장은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 로드맵은 박근혜 대통령때 만든 것을 고수하는 방향으로, 즉 재공론화는 반대해야 하며, 탈원전은 절대 한목소리를 낼수 없으므로 피해에 따른 대책을 강조해야 한다”고 고 말했다.

감포, 양북면 발전협의회 관계자들이 월성1호기 폐쇄에 따른 대책, 지원금 사용문제를 강조한 반면 양남면 발전협 관계자들은 사용후핵연료역외반출 약속불이행 문제를 강조해 동경주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지역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오후3시부터 경주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경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에는 청년연합회, 경주지역발전협의회, 경주YMCA, 경주환경운동연합, 고준위핵폐기물공동대책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지역사회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점은 동경주지역 발전협의회 관계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정부가 건설하지 못해, 월성원전에 보관중인 사용후핵연료를 경주밖으로 반출하지 못한점이나, 월성원전내에 조밀건식저장시설(맥스터) 신축을 문제삼아 경주시가 주도권을 확보하고 정부를 상대해야 한다는 점은 강조했지만, 이를 통해 정부를 상대로 무엇을 요구하자는 것인지는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사용후핵연료를) 2016년까지 경주밖으로 반출한다고 한 정부의 약속을 짚어야 한다. 경주시민에 대한 대통령사과를 요구하자”
고준위핵폐기물공동대책위 이채근 사무총장은 ‘대통령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사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방폐물반입 중단도 불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 사과 혹은 방폐장운영중단을 통해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라는 기자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공대위 또 다른 관계자는 “2005년 방폐장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들어선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은 모두 불법”이라면서 “보관세를 소급해서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18조는 ‘원자력안전법 제2조제5호에 따른 사용후핵연료의 관련 시설은 유치지역에 건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있다.
한수원이 지난 2010년  월성원전내에 7만5600다발 분량의 조밀건식저장시설을 건축한 것은 불법이며, 이를 문제삼아 정부에 사용후핵연료보관에 따른 지원금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주시와 기장군등 원전소재 5개 지자체 행정협의회는 2015년 1월27일 영광군청에서 열린 제17차 회의에서 사용후핵연료의 보관 수수료(보관세) 신설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었다.

이 발언의 배경에는 한수원이 2016년부터 추진하고있는 16만8000다발 보관분량의 조밀건식저장시설(맥스터)을 지렛대 삼아 정부를 상대로 경주시가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동협 시의회원전특위 위원장이 양북면사무소에서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동협 시의회원전특위 위원장이 양북면사무소에서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월성원전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저장율은 지난 9월말현재 89%다.
2020년이면 포화에 이르게되는데, 맥스터를 추가건설하지 못하면 월성 2,3,4호기 가동도 위협을 받기 때문에 경주시가 주도권을 쥘수 있다는 것이 상당수 시민사회단체의 시각이다. 

이 문제는 “맥스터 신축을 반대할 경우 정부에 대해 월성 1호기에 이어 2,3,4호기의 조기폐로 빌미를 줄수 있다”는 시민사회 일각의 전망과도 연결된다.

맥스터가 사업자나 정부에 매우 중요한 문제일 것이라는 데에는  인식을 같이 하지만, 경주의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경주시청등에서는 “맥스터 신축을 찬성해서 정부에 대해 월성 2,3,4호기 조기폐로 빌미를 주지 않고, 2,3,4호기 가동에 따른 실익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급한 것은 정부나 원전 사업자 이므로 반대를 명분으로 경주의 이익을 극대화 해야 한다“는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시각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맥스터 추가건설에 대한 대응방안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경주환경운동연합처럼 맥스터 건설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므로 단연코 반대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간담회에서 고준위핵폐기물공대위 관계자들은 "맥스터 신축건으로 경주시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면서도 그 이후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대응방안을 마련해 놓고도 공개하지 않는 것인지, 실제 단일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는지는 미지수다.

공대위 이원희 정책국장은 '관련시설' '관계시설'에 대한 공론화 필요성을 집중 거론했다.
2010년 월성원전에 맥스터를 신축할 당시 주민들과 시민단체에서 해당시설이 방폐장특별법 제18조 관련시설에 해당한다며 반대한 반면, 한수원과 산업자원부는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제9조의 관계시설이므로 건설금지에 대상이 아니라며 강행했고, 현재 추진하는 맥스터 신축을 두고도 이 논란이 재연될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국장은 ”맥스터는 관련시설이기 때문에 관계시설과 관련시설을 주제로 시의회가 토론회나 세미나등 적극적인 공론화를 시도해 달라“고 요구했다.
맥스터가 관계시설이 아닌 관련시설이라는 근거가 있으므로 이를 통해 정부의 논리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 요구에 대해서는 시의회 원전특위 위원들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여서 토론회등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미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차장은 ”맥스터는 방폐장특별법에서 경주에 건설을 금지한 '관련시설'이므로 추가건설은 안된다“면서 ”이미 신축한 맥스터에 대해서는 징벌적 과세를 부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진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안전에 중점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입버릇 처럼 말하는, '사용후 핵연료를 2016년까지 경주 밖으로  반출하겠다는 정부의 약속 미이행 주장'은 무엇일까?
제253차 원자력위원회 결정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4년 제253차 원자력위원회에서 중.저준위방폐장과 사용후핵연료처분시설 부지를 분리하고, 사용후핵연료처분시설은 공론화를 통해 2016년까지 결정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

경주지역 시민사회단체, 시의원들은 항상  ”정부나 한수원 관계자들이 2005년 방폐장 입지결정을 위한 주민투표를 앞두고 ‘경주에 보관중인 사용후핵연료는 2016년까지 경주밖으로 반출한다’고 약속했고, 경주시민들은 이 약속을 믿고 방폐장을 유치했다“고 강조한다.
제253차 원자력위원회 결정이 정부 약속이라는 주장이다.

고준위핵폐기물공대위 이채근 사무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2016년까지 경주바깥으로 반출한다고 정부가 약속했던 2004년 당시의 국무총리는 이해찬 현더불어민주당 대표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했으므로 문재인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2016년까지 사용후핵연료처분시설을 결정하겠다는 2004년 원자력위원회의 결정이 과연 경주가 방폐장을 유치하는 결정적인 요인이었을까? 당시 정부의 약속인가?
당시 원자력위원회의 결정이 정부의 약속이었다면,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사용후핵연료공론회 위원회를 무기한 연기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그때 경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어디에 있었을까?
박근혜 전대통령때 발표한 2035년까지 중간처분장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로드맵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맥스터 신축여부를 두고 경주는 신축을 전제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금을 요구해야 하는가?
방폐장 유치때처럼, 지역발전을 위한 특별한 보상책을 달라고 해야 하는가?
안전을 담보로 경제적 보상을 거론하는 것은 과연 타당한가?
맥스터 추가건설 반대는 물론 월성 2,3,4호기 등 수명이 다하는 원전의 운전중단을 통해 궁극적으로 원전없는 경주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탈핵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에너지정책 변화, 월성1호기 폐로,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 재검토, 맥스터 추가건설 등 원전현안이 경주사회에 던지는 물음은 다양하고 무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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