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예사 2명이 신라왕궁 월성 발굴전담...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인력확충 직제 승격 절실
학예사 2명이 신라왕궁 월성 발굴전담...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인력확충 직제 승격 절실
  • 김종득 기자
  • 승인 2021.05.1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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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모임 발족 두달만에 2400여명 서명받아 ...대정부청원 예정

경주지역 문화재단체 회원, 국내사학계 및 고고학계 연구자들을 주축으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인력확충을 위한 직제승격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신라왕경핵심유적을 비롯한 각종 국가중요 유적의 발굴조사, 연구, 정비, 보존, 교육, 관광자원화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현재 기관위상과 인력으로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조철제 경주문화원장, 진병길(사)신라문화원장,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명예교수, 안재호 전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김권구 계명대교수 가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승격을 촉구하는 경주시민모임(이하 경주시민모임)은 11일 오전11시 경주문화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를 향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기관(직제)승격 및 인원충원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연구소장 직급을 현재 4급 연구관에서 2급 고위공무원단으로 직제를 승격하고, 이를 통해 연구소 전문인력을 대폭확대 함으로써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신라왕경핵심유적의 체계적 조사, 연구, 보존, 정비, 교육, 관광등이 학술적으로 내실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직제 승격을 통한 전문인력 확충으로 신라학, 경주학, 왕경학 연구가 융합적으로 이뤄져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응해 역사문화자료의 콘텐츠 축적사업을 적극수행하고, 주변국의 역사왜곡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시민모임은 지난 3월15일부터 5월10일까지 경주시민 1200여명을 비롯 국내 사학계 및 고고학계 학자등으로부터 총 24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서명국민의 열망에 부응해 정부가 직제승격 및 인력확충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승격을 촉구하는 시민모임 공동대표들이 11일 경주문화원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승격을 촉구하는 시민모임 공동대표들이 11일 경주문화원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현실은? '발굴 연구전담 인력 부족'

시민모임이 ‘열악하다’고 진단한 국립경주문화재가 처한 현실은 어떠할까?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청 산하 지방연구소 가운데 가장 먼저 설립됐다.
1973년 신라권 문화유적 조사를 위해 설립된 경주미추왕릉지구발굴조사단, 뒤이어 1975년 설립된 경주고적발굴조사단 업무를 인계받아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문화재 조사 · 연구를 위해 1990년 1월 3일 설립됐다.

주요임무는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신라왕경 복원을 위한 학술조사연구를 기본으로 ‘대구·경북 전지역 소재 문화유적의 학술조사 및 긴급조사, 출토유물의 과학적 보존처리 및 복원, 출토유물의 보관관리 및 전시, 문화유적의 보존계획 수립, 기본적인 학술자료 제공, 사회교육 및 관광자료를 제공하는 것등으로 광범위하다.

최근들어서는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 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사적 제16호 월성내부 정밀발굴조사를 2015년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동국과 월지(사적제18호), 천마총, 황남대총등이 있는 대릉원일원(사적 제512호)에 속한 쪽샘유적, 신라대표 사찰 황룡사지(사적 제6호)등에 대한 발굴조사를 현재 진행중이다.

이처럼 방대한 4개의 신라왕경 유적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정원은 27명.
이 가운데 10명은 행정운영과 소속 지원인력이고 연구인력 가운데 학예연구관 2명, 학예연구사 8명등 10만 정규직 연구인력이고 나머지 5명은 전문임기제 계약직이다.
그나마 현재 결원1,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추진단 파견2명 등으로 24명이 근무중이다.

국내 고고학계 사상 최대 발굴조사로 평가받는 월성발굴조사의 경우 전문임기제 3명, 학예연구사 2명이 발굴을 책임지고 있다고 한다.
발굴조사는 학예사 2명이 전담하고, 전문임기제 직원 3명은 고고학 자료, 문헌사료, 동물연구 분야를 각각 전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종훈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월성의 경우 발굴하면서 정비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데 정비,복원관련 전담직원은 전무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수십년이 소요되는 장기간의 발굴인 만큼 발굴과 동시에 정비에 관한 연구도 동시에 진행하면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관련 연구인력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또한 “신라시대를 규명하려면 발굴 못지 않게 사료, 문헌연구도 매우 중요한데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에는 문헌,사료담당 연구자는 1명뿐이어서 국내외 문헌사료 발굴을 통한 복원 연구인원이 절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비슷한 업무의 일본 나라문화재연구소, 중국 섬서성 문화재 연구소에 비해서도 정규직 인력은 3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연구인력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문화재청 산하 지방연구소는 경주를 포함 부여, 가야, 나주, 중원 강화, 완주 등 7개다.
대부분 지방연구소의 인력, 예산규모가 업무량에 관계없이 경주문화재연구소와 비슷하다고 한다.

주보돈 공동대표는 이를 권투경기에서 플라이급과 헤비급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주보돈 공동대표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실제로 하는 일, 발굴, 연구기능을 보면 다른 6개 지방연구소를 모두 합쳐도 경주연구소의 역할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그럼에도 지방이라는 이름으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를 다른 지방연구소와)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로 볼수 있다”고도 말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업무량을 고려하지 않은 인력 예산 배정이 기관승격운동을 추진한 배경이라는 것.

10개 국립지방박물관 가운데 경주박물관 관장이 유일하게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2급이라는 사실은 경주가 차지하는 위상때문이며, 이것만 견주어봐도 국립경주화재 연구소의 기관승격 필요성은 명확하다고도 설명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의 위상만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기관위상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보돈 공동대표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요구하는 업무량에 비해 학예사 학예관이 절대부족하고, 대부분이 계약직”이라면서 “정규학예사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현재 제도하에서는 소장의 직급이 격상돼야 하므로 기관승격을 요구하는 것일뿐 단순히 소장 직급을 올리자는 취지가 아니다”며 학예 인력 확충을 위해 기관승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월성이나 황룡사의 발굴조사는 각각의 발굴조사가 공주나 부여 지역 전체의 발굴보다 무게가 더 있는데 학예사 한두사람이 일을 맡아 하는 구조화된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권구 공동대표(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경주학, 왕경학, 신라사 연구는 이제 자연과학 연구를 더해 융합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시점에 왔으며, 경주문화재연구소는 그 핵심거점기관으로 미래지향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며 “서명을 시작한지 7주만에 경주시민 1200명등 전국에서 2400명이나 동참한 것은 경주지역 문화재 대부분이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반면 그 핵심연구기관의 현실이 너무나 열악해 조기보완의 필요성을 절실히 공감하는 분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기관승격과 연구인력 확충은 국민적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정부의 호응을 촉구했다. 시민모임은 경주시민 및 학계, 전국민 서명을 추가로 받아 정부에 청원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서명문의 : 경주문화원 054-743-7182 및 (사)신라문화원 054-774-1950
 


아래는 서명운동 발기문 전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기제승격 촉구 서명운동 발기문

「천년왕국 신라의 왕경인 경주에 위치한 대표적인 지방 연구소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우리 민족의 소중한 국가적 문화유산이자 인류의 세계문화유산인 신라핵심왕경유적을 비롯한 각종 유적을 발굴조사, 연구, 정비, 보존, 교육 및 관광자원화 등의 역할을 맡아 착실히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제4차산업혁명시대에 부응해 역사문화자료의 콘텐츠축적사업을 적극 수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서 엄청난 새로운 학문적 성과를 냄으로써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적극 대응하고 전 국민으로 하여금 문화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맡은 바의 역할과 기능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제대로 감당해나가기에는 현재의 조직으로는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이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위상제고 및 기능강화를 위한 직제의 확대 개편(소장직급의 고위공무원단급으로 상향조정 포함)이 절실하므로 신속하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시길 청원합니다.」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승격을 촉구하는 시민모임 -
(공동대표: 조절제, 진병길, 주보돈, 안재호, 김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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