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왕경특별법 '빈껍데기'논란 확산... "앙꼬는 다 빠지고" 심사국회의원들도 '상징적,정치적, 선언적 의미'로 규정
신라왕경특별법 '빈껍데기'논란 확산... "앙꼬는 다 빠지고" 심사국회의원들도 '상징적,정치적, 선언적 의미'로 규정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9.07.3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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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빠진 ....등 국회의원 발언 등 회의록 전문 포함

김석기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 대표발의해 지난 18일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정 의결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특별법의 ‘빈 껍데기’ 논란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7월17일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2차 회의록에 따르면서 당시 회의에서 상당수 위원들은 상징적인 의미또는 정치적인 의미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에 참가한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앙꼬는 다빼고...”(신동근), “앙꼬빠진 찐빵...상징적인 의미로 해야”(박인숙) “정치적인 의미”(우상호)등의 용어를 사용한 것이 회의록에 나타난 것이다.

법안을 심사한 국회의원들 스스로도 실효성 보다는 상징적인의 의미에 무게를 두고 통과시킨 것으로 볼 여지가 많아 특별법의 실효성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통과된 신라왕경특별법 수정안은 당초 제정원안 13개 조문중에서 ‘신라왕경 핵심유적 연구·지원 재단 설립(법인)’과 ‘특별회계 설치’ 등 5개 조문을 삭제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특히 특별법을 제정하려한 목적 가운데 2014년부터 2025년까지 12년동안 국비 6615억원, 시비 1985억원, 도비 850억원등 무려 9450억원에 달하는 신라왕경핵심유적 복원정비의 대규모 사업비를 안정적으로 확보 지원하기 위한 특별회계 설치 규정이 빠져 ‘무늬만 특별법’ ‘빈껍데기 특별법’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김석기 국회의원은 이에 대해 “일반회계 예산(문화재보수정비예산 총액사업)으로 사업이 진행중이고, 수정안 제8조에 복원·정비 사업 항목을 명확히 두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8개 신라왕경복원 사업을 추진해야하다는 강행규정을 두었기 때문에 문화재청의 일반회계 편성으로도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예산이 확보될 예정”이라고 해명하며 특별회계 설치 조항이 삭제된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신라왕경특별법을 심사한 국회문화관광체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상당수 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선언적’ ‘상징적인 의미’ 정치적인 의미‘등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법안심사소위 소속 위원들과 김석기 의원 모두 특별법 제정의 실효성을 따지기 보다는 특별법 제정 자체에 의미를 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회의록 전문-기사하단>

7월17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모습. 이날 수정의결된 뒤 18일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국회 법사위, 본회의 의결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7월17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모습. 이날 수정의결된 뒤 18일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국회 법사위, 본회의 의결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임익상 전문위원은 신라왕경핵심유적 연구지원재단 설치에 대해, 기존조직을 활용할 방법 검토필요성을, 특별회계 설치에 대해서는 기재부가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영주, 조경태, 박인숙, 이동섭 위원등은 일본 교토와 비교하며 관광발전이나 핵심유적 복원 차원에서 특별법제정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수정‘ ’김석기 의원의 원안삭제 및 양보 의견조율‘등을 거론한다.
그러자 박인숙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은 "많이 후퇴해서 내용이 많이 빠졌다....상징적인 의미도 굉장히 중요하거던요. 일단 통과 시키고 보완은 나중에 개정안을 내도 되고 천천히 보완해 가면서 해도되고.."라며 통과를 사실상 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징적인 의미를 강조하며 '통과'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했다.

임익상 전문위원은 “문화재청과 그동안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마련한 수정안 조문대비표”라며 연구·지원재단 설립 삭제, 특별회계 설치 폐지등의 내용을 보고했다.
당시 임 전문위원이 보고한 수정조문안은 그후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서 수저의결된 것과 동일한 내용이다.

신동근위원은 “그런데 완전히 앙꼬는 다 빼고 이렇게 해서 거의 선언적 법으로 되는데…그런데 기재부에서 반대하면 안 되는 겁니까?”라고 질문한다. 법률안을 심사한는 국회의원원들 스스로도 실효성에 문제가 있음을 사실상 인지한 발언으로 볼수 있는 것이다.

그러자 김현모 문화재청 차장이 거듭 기재부반대를 거론했다.
김 차장은 “실제로 특별회계나 재단 운영은 앞으로 기재부에서 후속조치가 따라야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부처 이견을 먼저 해소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재단 설치 및 특별회계 신설조문 삭제가 기재부 반대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렇게 되자 법안 통과를 재촉하는 발언들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근 위원은 “오늘 수정된 안을 김석기 의원님이 예를 들어서 ‘핵심적인 내용은 좀 빠지더라도 동의하시면 저는 동의한다’”며 “그런 정책적 판단을 해 주셔야지, 그렇잖아요?”라며 ‘정책적 판단’을 강조했다.

박인숙 소위원장은 “애니메이션법도 사실 다 앙꼬 빠진 찐빵같이 됐잖아요. 그렇지만 상징적으로 너무 중요한 법이 통과돼서 굉장히 기뻐하고 있다”면서 “상징적인 의미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상징적 의미’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경태 위원은 “대표발의하신 김석기 의원님께서도 많이 유감스럽지만 어쨌든 출발은 하게 한다는 그런 의미에서 수정된 내용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라면서 10분정도 김석기 의원과 의논할 것을 사무처에 촉구했다.

우상호 위원도 “관계 부처가 반대하면 법사위에 계류될 게 거의 확실한데 그래도 우리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차원에서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 통과시키자고 한다면 저는 그런 정도의 동의는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현실적으로 그렇게 계류시키는 게 좋냐, 아니면 정부 부처를 완전히 설득해서 완전한 법으로 만들어서 다음에 통과시키는 게 더 좋냐 하는 판단에서 보면 저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더 맞다고 보는 편”이라며 이 법이 상당한 문젯점을 안고 있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위원들께서 정부 부처가 반대하는 조항들을 일부 덜어내서 일단 통과를 시키는 것이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다 이렇게 판단하신다면 저는 굳이 반대하지는 않겠다”며 특별법 통과의 ‘정치적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료국회의원을 의식해 사실상 '법안제정'에 의미를 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그 후 박인숙 위원장 지시를 받은 사무처 실무진은 회의장 밖으로 나가 김 의원과 조율을 거쳐 연구재단과 특별회계 조항이 빠진 수정안을 최종 마련했다.
이를 다시 보고받은 소위 의원들은 만장일치로 수정안을 의결했다.

공개된 회의록은 법안심사 소위에 참가한 국회의원들 스스로 ‘선언적’이라거나 ‘상징적’ ‘정치적 의미’로 평가하며  통과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7월18일 신라왕경특별법제정안이 국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를 통과한 직후 경주시내 곳곳에는 자유한국당 읍면동별 당원협의회 등이 내건 환영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7월18일 신라왕경특별법제정안이 국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를 통과한 직후 경주시내 곳곳에는 자유한국당 읍면동별 당원협의회 등이 내건 환영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한편 김석기 의원이 일반회계로 이미 예산이 투입되고 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8개 신라왕경복원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이 있어, 사업주체를 정부로 명확히 한것이 성과라고 강조하는 해명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같은 해명은 막대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특별회계 설치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한 것과 비춰보면 당초 특별법 제정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해명이라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8개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강행규정 신설을 강조한 것 또한 현실을 호도하는 해명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주지역에 분포한 수많은 신라문화유적 정비 사업 대부분은 이미 정부예산 70%,경북도 9%, 경주시 21%를 분담한다. 대부분 정부와 지자체가 주체로 참가해 추진하고 있는 현실에서, 8개 신라왕경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 주체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 규정한 것은 오히려,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사업의 범위를 신라왕경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으로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수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효성 논란이 일자 김석기 의원은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신라왕경특별법을 제정해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신라왕경복원사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완료된 월정교 복원사업을 비롯해 월성·황룡사·동궁과 월지,쪽샘지구, 신라방리제 정비, 도심대형고분 재발굴 및 전시사업 등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 사업으로 추진되는 8개 사업은 대부분 2006년 참여정부때 확정한 경주역사문화도시조성사업의 선도사업으로 이미 추진되고 있었고, 법적 근거 없이도 이미 상당부분 추진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참여정부는 당시 2006년부터 2035년까지 3조3000억원을 투입해 65개의 각종 문화재 및 역사문화자원을 정비하는 계획이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이들 가운데 8개 사업을 선정해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사업으로 추진했다. 단기간 많은 국가예산을 집중 투입해 경주의 위상과 천년왕도의 진정성이 발현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목표였다. 역사문화도시조성사업이 지나치게 장기적으로 추진됨으로써 좀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성과를 단기간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 사업을 추진했던 것이다.

지역사회는 당연히 특별회계 신설을 요구했고, 이같은 요구를 받은 김석기 의원이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특별회계 신설조항이 빠진 이번 신라왕경특별법은 무늬만 특별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모처럼 찾아온 획기적 지역발전 기회이자, 천년고도 경주의 위상을 되찾을수 있는 특별법'이라는 주장과  '빈껍데기 특별법'이라는 비판이 맞서는 신라왕경특별법 제정 실효성 논란은  최소한 내년 총선때까지는 경주지역사회 및 정치권 최대 이슈의 하나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7월17일 국회문화관광체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2차 회의록. 붉은 색칠한 부분이 의원들이 상징적, 정치적으로 규정하는 발언.
7월17일 국회문화관광체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2차 회의록. 붉은 색칠한 부분이 의원들이 상징적, 정치적으로 규정하는 발언.
7월17일 국회문화관광체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2차 회의록. 붉은 색칠한 부분이 의원들이 상징적, 정치적으로 규정하는 발언.
7월17일 국회문화관광체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2차 회의록. 붉은 색칠한 부분이 의원들이 상징적, 정치적으로 규정하는 발언.
7월17일 국회문화관광체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2차 회의록. 붉은 색칠한 부분이 의원들이 상징적, 정치적으로 규정하는 발언.
7월17일 국회문화관광체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2차 회의록. 붉은 색칠한 부분이 의원들이 상징적, 정치적으로 규정하는 발언.
7월17일 국회문화관광체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2차 회의록. 붉은 색칠한 부분이 의원들이 상징적, 정치적으로 규정하는 발언.
7월17일 국회문화관광체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2차 회의록. 붉은 색칠한 부분이 의원들이 상징적, 정치적으로 규정하는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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