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원회, 박혁거세동상 오릉 나정 연이어 불허...경주시 황성공원에 설치키로
문화재위원회, 박혁거세동상 오릉 나정 연이어 불허...경주시 황성공원에 설치키로
  • 김종득 기자
  • 승인 2020.08.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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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거세 동상등 조형물 설치 조감도.
박혁거세 동상등 조형물 설치 조감도.

신라시조 박혁거세와 관련한 각종 조형물을 설치해 역사도시 경주의 정체성을 제고하려던 경주시의 계획이 문화재위원회의 잇따른 제동으로 건립장소가 변경 추진되게 됐다.

경주시는 지난 2017년부터 박혁거세의 탄강설화가 깃든 나정이나 오릉 부근에 박혁거세 동상을 비롯해 천마, 알, 우물 등 관련 조형물 설치를 추진해왔다.  2017년 박혁거세 영정을 제작한데 이어 기본 디자인과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하고 동상제작에 따른 형틀제작도 마쳤다.

그러나 이 계획은 조형물 설치 장소 문제로 난항을 거듭했다.

경주시가 처음 이 조형물 설치를 계획했던 곳은 오릉(사적 제172호) 주차장부지.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회는 2018년9월5일 문화재경관 저해가 우려된다며 문화재 현상변경을 불허했다.

두 번째로 신청한 곳은 나정(사적 제245호) 부근.
경주시 탑동 700-1 나정 문화재 구역으로부터 3m 떨어진 곳에 신청했지만,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위원회는 2019년 12월26일 회의를 열고 역사문화환경 저해를 이유로 문화재현상변경을 불허했다. 동상과 좌대를 합쳐 전체 높이가 6.2m로 경관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라시조와 관련된 곳에 조형물을 설치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던 경주시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경주시가 최종 선택한 곳은 경주시 황성공원내 한중우호의 숲 주변.
지난해 개장한 물놀이장 맞은편이다.

경주시는 이곳에 6억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당초 계획한 대로 동상 등 각종 조형물을 설치하고 주변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문화재위원회의 거듭된 제동이 역사문화자원의 활용을 장려하는 최근 경향과 배치되는,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편으로는 역사문화자원 활용은 장소성이 생명이라는 점에서 박혁거세와 연관성이 적은 황성공원에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 제작에만 30억원을 들였으나 제야의 종 타종행사이외에 활용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신라대종처럼 예산만 낭비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다.

경주시 입장에서는 이 사업을 하지 않을수도 없는 상황.
동상제작을 위한 주물형틀, 실시설계 용역발주등으로 이미 3억원 가량의 예산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사업추진을 중단할 경우 이 예산은 고스란히 허비할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경주시 왕경조성과 관계자는 “문화재위원회의 거듭된 제동으로 장소 변경이 불가피해졌지만, 황성공원이 한편으로는 시민들의 왕래가 많은 데다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나을수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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