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북면 이장임명 갈등...경주시 무책임 행정이 문제였다
양북면 이장임명 갈등...경주시 무책임 행정이 문제였다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2.04.19 01: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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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무시 행정 등

▲ 18일 간담회를 마친뒤 화합을 다짐하는 모습.
양북면 어일1리 이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을 마무리한 뒤 양북면 기관단체장들이 화합을 다짐하며 손을 맞잡았다.
4개월 이상, 110일 동안 이어져온 양북면사무소, 어일1리 주민들의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그러나 지난 12월30일 양북면사무소가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이장을 임명한 순간부터 18일 절충안에 대한 합의에 이르기까지 경주시가 보여준 태도는 그토록 강조하는 ‘섬김행정’,비민주적 행정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도 평가된다.

왜 그런가?

이장임명에 반발해 주민들이 해당지역 면사무소에서 밤샘 점거 농성을 했고, 행정기관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역주민 8명을 경찰에 고발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양북면사무소가 2개마을 주민들이 추천한 인물을 제쳐두고 표결에서 크게 뒤진 인물들을 이장으로 임명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드러난 표면적인 이유’ 일뿐 속사정은 다른데에 있었다.

당시 갈등 발생시점은 최양식 시장이 한수원 본사 도심이전을 관철하기 위해 막바지 총력을 기울이던 때였다.
양북면 이장임명 갈등은 이 점을 빼놓고는 도저히 설명히 되지 않는다.

주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이장후보는 한수원본사 도심이전을 반대한데 반해 면 사무소가 이장으로 임명한 어일1리 배칠용씨 경우 한수원본사 도심이전에 앞장서 찬성했었고, 봉길리 최모씨의 경우에도 본사이전에 반대하는 한수원본사 사수 비상대책위원회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다수 양북 주민들은 경주시가 도심이전 찬성세력에 힘을 실어 주고 한수원본사사수 비상대책위에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면사무소를 앞장 세워 이장 선임을 사실상 지휘한 것으로 받아 들였다.

주민들은 그후 이어진 집회에서 “최양식 경주시장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한수원본사 도심이전 때문에 작은 마을의 이장선임까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거나 "경주시가 무리하게 한수원본사 도심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이므로 양북면 어일1리, 봉길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면서 양북면 전체의 문제로 규정하고 대응해 왔다.

형식적으로는 면장이 이장 임명권을 갖고 있지만 면장 혼자서 판단하고 결정한 일이 아니라는게 절대다수 양북면민들의 시각이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경주시 행정의 궁극적인 책임은 시장에게 있는데도 모든 책임을 양북면장에게만 미루고 있다”며 경주시장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며 시청앞 농성을 하기도 했다.

▲ 1월13일 주민들은 면사무소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1월 한달동안에만 영하의 추위속에서 10회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그 후 시청앞 천막농성, 시의회의 중재노력이 잇따랐지만 경주시는 사태해결에 소극적이었고, 주민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했다.
‘양북면장의 권한’이라는 점만 강조하면서, 오로지 양북면에 모든 책임이 있다며 자율해결을 촉구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경주시 주장대로 한수원본사 입지 문제와 관계가 없다고 쳐도,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주민자치, 민주주의 원리를 철저히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 것이다.

주민들은 복수의 후보자가 나설 경우 투표를 통해 추천하고, 이를 면사무소가 임명하는 것이 그동안의 오랜 관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사정을 누구보다 잘아는 면장이 이를 거부하고 주민들과 대립한 것은 결국 경주시의 지휘에 따른 것이고, 이는 명백한 월권행위이자 주민자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경주시 리통장 임명규은 ‘주민의 신망이 두터우며 주민을 지도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면사무소가 임명한 2명의 이장은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선두에 밀렸으므로 신망이 있는 자가 아니며,따라서  주민들을 지도할수도 없다"며 임명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경주시나 양북면사무소는 ‘면장의 고유권한’ 또는 ‘합법’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경주시 리·통장및반장임명등에관한규칙에 ‘리·통 발전을 위하여 사명감과 책임감이 왕성하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자중에서 중에서 적임자를 읍ㆍ면ㆍ동장이 선임ㆍ임명한다’고 규정해 두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것.
특히 과거에는 주민총회나 마을개발위원의 추천에 의해 읍면동장을 임명했지만 2003년 12월31일 직접선출에 따른 주민들 사이의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규칙을 개정했고, 읍면동장이 이통장직을 수행할 개인자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했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경주시의 설명대로 주민이 선출한 이장을 면장이 임명하지 않는다고 해서 경주시 자치법규, 즉 규칙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총회까지 열어서 추천한 후보를 끝끝내 외면하고  주민들이 납들 할 수 있는 설명조차 제시하지 못한 것은 누가 봐도 주민자치, 민주주의 퇴행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했다.

양북면 이외에도 수많은 리, 통에서 투표가 행해지고 있고 별무리 없이 이통장을 임명하는 현실도 애써 무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대에도 이런일은 없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도 이런식으로는 안한다”며 ‘주민위에 군림하려는 행정’이라고 성토했다.

주민들의 집단행동 원인을 파악해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대신 경주시는 전임 면장의 주장을 근거로 행정기관이 해당지역 주민 8명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는 사태 해결의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한 조치이기도 했고, 주민반발에 기름을 끼얹는 것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겉으로는 시민을 섬기는 해정 운운하면서 실제로는 주민위에 군림하려하고 있다”며 경주시를 강하게 성토하기도 했었다.

경주시의 이런  태도속에서도 어렵게 타협점을 찾아 지역발전을 위한 대승적 결단을 보여준 어일1리 주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수많은 한계와 제한된 권한속에서도 사태수습을 위해 주민들과 머리를 맞댄 박차양 면장의 사태해결을 위한 의지와 열정등은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반면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한 성찰이 필요한 곳은 다름아닌 경주시, 그리고 경주시를 좌지우지 하는 최고위급 간부들이다.

“양북면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섭섭하다. 역대로 주민들이 원하는 사람을 이장으로 임명했다. 그게 순리다. 순리에 따르면 되는데, 그러지 않고 역지를 하니까 문제가 발생한 거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 지역원로가 내뱉은 말이다.
경주시가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그리고 반드시 자문해 볼 일이다.
경주시가 말하는 섬김행정의 실체는 무엇인가?
풀뿌리 민주주의, 주민자치의 본령은 무엇인가?


       <양북면 이장 임명 갈등 일지>
▲ 12월30일밤 주민들이 김재온 면장에게 항의하는 모습.
▲ 31일 오후 주민들이 추천한 이장에게 임명장을 주었다가 그 다음날 전화로 취소를 통보했다.
▲ 주민들은 1월에만 수차례 집회를 열고 항의했다.

△2011년 12월30일 오후4시30분 : 양북면 어일1리, 봉길리 이장 임명(배모,최모씨)
△2011년 12월30일 오후5시30분 : 양북면 어얼리 봉길리 주민들 면사무소 농성돌입
△12월31일 오후3시 : 김재온 면장, 이장임명 철회 후 주민추천 하모씨, 김모씨에게 이장 임명장 수여
△2012년 1월1일 오후8시50분 : 김재온 면장, 신임이장에게 임명 무효 통보 전화
△1월2일 :면사무소, 신임 이장임명 취소 통보(등기)
△1월4일 : 면사무소앞 항의집회
△1월20일 : 김재온 면장 대기발령
△2월13일 : 시청앞 천막농성 시작
△2월15일 : 박차양면장 부임
△3월5일 : 양북면이장협의회, 행정업무 중단 선언
△3월7일 : 2차 시청앞 농성
△3월21일 : 양북주민 경주시청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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