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우리가 들을 차례.. <이야기 해 주세요>
<16>우리가 들을 차례.. <이야기 해 주세요>
  • 양유경
  • 승인 2012.05.06 2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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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양유경, 골라듣는 센스 컴필레이션 앨범

인간이 가진 많은 감성 중에 아날로그적이지 않은 감성이 어디 있겠냐만
유독,
디지털과는 거리가 더 멀어 보이는 감성이 있다.

바로'기다림'

빨리 빨리 더 빨리, 편리하게 더 편리하게를 향해서 달려가는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기다림은...
바보같고 우둔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는 기다림의 존재다.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기다려 세상을 보았고
마음 졸이는 시간을 기다린 사랑에 더 설레어 하고
뭉근하게 끓여내는 기다림의 시간이 있어야 맛좋고 몸에 좋은 음식이 만들어지고...

오늘의 컴필레이션 앨범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곧 나올^^) 아이의 태명 같은 앨범
컴필레이션<이야기해주세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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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이 특별히 더 설레는 이유 중 하나는
이번 달 세상에 나오게 될 바로 이 앨범 때문이다.

놀랍게도
각자 장르도 , 색깔도 , 활동도 다른...
어떤 뮤지션들은 한 번도 본적도 없는 그녀들이...
또 다른 '그녀'들을 위해
더 나아가 이세상의 모든 '그녀'들을 위해
<이야기해주세요>란 제목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난 4월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비와 위안부 피해여성 기금을 위한 공연이 있었고

5월...
앨범<이야기해주세요>가 기다리고 있다.

제목 ...이야기해주세요.

대체 <이야기해주세요> 는 뭘 이야기 해달라고 노래하는 걸까?
뭘 듣고 싶어 노래하는 걸까?
뭘 함께 듣자고 노래하는 걸까?

이야기의 중심에는 우리들마저 외면해온 '그녀'들이 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과거의 한 자락처럼 느껴지는 "그녀"들의 존재는
분명 현재를 살고 있고
지금도 여전히
수요일이 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야위어진 몸을 이끌고 수요 집회를 나선다.

이미 지난 해(2011) 12월 14일...1000회를 넘어섰다.

그 긴 세월을 견디어온 것이다.
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 또한 세월이다.
지난 3월 12일 배복남 할머님이 타계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 생존자는 이제 예순 한분만이 남았다.

시간이 많지 않다.

한분을 보내고
또 한분을 보내고..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다보면
결국 우리 모두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을 위한 외침과 속삭임..<이야기해주세요>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또다른 '그녀'들, 홍대 뮤지션들이 뭉쳤다.

'그녀'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의 몸과 삶, 전쟁과 평화라는 메시지를 축으로
늦은 시간까지 음악작업을 하고
할머니들의 삶의 터전인 '나눔의 집'에서 노래 봉사를 하고 있다.

별도의 기획사도 없이
여성뮤지션들의 자발적인 기획과 참여로 이뤄지고 있고
뭣보다
더 이상 '그녀'들을 어두운 '피해자'로써만 가둬두지 않고
손녀와 이야기 나누는
즐거운 소통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있다.

앨범 한 장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연작이 될지
책이 될지,
릴리스 페어 같은 큰 공연이 될지는 모르지만
차근히 그 이상을 그려가고 있다.

아마 그녀들은
이런 믿음이 있지 않을까..

노래를 통한 소통이 ,
여성의 삶을 바꾸고, 인간의 삶을 바꾸고
결국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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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날로그적인 감성일지도 모를 '기다림'을 선물해준
앨범<이야기해주세요>..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앨범이지만
이 한장에는 이미
죄송함과 고마움과 기대감이 모두 담겼다.

할머니들의 외침에 너무 늦게 귀기울인 죄송함.
누구도 못한 일을 해내고 있는 홍대의 '그녀'들을 향한 고마움
그리고
그 모두를 뛰어넘어 새로운 희망 될
<이야기해주세요>에 대한 기대감,

2012년 5월엔
옛날 이야기해달라고 응석을 부리는 귀여운 손녀가 되어도 좋겠다.

거친 손으로 이마를 쓰다듬어주는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새끼제비처럼 조잘조잘 건네는 한마디
할머니~'이야기해주세요~' 네?네?
못이기는 척 이야기가 시작되면
그 다음은
우리가
귀를 열고 마음으로 들어줄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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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이야기는 시작됐고

지금 우리는
마음을 열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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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mbc 음악FM <정오의희망곡> 진행자이자 카페 <문화홀릭-샐러드>대표로서, 지역문화기획자로 활동 중.

컴필레이션앨범이란?
말 그대로 "편집음반, 기획음반" 정도로 풀이할 수 있으며, 그 영역은 편집에 따라, 기획에 따라 무한정하다. 현재 하나의 흐름이 되었고, 그 흐름은 영역을 더 확장해 나가고 있다.

(잠깐.여기서 릴리스는 성서에 나오는 이브 이전에 존재했던 최초의 여성.
자유의지에 따라 신과 남성의 지배를 거부하고 , 에덴동산을 떠났다고 전해짐.
1997년~1999년까지 이어진 여성중심의 축제 <릴리스페어>도
그 이름에서 따온 것)

*후원 모금 계좌
국민은행 269101-04-099039·예금주 송은지(소규모아카시아밴드 보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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