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20대가 적극적으로 투표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2.03.0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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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경주강연

▲ 강연회는 28일 오후6시부터 경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열렸다.<사진 이상형 시민기자>
정연주 전KBS 사장이 28일 경주에서 강연했다.
이날 오후6시부터 마련된 정 전사장의 특강에는 시민 150여명이 참석했다.

정 전사장은 오후6시30부터 8시20분까지 약 2시간동안 강연을 한뒤 오후9시까지 청중들이 미리 준비한 질문에 답했다.

계림초등학교, 경주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정 전사장은 고향경주 이야기로 강연을 풀어갔다.
이어 평생 기자인 그 답게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이야기 했다.

언론의 기본적인 기능을 ‘사실보도’와 ‘권력에 대한 감시, 비판’로 규정한 그는, “언론이 있는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지 못하면 언론이 아니다”면서 최근 MBC파업, KBS 기자들의 제작거부의 원인을 “4대강,한미 FTA 등 정권에 민감한 사안을 일절 보도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매일 반복되고, 그것이 누적됐기 때문에 기자들이 그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파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현실도 마찬가지라는 것.

정 전사장은 “언론이 이 두 가지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는 경우, 언론은 사회의 소통을 위한 건강한 ‘공론장’의 역할을 하게 되고, 사회갈등을 막고 용광로 같은 사회공론의 장을 제공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언론은 사회적 독약이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 전사장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수구언론이 요즘은 왜곡과 날조도 서슴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한뒤 “왜곡보도의 가장 전형적인 수법은 중요한 현안을 보도하지 않는 행태”라고 말했다.

날씨뉴스가 공중파 9시뉴스의 첫 번째 보도가 되고, 정치 사회, 역사적으로 민감하거나 중요한 사안을 의도적으로 뒤에 배치하거나 누락하는 방식으로 왜곡을 일삼는다는 지적이었다.

▲ 강연도중에 밝은 모습으로 청중들을 바라보는 정연주 전사장.<사진 이상형 시민기자>
검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이 총동원해 KBS 사장직에서 해임한 결정적 원인이 됐던 배임죄가 지난달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판정을 받은 것, 자신이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무효 소송’(2월23일 대법원 확정)에서 해임 취소 무효처분‘을 받은데 대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결과적으로 KBS에 손해를 끼치고, 국가에 이익을 주었다는 것이 배임죄라고 하는 꼴”이라며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 전사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존중돼야 할 것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온갖 무리수를 동원해 쫓아내는 행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며, 사회적으로 다양성을 가지려면 언론이 제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제도권 언론이 90%의 비중이라면 한겨레, 경향으로 대표되는 한쪽은 10%다. 90%의 제도권 언론은 수구기득권세력과 가치가 똑 같다. 새누리당의 가치와 너무 흡사하다.이래서는 다양성이 있을 수 없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종편까지 특혜를 줘 버렸다.”

정 전사장은 우리나라에서 수구기득권 세력은 37%의 강고한 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87년이후 투표율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수치로 그 37%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87년 대통령선거. 87년6월 항쟁으로 민주화 열망이 최고조로 높아졌을 당시, 대통령에 당선된 노태우 후보의 득표율은 36.6%. 정 전사장은 이것부터 주목했다.

“민주정권 열망이 그렇게 강했음에도 그렇게 나왔다. 무서운 숫자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일 뒤 한겨레에서 여론 조사도 비슷했다.
정치검찰의 혹독한 수사에 대해 이명박의 사과 여부를 물었던 여론조사에서 55.9%는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였다. 그러나 37.5%는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2008년 촛불 시위 1년 뒤인 2009년 5월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이 56.1%였는데, 아무 문제없다고 답한 사람이 38.1%였다.

한명숙 총리 기소 사건에 대해 1,2심이 무죄로 나온 여론조사에서, 검찰의 기소에 대한 이견을 물었더니 51%는 문제가 있다고 했으나, 37.7%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정 전사장은 “ 우리사회에는 시멘트보다 강력한 37%가 있다”면서 “KBS사장 시절에 자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정연주가 좌편향’이라고 답한 사람이 37%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전사장은 “‘37~38%’는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강고한 수구기득권 세력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며, 여기에 조금만 더 세력을 붙이면 금방 50%대의 지지율을 확보하게 된다”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치런 각종 재보궐선거 결과를 설명하며 민주세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그렇게 헛발질하고 다음 선거는 보나마나 인데, 한나라당 후보가 온갖 악재에도 불구하고 43.4%의 득표율을 보였다. 우리나라 최근 선거를 보면 아슬아슬하다. 37~38%의 수구기득권에 조금만 더 붙으면 50%로 간다. 총선에서 크게 이기려면 민주당이 통큰 양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권 언론이 90%를 차지하고, 강고한 수구세력이 37%의 강고한 세력으로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희망은 있을까?

정 전사장은 ‘조중동’을 읽지 않는 20~30대, 90%의 제도권언론의 영향력을 능가하는 뉴미디어가 희망의 근거라고 강조했다.
역시 여론조사의 수치를 근거로 제시했다.

한 신문의 지난해 PD수첩의 1심 무죄에 대해 60대는 44%, 50대 48%, 40대 61%, 30대 63%, 20대 71.3%가 무죄로 응답했다.
다른 신문의 정부에 대한 평가등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는 것.
정 전사장은 2,30대가 앞선 세대와 뚜렷한 정서적 차이를 보이는 데 대해, “언론인의 입장에서 보면 2,30대가 다른 연령대와 뚜렷하게 다른 이유는 조중동을 보지 않기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특강후 청중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정연주 전 사장.<사진 이상형 시민기자>
그러면서 20대의 투표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지는 정 전사장의 설명.
“1997년 DJ가 대통령에 당선될때 이회창 후보와 표차는 39만표였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때는 57만표 한나라당 후보와 차이가 났다. 지금 19세 이상 20대 인구는 760만명이라고 한다. 20대에서 10%만 더 투표에 참여하면 76만표가  된다. 세상을 변화시킬수 있는 숫자다. 20대가 투표해야 세상이 바뀐다”

정 전사장은 그가 KBS에서 강제해임을 당할 때 이명박 정권이 어떻게 언론을 장악하고 공작을 펼쳤는지를 생생하게 기록한 『정연주의 증언- ‘나는 왜 KBS에서 해임되었나’에서는 이렇게 강조한다.

“특히 20, 30대 젊은 세대에게는 수구언론의 영향력이 미미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구신문과 방송의 뉴스를 잘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조·중·동에 중독된 부모 세대와는 여러 면에서 다른 세상을 보고 있다.”(p.378)

정전사장이 주목한 두 번째 희망의 근거는 SNS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다.
조중동의 영향력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조중동의 영향력은 절때 깨지지 않을 줄 알았다. 1년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나꼼수의 다운로드 수를 유권자수로 환산하면 매번 1100만명이 듣는 셈이라고 한다. 뉴미디어가 축복처럼 나타났다. 역사는 신비스런 축복이다. 불가에서 이야기하는 ‘역행보살’이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모든 것을 유익하게 하는 역사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시민들의 역할, 노무현대통령이 마지막 순간까지 강조했던 ‘깨어 있는 시민들의 참여’를 강조했다.
먼저,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9년, 6·15공동선언 9주년 행사 준비위원들과 했던 오찬에서 했던 발언을 꺼냈다.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못 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진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노무현대통령의 당부로 발언을 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 국가의 변화는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만큼 바뀐다고 했다. 노 전대통령은 제게 시민문화운동을 함께 하자고 하셨는데 제가 미처 답을 드리기도 전에 운명을 달리 하셨다. 그 남은 몫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강연 마지막시간.  정 전사장은 여느 강연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힘든 순간을 맞이 할때마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을 얻게 했다’는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시를 읊으며 강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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