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들은 역시 똑똑했다
서울시민들은 역시 똑똑했다
  • 김영길
  • 승인 2011.08.27 17:0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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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길의 삶과 인생, 그리고 세상] 첫번째 이야기

서울시민들은 역시 똑똑했다.   -김영길-


우리나라가 서울공화국이라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최근 10여년전부터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수도권 주민이라는 말이 내포하고 있는 뜻 중의 하나는 서울과 수도권을 뺀 나머지는 전부 촌놈이라는 것이다.

14개 시․도 가운데 서울과 경기 2개․시도의 인구가 49.8%를 차지하고 있다. 당연히 투표인구가 많으니 정치․경제적 혜택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서울 사람들이 굶어도 서울에서 굶어 죽겠다고 하는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서울이야말로 정말 살기 좋은 도시다. 단지 촌 사람들에게는 적응이 안되어 있을 뿐이다. 한 가지만 제대로 알자. 95% 이상의 외국 관광객은 서울과 경기 일원에만 다녀간다는 사실을! 한류니 뭐니 하여 야단이지만 그것도 서울의 이야기지 우리 경주에는 전혀 영향도 실익도 없다.

서울시민들은 역시 똑똑했다. 촌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이번 주민투표 경과를 보고 또 한번 절감했다. 투표율 35%를 넘긴 서초․강남․송파 주민들도 그렇고, 55%를 넘긴 대한민국 최고 부자만 산다는 타워팰리스도 그렇다. 상대적으로 가난하다는 강북 등의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주민투표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었고 또 소신껏 투표했다. 참으로 놀라운 현상이다.

부자들은 무상급식 범위가 확대되면 당연히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기 때문에 오세훈 시장 편에 투표를 했다. 빈자들은 세금부담은 크지 않으면서 급식비가 무료이기 때문에 ‘나쁜투표,착한거부’에 동조,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서울 시민들이 똑똑하다는 것은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의 편에 적극적으로 투표를 할 줄 안다는 이유다. 그야말로 자격 있는 민주시민이다. 문제는 자기 이익과 반대되는 편에 꼭 투표하는 촌놈들이다. 얼마나 어리석고 불쌍한 백성이던가.

온 나라가 주민투표 때문에 논란 중일 때 내가 만난 경주의 대다수 시민들은 ‘복지가 확대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경주 8만여 가구 중 4만 가구 이상이 구독하고 있다는 조․동․중(조선.동아.중앙일보-조․동․중이 뭔지도 모르는 시민들도 많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상용구로 사용되고 있는 말인데도 말이다.)에 세뇌되어 있었다. ‘복지 포퓰리즘’이라 하여 주요 일간지들이 대거 여론을 몰아갔으나 서울시민들은 속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무상급식안이 통과되면 온 국민들이 세금폭탄을 맞아야 하고, 나라는 절단나는 것처럼 선전했다. 보수 언론들은 노동자나 농민,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포퓰리즘이라며 늘 그랬던 것처럼 맹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빈자들의 세금은 별 차이가 없고 부지들이나 대기업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부자들은 이게 싫은 것이다. 본질적인 속성은 부자와 빈자가 구별되어야 행복한 것이지 국민 대다수가 골고루 잘 살면 사는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속성이다. 차별화가 되어야 어깨가 올라가면서 행복을 느낀다. 동서고금 모두 똑 같다.

OECD 국가들의 공적 복지지출은 정부 예산의 20% 내외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부 이후 꾸준히 증액되었는데도 고작 7% 정도라는 것을 알자. 복지지출이 많다는 의미는 국민들이 골고루 잘 살게 하는 정책이다. 또는 최소한의 기본적 삶을 국가가 보장하자는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으면 국가가 존재할 가치가 전혀 없다. 이는 우리나라 헌법에도 훌륭하게 명시하고 있다. 국민들이 대체로 기본적인 존엄성(우리 말로 체면이라고 해도 좋다)을 유지하고 골고루 잘 살 수 있게 하려면 당연히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그래서 OECD 국가들의 평균 담세율은 40%에 육박한다. 우리나라는 26% 정도, 그나마 우리나라는 세금이 줄줄 세는 나라로 유명하다고 하니 상황은 더 열악하다. 최근 프랑스 부호 16명이 제발 세금 좀 많이 거두어 달라고 청원을 하고, 미국의 워런 버핏도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어느 별에서 온 사람들인지 의아해 하는 시민들이 많을 것이다만 그러나 이들은 분명히 지구인이다.

자, 또 알고 넘어가자. 재정자립도가 82%를 넘는 서울의 경우 무상급식을 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고등학생까지 실시될 경우 대략 3천억원 정도. 그러나 이 돈은 오세훈 시장의 주요 정책인 한강 르네상스와 인천간 뱃길 사업의 10분의 1도 안된다. 더구나 오시장은 시의회의 승인을 얻지도 않고 예비비로 이미 1천억원 이상 집행했는데 앞으로 낭비될 공산이 크다고 한다. 예산의 투여 성질도 중요하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시공사인 몇몇 대기업의 배만 물려주지만 급식비는 어디 외국으로 빠져 나가는가? 그렇지 않다. 수 많은 중․소규모 사업자들에게 돌아간다. 영양사 등 정규직 취업도 많아진다.

이번 서울시 주민투표에서 나는 두 가지 기발한 착상을 보고 감탄을 연발했다. 하나는 경향신문에 기고한 진중권 씨의 글에서 당신 스스로 천재적인 조어 능력이라고 극찬했던 어느 트위터의 말 ‘땅블리스 돈벌리제’-강남 부자들의 이기주의를 비꼰 말이다-, 하나는 역시 시골의사 박경철의 트위터에 올라 온 말로, 25.7%의 투표율이 사실상 승리라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말을 빗대어 ‘25.7%가 사실상 승리라면 파리도 사실상 새가 아니냐’는 말이었다. 정말 천재적인 조어 능력이다. 정말 재미있다.

우리 경주시민들도 좀 똑똑해 지자.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공부를 좀 하고 떠들자. 되도 않은 게 건방스럽다고 욕 좀 들어 먹을 각오는 이미 돼 있다.
2011년 8월24일 서울시 주민투표를 보고.

필자 김영길은....

필자소개는 필자가 2011년 2월 발간한 자신의 두번째 에세이집 <상선약수, 과유불급>에서 스스로 쓴 소개글로 대신한다.

▲ <김영길>
-58년생이다. 경기도 가평에서 32개월동안 군생활 한 기간을 제외하고는 50살이 넘도록 경주에서만 살았으니 세상을 보는 눈이 크게 열려있지는 않을 것이다. 직장생활도 했고, 조그만 사업도 해보고 잠시 정당에 몸담은 적도 있지만 어느 하나 내세울 만큼 성공한게 없다. 자식셋을 키울 동안 경제일서에서 쉰적이 없는 아내를 고생시키고 있다. 생각같아서는 천하를 주유하면서 선지식을 찾아 헤매고 싶지만 현실에 얽매여 그럴 형편도 못된다. 뚜렷하게 큰 목표도 없다. 아담하고 소박하게 살아갈 작정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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