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사업 상당수 행정미숙으로 지지부진
대형 사업 상당수 행정미숙으로 지지부진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2.07.17 0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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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무감사 첫날] 문화관광분야 행정불신 초래 사례 수두룩

경주시가 최양식 시장의 공약으로 추진중인 문화관광분야 주요 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업무미숙과 무사안일이 겹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경주시의회의 문화관광국 행정사무감사에서 집중 제기됐다.
특히 경주시가 최양식 시장 취임 2주년을 맞아 공약 73건 가운데 완료된 것(12건)과 추진되지 못한것(8건)을 제외하고, 현재 추진중이라고 밝힌 53건 가운데 대형 사업 상당수가 시행착오나 행정미숙등으로 장기 표류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 16일 시의회 제1행정사무감사 특위에서 김영춘 경주시 문화관광국장(맨왼쪽)을 비롯한 과장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사례1  3년간 땅만판 서라벌연희테마단지(아트 빌리지)조성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09억원의 예산을 들여 약 7만5천㎡의 부지에 예술문화 창작, 향유, 교류, 유통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사업.
2010년 3월 기본구상및 계획수립 연구용역까지 완료했으며, 그후 2010년부터 2012년3월까지 3곳의 부지에 대한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문화재지표조사를 실시했던 3곳의  부지는 사업대상지에서 제외하고 제3의 장소를 사업대상지로 결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문에 예산, 시간낭비는 물론 당초 사업대상지로 거론됐던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발과 행정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당초 사업대상부지는 황남동 도솔마을부근, 흥륜사맞은편, 월정교 부근 천원마을 등 3곳.
경주시는 이들  부지에 대한 지표조사를 실시한뒤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사업대상 부지를 최근 석장동 982번지 일원으로 변경했다.
결국 2년여 동안 문화재 지표조사를 하면서 예산과 시간만 낭비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애당초 사업대상지로 알려졌던 황남동 주민들의 반발이 불거지고 있으며,  매장문화재가 많은 부적절한 곳을 사업대상지로 선정했던 경주시의 미숙한 행정에 대한 불신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동해 의원은 "황남동지역은 경주에서 매장문화재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것은 경주시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일인데, 행정기관의 신중하지 못한 일처리로 주민들의 불만만 초래하고 행정불신을 자초했다"며 "600억원이 넘는 대형 사업을 어떻게 이런식의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할수 있는지 이해 할수 없다"고 비판했다.

#사례2 실현가능성 불투명한 '새천년의 종 고분공원 조성'
=경주시 노동고분군에 약 50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새천년의 종, 종각설치, 광장등을 조성하는 사업. 

최양식 시장의 대표적인 공약이기도 한 이 사업은 당초에는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을 복제해 종을 만들고 종각을 설치하며, 신라의 두 화랑이 학문에 전념할 것과 국가에 충성할 것을 맹세한 임신서기석의 조형물도 설치할 계획이었다.
 
또한 신라시대 때 있었던 14면의 주사위로 신라 귀족들의 풍류와 놀이문화에 쓰였던 주령구 조형물도 설치해 테마파크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처음 공식명칭을 성덕대왕 테마공원으로 추진하던 이 사업은 그러나 지역문화계의 강한 반발이 일자 성덕대왕신종 복제종을 설치한다는 계획등을 수정해 새천년의 종 고분공원으로  변경해 추진하고 있다.
당초 국비 25억, 지방비 25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일부 수정했다.
전체 예산 50억원 가운데 약 12억5천만원은 시민모금 방식으로 조성한다는 것.
2011년4월부터 11월까지 스토리텔링 테마구상, 8천만원의 예산으로 연구용역 및 실시설계를 마치고 올해부터는 공원기반 시설을 본격적으로 조성한뒤 내년말  종각을 설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난색을 표명하면서 이또한 실현가능성이 매우 희박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호대 의원은 문화관광국 감사에서 "여러경로로 확인한바는 문화재청이 노동고분군의 현상변경 승인에 매우 비판적이어서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진의를 추궁했다.
이에 대해 최정환 경주시 문화관광과장은 "저희도 염려를 하고 있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 (현상변경)허가여부 의사를 타진중"이라고 말했다.
문화재당국의 판단에 따라 이 사업도 실현여부가 극히 불투명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 경주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신종. 경주시는 당초 이 복제종을 제작해 테마공원을 설치하려다 시민사회의 반발로 새 천년의 종으로 변경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 현상변경을 허가 받는 것이 관건이어서 실현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사례3 국비 받아 놓고도 집행못한  '신화랑 체험벨트(화랑마을)조성'
=경주시 석장동 산105번지 일원 28만㎡의 부지에 1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화랑교육, 체험, 휴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
2010년에 사업계획을 대부분 확정하고, 지난해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31억5천만원을 들여 실시설계가 시행중이고, 지난 2월 토지보상 공기관위탁계약까지 마쳤지만 토지매입은 전혀 진척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국비가 이미 113억원 이상 경주시로 내려온 상태이지만, 경주시 자체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토지매입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는 사이  지가상승으로 경주시 예산부담액만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밝혀졌다.

2011년 시점에서 108억원 가량으로 추정됐던 부지매입비가 지가상승으로 130억원을 상회할 정도로 인상요인이 발생했지만 경주시는 여전히 자체재원 부족을 이유로 토지매입에 착수하지 못했으며, 이 때문에 경주시의 자체 부담액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호대 의원은 "사업대상부지가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되면서 토지매입가가 연간 10억원씩 인상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미 113억원의 국비를 확보한 경주시는 자체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토지매입을 착수하지 않아 막대한 재정부담 증가가 불가피해 졌다"면서 "집행부의 무사안일,무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일반회계 예산이 부족하면 특별회계에서라도 재원을 확보해 조기에 토지매입에 착수함으로써 경주시 재정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 16일 김영춘 경주시문화관광국장이 엄순섭 시의회 제1행정사무감사특위 위원장에게 취합한 선서문을 전달하고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례4 다른사업에 묻어가기...'신라 육부촌 56왕전 건립'
=화백회의를 알려 신라건국이념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관광객들에게 신라 56왕의 업적을 알리는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겠다던 최 시장의 공약사업인 신라육부촌 56왕전 건립사업도 장기 표류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국비 350억원등 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경주시 일원의 적지에 6부및 56왕전을 건립하겠다는 사업구상은 지난해 국비확보에 실패하면서 크게 변경해 추진할 계획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비지원 요구를 했지만 문화재청이 이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고도보존계획에 포함하여 사업을 시행토록 했다는 것. 
이에따라 내년 예산편성에 반영하기 위해  올해는 타당성 조사에 필요한 예산지원을 정부에 별도로 신청할 계획이며, 사업대상부지도 특정하지 않는 대신 나정복원 사업과 병행해 실시하는 것으로 변경할 방침이라는 것이 확인된것.

박필관 경주시문화재과장은 16일 행정사무감사 답변을 통해 "내년부터 나정복원 사업이 시작되므로 이와 병행해 육부촌 56왕전 건립사업을 시행할 방침"이라고 경주시 계획을 설명했다.
이에대해 서호대 의원은 "실현가능성이 낮은 사업을 다른 사업에 억지로 끼워 넣는 방식으로 추진하면 안된다"면서 "시장의 공약사업이라고 해도 안되면 포기를 하든가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주시는 2014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가 2018년에 완공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사업의 실현가능성 역시 지극히 희박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애당초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여러 공약이 제시된데다, 경주시공무원들의 무사안일, 행정미숙이 겹치면서 문화관광분야 대형사업들이 줄줄이 부진을 면치 못하거나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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