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 탈시설 대책수립 촉구
420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 탈시설 대책수립 촉구
  • 경주포커스
  • 승인 2021.04.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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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이 14일 경주시청에서 '경주지역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선포식'을 열고 경주시에 대해 탈시설 대책수립을 촉구했다. 

기자회견형식으로 진행된 선포식에서 ‘420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은 푸른마을, 선인재활원 혜강행복한집 등 경주에서 연이어 발생한 장애인시설 인권유린 사건을 거주인을 격리해 억압하는 수용시설과 시설에서 권력을 장학산 설립자 세력이 만들어 낸 끔찍한 인권유인으로 규정하고 경주시를 향해 문제가 발생한 장애인시설의 폐쇄와 탈시설 자립정책수립을 촉구했다.

420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에는 경주겨레하나, 경북노동인권센터, 경주여성노동자회, 경주학부모연대, 경주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 경주지부 등 18개 정당·시민단체등이 참여하고 있다.

다음은 기자회견전문

좋은 시설은 없다. 지금, 여기에서, 함께 살자!

올해 4월 20일은 마흔한번째를 맞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다. 우리가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차별철폐의날로 부르는 이유는, ‘장애인을 위한 날’이 정작 당사자들이 겪는 차별을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를 베푸는 대상으로 가두는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권리를 가진 동등한 주체로, 동료시민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선언한다. 장애인을 위한다며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그것을 ‘복지’라 말해왔던 수용시설을 폐쇄하고, 지금 여기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고 선언한다.

지난 수십년간 수용시설은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유지되어왔다. 무능력한 국가는 장애를 가진 시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대신, 민간시설에 예산을 지원했다. 시설은 그 돈으로 재산을 불리고 몸집을 키우며, 마치 기업처럼 운영권을 세습했다. 지역사회에 갈 곳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는 ‘시설’만이 선택지로 주어졌다. 지역사회와 분리된 시설에서 온갖 인권유린과 비리가 반복되어도 장애인이 갈 곳이 없다는 이유는, 이들을 학대공간에 격리할 수 있는 강력한 논리로 되돌아왔다.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의 삶을 담보로, 범죄시설은 결국 살아남았다.

경주푸른마을, 선인재활원, 혜강행복한집에 이르기까지 경주에서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는 장애인시설 인권유린은 이 구조적인 문제의 결과다. 거주인을 격리해 억압하는 수용시설과, 시설에서 권력을 장악한 설립자 세력이 만들어낸 끔찍한 인권유린이다. 우리는 지난 수년 동안 범죄시설 폐쇄와 탈시설 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경주시청을 찾았다. 이 모든 문제의 유일한 해결은 시설을 폐쇄하고 장애를 가진 시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주시는 여전히 답이 없다. ‘범죄시설 봐준다’는 부끄러운 행정이 되풀이되는 상황에서도 ‘거주인이 갈 곳이 없다’는 이야기만 되돌아올 뿐이다. 갈 곳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갈 곳을 만들 의지가 없는 게 문제다. 사람이 죽고 맞아도, 시설이라는 분리정책을 유지하며 설립자 세력만의 범죄왕국을 지키는 경주시 행정이 문제다. 갈 곳이 없다면 이제라도 만들고, 바꿔야 한다.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고유한 개인으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정책과 환경을 바꿔야 할 몫이 경주시에 있다.

시설이 존재하는 한, 누군가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시설에 보내져 평생 사회로부터 격리된다. 필요한 돌봄을 받기 어렵거나, 가난하거나, 더 취약한 조건의 사람일수록 시설로 내몰린다. 시설에서는 오늘 하루 무엇을 먹고 언제 잠들지,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그 어떤 사소한 자유도, 욕구도 허락되지 않는다. 집단시설의 규율과 통제, 촘촘한 위계의 시간만이 흐를 뿐이다. 수용시설 그 자체가 거주인에 대한 제도적 학대이자 차별이다. 수많은 당사자들이 ‘시설은 감옥’이라고 절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경주에서 반복되는 범죄시설 문제를 끝내야 한다. 경주시는 장애를 가진 시민이 더 이상 ‘복지’의 이름으로 시설에 격리되지 않도록, 갈 곳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학대공간에 내몰리지 않도록, 시설폐쇄와 근본적인 탈시설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시설은 감옥이다! 거주인을 가두는 시설을 폐쇄하라! 시설은 학대다! 거주인을 학대하는 시설을 폐쇄하라! 시설은 차별이다! 장애인을 분리·배제·차별하는 시설을 폐쇄하라! 좋은 시설은 없다. 지금 이곳에서 함께 살자!

2021년 4월 14일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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