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사역사문화관 상영 3D영상 '품질논란'...공기관 대행사업 관행? 스마트미디어센터 일탈?
황룡사역사문화관 상영 3D영상 '품질논란'...공기관 대행사업 관행? 스마트미디어센터 일탈?
  • 김종득 기자
  • 승인 2021.03.19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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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제작한 3D영상 '화랑 월광의 꿈'. 영상은 현재 제작사측이 음향등 최종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기자가 19일 황룡사 역사문화관에서 영상을 관람하면서 촬영한 사진이어서 입체감등은 표현하지 못했다.
경주시가 제작한 3D영상 '화랑 월광의 꿈'. 영상은 현재 제작사측이 음향등 최종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기자가 19일 황룡사 역사문화관에서 영상을 관람하면서 촬영한 사진이어서 입체감등은 표현하지 못했다.

경주시가 황룡사 역사문화관을 찾는 관광객과 시민들에게 볼거리 제공을 목적으로 제작한 디지털 3D영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주시의회 한영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영상제작을 위해 편성한 예산의 상당액이 영상제작과는 무관하게 사용되면서 영상의 질이 형편없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제작을 주관한 재단법인 스마트미디어센터의 폐지 필요성까지 주장한 반면, 경주시와 스마트미어센터측은 공기관대행사업에 대한 오해이며 예산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9일 경주시와 스마트미디어센터등에 따르면 경주시는 2019년 신라 삼국통일 과정을 담은 3D영상 제작을 위해 예산 10억원을 편성했다.  기존 황룡사역사문화관에서 상영하고 있던 ‘호국의 염원, 황룡사’라는 영상물과 연계해 신라삼국통일 과정을 내용으로 한 3D영상을 제작키로 한 것.

당시 경주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사업설명서에 따르면 인건비(3D 배경 및 캐릭터 모델링, 애니메이션, 영상평집등) 7억6000만원, 경비(일반용역비, 추진비 등) 2억4000만원으로 편성했다. 

영상제작은 공기관 대행사업으로 경주시 출연기관인 재단법인 스마트미디어센터가 주관했다. 스마트미디어센터측은 영상전문 제작업체에 의뢰해 15분짜리 3D영상물로 만들어 지난달 25일 주낙영시장을 비롯한 관계부서 공무원, 전문가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납품전 시사회를 가졌다.

19일 기자가 경주시 왕경조성과의 협조를 받아 영상을 직접 본 결과, 만파식적과 문무왕의 유언에서 언급된 호국룡을 소재로 가상의 인물 화랑 월광이 김유신장군, 김춘추의 라당연합,기벌포전투 등 삼국통일 과정의 주요 역사적 사건 현장을 찾아다니며 신라인들의 지혜, 애국심등을 묘사하고 있었다.
현재 이 영상은 지난달 시연회 이후 음향등 일부 보완작업을 하고 있으며,  완료되는 대로 상영할 계획이다. 

한영태 의원 18일 기자회견서 "헛웃음만 나오더라"

한영태 의원이 1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영태 의원이 1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영태 의원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영상을 보는 순간 조잡함에 어이가 없어 보는 내내 훗음이 절로 나왔다”며 영상의 수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예산 전부를 3D영상제작에 사용하지 않아 최종영상물의 질이 매우 낮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주낙영 경주시장도 영상의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았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러면서 한 의원은 “애당초 10억원의 예산으로 2016년에 제작한 기존 영상과 비교조차도 못할 정도로 작품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예산의 방만한 사용을 영상의 질이 낮은 결과로 이어진 원인으로 꼽았다.

한 의원은 “예산지출내역서를 받아본 결과 영상 제작에 6억3000만원, 시나리오 콘티 제작에 1100만원, 메이킹필름 제작에 1900만원, 스마트미디어기간제 근로자 4명의 인건비 1억3700만원, 국내외 출장비 1300마원, 전문가 포럼 개최 1900만원, 회의운영비 990만원,황룡사역사문화관 스크린교체비 7800만원등이었다”며 “영상제작비용 6억3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 3억1400만원은 스마트미디어센터가 쓸데없는 지출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스마트 미디어센터가 수익을 남기기 위해 예산에서 칼질이 들어간 것 아닌가 추정한다. (영상)제작사에 가야할 돈이 제대로 안가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작품이 나왔다고 본다”며 스마트미디어센터측이 자체 경영개선을 위해 영상제작비의 상당액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나 스마트미디어센터측은 영상의 작품수준에 대해서는 한 의원의 주관적 평가이므로 언급할 것이 없다면서도 예산사용에 대해서는 공기관대행사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영상제작예산 10억원에는 영상물 제작을 위한 전문가 자문료를 비롯해 인건비, 콘티제작등 연구개발비, 시설비등이 모두 포함된 것인데 한 의원이 전적으로 순수 영상물 제작비로만 좁게 해석한데서 생긴 오해라는 것이다.

스마트미디어센터 관계자는 “기간제 근로자 채용에 따른 인건비, 스크린 교체 비용등의 예산사용은 모두 당초 영상제작비에 포함된 것이며, 사업변경신청때 경주시청 왕경조성과와 협의를 통해 진행했다”며 “영상제작 전문업체 선정 등은 전부 조달청 발주계약을 통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공기관 대행사업이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해야 할 사업을 공기관 등이 대행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예산집행을 한것이므로 문제 될 것이 결코 없다는 것이다.

스마트미디어센터 존폐도 거론

사진은 지난해 11월 (재)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에서  경상북도콘텐츠진흥원 동남권센터(이하 ‘동남권센터’) 개소 행사를 하는 모습.
사진은 지난해 11월 (재)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에서 경상북도콘텐츠진흥원 동남권센터(이하 ‘동남권센터’) 개소 행사를 하는 모습.

한영태 의원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부실하게 공기관 대행사업을 하는 스마트미디어센터를 존속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떨칠수가 없다”며 사실상 스마트미디어센터의 폐지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시의회가 경주시출연기관인 스마트미디어센터를 폐지시킬수 있을까?
시의회가 필요한 운영예산을 전액 삭감하면 사실상 운영을 중단 시킬수는 있다.

스마트미디어센터는 당초 지난 2012년 미래창조과학부 공모사업인 실감미디어 산업 R&D기반구축 및 성과확산사업에 선정돼 동국대경주캠퍼스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동안 실감미디어 기반구축사업을 진행했다.  총사업비 224억원 가운데 경주시가 부지매입비로 20억원을 투입하고, 센터건립비 71억, 연구장비 구축비 85억원등은 국도비를 투입했다. 그후 2017년부터 2022년까지는 성과확산사업 진행기간으로 국비지원이 중단됐다.

경주시는 이때부터 운영비와 인건비로 스마트미디어 재단에 매년 5억원씩 출연하고 있다.

한영태의원이 존폐를 거론한 것은 내년도 예산심사에서 스마트미디어센터에 대한 경주시 출연금을 전액 삭감할 경우 스마트미디어센터 운영은 사실상 전면 중단될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시의회 차원에서 내년도 예산심사때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 가능한 일일수는 있다.
6월로 예정된 시의회 행정사무감사때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예산집행의 문제점이 좀더 구체적으로 드러나고,12월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전액 삭감할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예산사용 규정을 위배 했는지 여부도 불명확하다.

한 의원은 “이번 영상제작과정의 예산사용이 공기관 대행사업 규정이나 법률위반이 되는지 여부는 모르겠다. 규정이나 법률을 이야기 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시기에 기자회견을 열어서 문제점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 의원은 경주시의 방만한 예산집행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을 환기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 의원은 “16일 열린 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 간담회에서 문제점을 제기했고, 간담회후에는 이렇게 끝내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며 “문화행정위 간담회 이후 행정사무감사에 대비하기 위해 상세자료를 받았는데, 기가 찬 내용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 알릴 필요가 있겠다 해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일부 기자는 이진락 현센터장의 임기만료 시기와 맞물려 ‘의도’를 묻는 질문도 했다.
이진락 센터장의 임기가 다음달 10일 만료되는데다, 한 의원이 기자회견을 개최한 시각은 공교롭게도 재단법인스마트미디어센터가 차기 센터장 임용 공고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를 연 시각과 동일했기 때문.

이에대해 한 의원은 “기자회견 개최를 마음먹기 전에 이미 이진락 센터장에 대해 유임이 안될거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기자회견을 해서 영향을 줄 이유가 없다”며 “경주시 예산이 방만하게 운영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말했다.
경주시의 방만한 예산사용을 알리기 위한 것일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공기관 대행사업 실태 점검 계기 삼아야 지적도

이번 스마트미디어센터 영상 논란을 계기로 관행처럼 시행되는 공기관 대행사업 집행실태에 대한 점검과 보완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에서도 스마트미디어센터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업들이 공기관대행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정확한 실태 점검과 함께 예산사용의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경주시의회에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것이기 하다.

제주도의회가 제주도의 공기관대행사업이 과도하고 무분별하게 이뤄지는데다 정산 및 실적보고는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공기관 대행사업의 원칙과 기준을 바로 세운는 차원에서  2019년 조례를 제정한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제주도의회는 △대행사업의 범위를 설정해 무분별한 대행 위탁을 제한하고 △대행사업의 적정성 검토 및 평가 △대행사업경비 부담 △대행사업 실적보고 및 정산에 관한 사항 △대행기관 선정기준 등을 명시하는 조례를 2019년 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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