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 의장, 부의장 선출 후보 등록제 폐지...등록제 시행 5년만에 교황식 선출방식으로 퇴행 비판도
경주시의회 의장, 부의장 선출 후보 등록제 폐지...등록제 시행 5년만에 교황식 선출방식으로 퇴행 비판도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9.08.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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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3일 제7대 경주시의회 전반기 부의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정현주, 새누리당 김영희 시의원이 투표결과를 검사하는 모습.
2014년 7월3일 제7대 경주시의회 전반기 부의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정현주, 새누리당 김영희 시의원이 투표결과를 검사하는 모습.

경주시의회가 의장 부의장 선거에서 사전 등록 및 정견 발표를 할 수 있도록 한 회의규칙 규정을 삭제했다.

재적 의원 전원을 후보자로 해 모든 의원이 1명의 의원이름을 표기하는 방식, 이른바 교황식 선출방식으로 환원한 것이다.
경주시의회는 의회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하지만, 일각에서는 선진적 제도의 퇴행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주시의회는 23일 폐회한 제 24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경주시의회 회의규칙 일부 개정안을 개정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의장 부의장 선거때 사전 등록 및 정견발표를 하도록 한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경주시의회가 의장, 부의장 선거에서 후보자 사전 등록 및 정견발표를 하도록 신설한 것은 2014년 4월이었다.
당시 신설한 시의회 회의규칙 제8조2항, 의장·부의장 선거에서의 후보자 등록이다.
 △의장,부의장 출마자는 선거일 2일 전일 오후6시까지 서면으로 의회사무국에 등록하며, 의장 부의장을 중복등록할 수 없게 했다.
또한 △후보자 등록을 한 의원은 선거 당일 본회의장에서 5분 이내 정견 발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이처럼 사전등록 및 정견발표를 신설한 것은 종전 교황식 선출방식의 문젯점과 경주시의회에서 의장단선거 금품사건 발생에 따른 개선차원이었다.

교황식 선출방식은 21명 전원이 후보이자 투표자이며, 공식 출마자나 후보가 없었다. 당연히 후보등록과 정견발표도 없다.
이같은 방식은 대해 고질적으로 되풀이 되는 혼탁선거, 금품선거, 의원간 밀실 거래의 온상으로 지목하면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일었다. 의장단 후보에 대해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는 시스템도 전무하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특히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도입이후에는 다수정당 지구당 당협위원장의 의중이 의장, 부의장 선거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비판도 일었다.

경주시의회의 경우 지난 2012년 6월말 제6대 시의회 후반기 의장선거와 관련해 의장 출마자 1명과 의원1명이 금품을 주고 받은 혐의로 사법처리 되면서 의장단 선출 방식의 변경 필요성은 더욱 강하게 제기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제6대 시의회는  문제점을 개선한다며 2014년 4월30일 의장, 부의장 선거에서 사전 등록 및 정견발표 조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회의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번에 8조2항 전체를 삭제하면서 다시 5년전 시행하던 교황식 선출방식로 되돌아간셈이다.

회의규칙 개정에 대한 경주시의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선거절차 간소화로 효율적인 운영‘이다.
집행부에 비해 시의회 출범이 3~4일 늦은 간극을 조절하자는 취지라는 설명도 있다.

한영태 운영위원장은 “지방동시 선거 이후 집행부는 7월1일 출범하는데 반해, 시의회는 원구성 때문에 통상 3~4일 늦어지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회의규칙을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완 시의회 운영위 전문위원은 “2014년 사전등록제를 신설할때는 당시 후유증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전국 지방의회의 80~90%가 교황식 선출방식을 시행하고 있고, 집행부와 동시출범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사전 등록제가 불필요하다는게 다수의원들의 뜻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문위원은 “규칙 개정안에 대해 시의회 운영위원회 안건상정 이전에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경주시의회는 경북도내 23개 기초의회 가운데 경주, 울진군, 경남도내 18개 기초 의회에서는 9개 시군, 경기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3개 시군이 사전등록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사전등록제를 시행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포털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여전히 일부 시의회는 사전등록제 시행을 골자로 하는 의장 선출방식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일부지역 개혁적 시민단체와 경남도민일보등은 지방의회 개혁의 핵심으로 교황식 선출방식을 사전등록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주시의회가 5년전 어렵게 도입한 선진적 의장선출제도를 퇴행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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