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손수협, 경주방랑 ⑨ 나원리5층석탑
[연재] 손수협, 경주방랑 ⑨ 나원리5층석탑
  • 경주포커스
  • 승인 2012.04.2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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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으로 볼 붉히는 탑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 그 이름을 불러주어야 비로소 꽃이 된다는 어느 시인의 표현입니다만, 사실은 사람과 꽃이 한 데 어우러진 모양새야말로 참 아름다움이 아닐까합니다.

눈을 들면 하늘에는 훈풍이 있어 좋고 그 아래로는 꽃가지가 구름화반에 장식을하고 너른 들엔 상춘객들의 헌사토 헌사한 이야기와 웃음소리, 그야말로 ‘봄의 교향악’입니다.
산수유, 목련, 진달래가 봄을 열고 철쭉과 연초록 능수버들 잎이 이어받아 겹벚꽃이 이팝나무 꽃을 데려 여름으로 접어들겠습니다.

경주시 현곡면 나원리에는 나무에도, 골에도, 들에도, 산에도 전설이 꽃을 피웁니다만, 그 중에도 천년이 넘도록 본래의 빛을 잃지 않는 5층석탑이 한 기 있습니다.
‘신라탑’ 하면 분황사석탑을 비롯하여 감은사탑이나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을 떠올릴 테지만 이 곳 탑이야말로 신라인의 밝은 마음과 높은 이상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일당 백’이라 하겠습니다.

일찍이 경주에는 여덟 곳의 기이한 모습이 있어 ‘신라8괴’라 불려오는데, 그 중 이 곳의 탑을 ‘나원백탑(羅源白塔)’이라 하여 천년이 훌쩍 지나도 탑 몸엔 이끼가 끼지 않고 화강암 본래의 밝고 흰 빛을 그대로 간직하기에 한동안 이 탑을 대하노라면 신라가 현실이 되곤 합니다.
그러다 한 백년이나 되었을까요. 탑을 장엄하는 멋진 벗이 옆에 자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붉은 듯 분홍인 듯한 겹벚꽃나무 한 그루. 탑이 홀로 우뚝하여 나무도 홀로 우람합니다. 하늘하늘한 흰 벚꽃이 지고나면 솜 송이 보다 더 복실한 모습. 이 한그루에 수만 송이가 휘어 피어 이때만은 나원백탑도 홍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 시인, 문화유산 해설가.
벚꽃이 일본의 국화라 하여 반감도 없지않습니다만 알고보면 벚나무는 우리나라 한라산이 원산지인지라, ‘일본벚꽃’이라 불리던 것이 ‘한국벚꽃’이란 말과 더불어 ‘동양벚꽃’이라 세계인이 명명한다고 하더군요.
형산강 물길 따라 봄이 흘러오는 나원리, 그 곳에 신라인의 밝고 화사고 착하고 고운 마음에 수줍어 볼 붉히는 탑과 겹벚꽃 한그루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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