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안보는 20대와 뉴미디어가 희망
조중동 안보는 20대와 뉴미디어가 희망
  • 경주포커스
  • 승인 2012.03.01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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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한국방송 사장 강연후기

정연주 전 사장 강연을 보고....
                                              윤정임  시민기자

▲ 강연하는 정연주 전KBS사장. 어릴적 정연주를 축억하며 얼굴표정도 동심으로 돌아간듯 했다.<경주포커스>

꼭 그것처럼 살았다

“안녕하십니까?”
밝고 우렁찬 목소리에 돌아보니 정연주 전 KBS사장이 손을 흔들며 강연장 입구에서부터 걸어온다.
조용하던 강연장이 순식간에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언론형편이 정의롭지 않고서는 우리의 삶이 평화롭기 어렵다.
그래서 정연주 사장이 겪은 어려움은 우리 모두의 어려움과 같았다.’는 노무현재단 대구경북위원회 위원장 서일웅 목사의 인사로 강연은 출발했다.

강단에 오른 정연주 사장의 첫 마디는 “고향에 오니 좋습니다!”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로 내려온 날의 첫 마디 역시 ‘아, 좋다!’였다.
정연주 사장과 노무현 대통령의 ‘좋다!’에는 고향에 온 포근한 기분과 함께, 같은 마음으로 귀 기울이는 사람들에 대한 반가움도 녹아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을 화두로 인사를 나눈 그는 어릴 때 추억 소개하며 자신의 삶을 짧게 비추었다.
그 중 하나는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직후의 일로, 먼 길을 걸어 학교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선생님이 당부한 일이 생각나 다시 그 길을 돌아 집으로 갔다가 등교했다는 이야기이다.

초등학교 1학년에게 선생님이 당부한 일은 ‘학교를 오기 위해 집을 나설 때 부모님께 꼭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단다.
어린 나이에도 선생님의 가르침을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 먼 길을 다시 돌아가 대문에서 ‘어머니,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인사하고 왔다는 것이다. 그 일화를 전해들은 정연주 사장의 아내가 ‘당신 살아 온 것도 꼭 그것처럼 살았다.’고 했다니 그의 끈기와 곧음, 고집 같은 것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언론의 기능과 권력

본론으로 들어간 정연주 사장은 언론의 기능에 대해 이야기했다.
언론의 핵심적 기능은 일어나는 일을 사실 그대로 전하는 ‘사실보도’이다.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기능이 제대로 되지 못한다면 언론은 1차적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는 70년대 박정희 정권이 유신헌법을 만들고 독재를 공고히 할 무렵 동아일보사의 기자였다. 동아일보의 편집국장 자리 옆에 중앙정보부 직원의 책상이 함께 있었던 그 당시를 회고하며, 자기 검열을 하는 언론인은 영혼이 죽은 것이라고 일갈했다.

유신반대 집회를 취재할 당시 서울대학교 농성장 앞에 붙은 ‘개와 기자는 접근금지’라는 푯말을 보고 자신이 기자인 것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고 고백하며, 기자인 것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던 젊은 기자들이 모여 싸움을 시작한 것이 ‘동아특위’라고 회고했다.
사실보도를 위해 싸우던 기자들로 인해 박정희 정권은 최대위기를 느꼈다고 하니 그 탄압 또한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당시 동아일보의 광고가 끊기자 국민들이 모은 성금으로 채운 광고란이 민주주의 꽃이 되어 찬란한 글들로 뒤덮였다고 한다.
그렇게 잃어버린 언론 자유를 한 뼘 한 뼘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정연주 사장의 얼굴에서도 꽃이 피는 듯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MBC와 KBS노조의 파업 역시 그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한 때는 사실보도의 기능만으로도 마봉춘(MBC), 고봉순(KBS)등의 애칭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던 방송들이 정권의 비서 노릇을 한다는 비아냥을 사고 mb씨(MBC),김비서(KBS)로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지금은 방송사 파업 국면은 취재현장에서 모멸감을 느낀 젊은 기자들의 부끄러움과 가슴 아픔으로 시작한 싸움이기에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고 했다.

후배 기자들에게 그가 전한 메시지는 ‘싸워서 쟁취한 자유야 말로 진짜 자유다. 쫄지 말고 싸워라.’이다.

정연주 사장이 꼽은 언론의 중요한 기능 중 또 한 가지는 권력에 대한 감시 비판 기능이다.
정치권력, 자본권력, 언론권력, 사학권력, 대형교회권력 등 다양한 권력 중에서 현재 가장 심화되어 권력화 된 것이 언론권력이라고 진단하며, 힘 센 사람만 더 힘이 세지는 원인 중 하나가 언론이 사회적 약자 (국민)를 대신하여 강자를 감시, 비판하는 기능을 포기하고 한 쪽 편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조중동 뿐만 아니라 경제지들까지 합심하여 우리나라 제도권 언론의 90%가 한 쪽으로 쏠려 있다는 거다. 권력은 감시하지 않으면 절대 부패한다. 권력을 감시해야할 언론이 그 기능을 하지 못하면 사회는 망가질 것이다.

“언론은 다양한 견해가 담기고 소통이 되는 공론의 장, 갈등을 해소하는 용광로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언론이 ‘사실보도’와 ‘권력감시’의 핵심 적인 두 가지 기능을 잘 수행한다면 우리 사회를 위한 선한 존재가 될 것이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이건 날조입니다" 1월17일자 조선일보 1면톱으로 보도된 "김정남. 천안함 북한 필요에 의해 이러진것" 이라는 제목의 신문을 내 보이며, "연평도 포격사건을 가리키는 일본 언론인과 김정남 사이에 오간 메일을 천안함으로 둔갑시긴 조선일보의 보도는 왜곡을 넘어 날조 수준"이라고 말했다. 언론이 제기능을 못하면 사회적 독약이 되는 사례라는 것이다. <사진 이상형 시민기자>
사실보도 왜곡의 예와 수법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던 그가 밝힌 언론왜곡의 현실은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왔다.
2012년 1월 17일자 조선일보 톱기사의 제목은 ‘김정남, 천안함 북한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일본 언론인이 김정남과 메일을 주고 받은 내용이라고 밝힌 이 기사는 일본 언론인이 그 내용을 부정하여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들어 났다. 연평도가 천안함으로 둔갑한 것이다.

이것은 왜곡이 아닌 날조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언론사가 문을 닫아야 할 사건이라고 분노하며 사실보도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언론이 아니라 시민들의 눈을 어둡게 하는 사회적인 독약이 된다고 하였다.

언론사들의 왜곡 수법 중에는 ‘중요한 기사를 보도하지 않기’, ‘연성화 된 뉴스만을 보도하기’등도 있다.
국민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뉴스를 보도하지 않고 메인 뉴스를 ‘날씨’로 다루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날씨 뉴스를 톱으로 잡고 뉴스를 덮다 보면 정치적, 사회적,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이 밀려나서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천연기념물이 나타났다는 등의 보들보들한 뉴스를 메인으로 다루고 중요한 뉴스를 단신으로 처리하거나 빠뜨리는 수법도 쓴다고 한다니 언론이 사회를 감시하는 것보다 국민이 두 눈 똑바로 뜨고 언론을 감시하는 시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의 덕목은 다양성

얼마 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 된 배임죄와 승소 판결을 받은 해임무효소송에 대해 말문을 연 정연주 사장은 3년 반의 길었던 재판과정을 이야기하며 검찰의 피의 사실 유포와 언론의 받아쓰기로 사회적인 중죄인이 되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한 쪽 편을 드는 90%의 언론에 의해 피해를 입은 한명숙전총리, 노무현대통령, PD수첩, 미네르바 등도 자신과 같은 피해자라고 말했다. 언론이 사설이나 칼럼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는 있으나 스트레이트 기사에서는 왜곡하거나 무시하지 말고 사실 그대로 전해야 함에도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언론이 비슷한 세력으로 균형을 이루어야 사회의 다양성을 무너뜨리지 않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가치와 덕목 중 진짜 필요한 것은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다른 생각을 가진 자를 적으로 간주하고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말한다.

프로그램 밖에서 헌법에 보장하는 정치적 발언을 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에서 사회를 보고 공연한 것이 문제가 되어 방송에서 밀려 난 김제동이나 윤도현 등의 예를 들며 사회적 다양성을 키우고 간직하려면 언론이 다양한 생각들을 품고 소통을 시켜야 하는데 수구기득권과 똑같은 가치를 가지고 한 쪽만 바라보는 언론은 외눈박이 언론이라는 것이다.

또 이명박 정권 시대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G20 포스터 쥐 그림 사건’을 들었다.
“헌법에 보장 된 언론, 표현, 양심의 자유를 무시하고 벌금형을 확정한 판사들은 다양성 없는 사회의 상징이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는 대법원이다. 그들은 수정 헌법 1조, 언론. 표현의 자유를 목숨처럼 지킨다.”며 우리 사법기간에 각성을 촉구했다.

시멘트 보다 강고한 37,8%의 비밀

▲ 강연후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정연주 전한국방송 사장 <사진 이상형 시민기자>
우리나라에 진정한 의미의 보수주의자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다양한 통계 자료를 근거로 우리 사회에서 시멘트보다 강고한 수구기득권 세력이 37%~38%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87년 6월 항쟁 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 득표율 36.6%
-노무현대통령 서거 직후 한겨레 여론조사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할 필요 없다.) 37.5%
-촛불 집회 1년 후 (미국 소고기 안전하다.) 38.1%
-한명숙 총리 1차사건 무죄 판결 후 (검찰 수사 문제없다.) 37.5%
-정연주 사장 재임 시 (KBS편파 방송한다.) 37~38%

 

또한 최근의 중요한 선거에서는 어디든 51대49(강원도지사, 서울시장 )로 승부가 가름된다며 이러한 요인 역시 언론의 90%가 수구기득권을 편들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래서 4월 총선에서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이기려면 단일화를 해도 아슬아슬하다는 것이다.

국민을 보지 않는 정치권은 공멸할 수밖에 없으며, 국민이 원하는 단일화에 협상 결렬을 선언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으며. 대선에서 승리한다하더라도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정책을 집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 놓았다.

희망은 있다. 조중동 안보는 20대와 뉴미디어

이러한 사회 환경에도 희망은 있다며 그 희망의 근거를 보여주었다.
희망의 근거1) 20,30대의 가치관이 달라졌다.

희망의 근거 역시 통계를 보여 주며 기성세대와 다른 패턴의 사고로 판단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런 젊은 세대의 변화는 6.25와 가난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원인도 있겠지만 그보다 조중동을 보지 않아서라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20,30대는 종이 신문보다는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해서 읽는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뉴스를 접하고 일어난 사실을 그대로 전달 받아 가치관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조중동 안보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생각이 희망이며 그들이 역사의 주체로 참여하면 세상은 그냥 바뀐다. 20대 유권자 약 7백 6십만 명 중 10%만 더 투표에 참여한다면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에서 승부를 갈랐던 표 차이 보다 더 많은 76만 표가 생긴다는 계산이다. “

젊은 세대들이 어느 쪽이든 자기 의견을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자기가 원하는 세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역사의 주인이다.”라며 희망의 근거로 내세웠다.

희망의 근거 2) 뉴미디어가 축복처럼 나타났다.
스스로 권력이 되고 사실보도를 하지 않는 철옹성 같았던 집단인 보수언론 조중동이 드디어 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를 들어 봤고 잘 안다고 대답한 사람이 30%로 유권자로 계산하면 천 만 명이 된다며, 조중동 종편 세 개를 합친 1%에 비하면 엄청난 숫자라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 MBC 파업기자들이 만든 ‘제대로 된 뉴스데스크’ 등도 매회 50만-70만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러한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보수언론의 영향력보다 훨씬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언론은 이명박정권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역사란 신비롭게 축복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역행보살’, 기독교에서 말하는‘모든 것을 합하여 유익하게 하신다.’는 말이 이루어진 것이다. 제대로 된 사회를 꿈꾸기 위해 20,30대와 같은 보물 같은 존재가 있고, 기성세대가 그들이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토양분을 만들어 줄 것이며 역사의 축복인 뉴미디어가 있다.”라는 말로 희망을 전파했다.

마지막으로 정연주 사장이 모두에게 힘 받으라며 읽어 준 시 한편을 소개한다.

도종환 /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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