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암선각화, 만월부인 아들출산 기원 그림
표암선각화, 만월부인 아들출산 기원 그림
  • 경주포커스
  • 승인 2012.09.1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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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서 박대재 교수 주장

▲ 지난해 4월 표암에서 발견된 선각화.
지난해 경주시 동천동 표암(瓢巖) 바위 표면에서 발견된 불당, 불탑, 불번(깃발) 등의 선각화는 신라 35대 경덕왕의 후비(後妃)인 만월부인(滿月夫人)이 아들을 낳고자 하는 기원을 담아 남긴 그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박대재 교수는 7일 경주 보문단지 현대호텔에서 동국대 신라문화연구소가 주최한 '새로 발견된 표암 암각화'라는 발표문에서 이들 암각화와 함께 발견된 문자를 "天寶二年滿月夫人干子上世也"라고 판독하면서, 이 선각화가 신라경덕왕대인 天寶2년(743년)에 있었던 왕비 만원부인의 干子를 위한 당번(幢幡. 불교의식에 사용하는 깃발) 봉안식을 묘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의하면 만월부인은 경덕왕이 원래 부인인 삼모부인(三毛夫人)이 아들을 낳지 못하자 그 후비로 들어갔다.
만월부인은 한동안 아들을 낳지 못하자 불국사 승려 표훈(表訓)이 하늘로 올라가 빌어서 나중에 혜공왕을 낳았다고 한다.

박교수는 이어 표암 선각화 조성시기의 상한은 동천동 일대에 사찰이 본격적으로 조영되기 시작한 8세기로 추정되며, 표암이 경주이씨 시조와 관련된 유적으로 주목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10세기 중엽이 그 하한으로 볼수 있으며, 따라서 이 선각화가 8세기~10세기 중영사이에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 학술대회 전경.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동국대 조경학과 홍광표 교수가 '경주 표암 선각화의 사찰경관적 의미'를 발표하고, 이어 같은 대학 미술사 전공 한정호 교수는 '표암 마애선각화와 신라의 마애선각상 비교고찰'을 시도했다.

홍광표 교수는 “표암 선각화는 세밀하게 그려진 도상이 아니라 그림으로 새겨진 것으로 매우 거친 정보를 담고 있어 이미지맵 정도의 투박한 정밀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그림에서는 어떤 것이 강조되었는지를 토대로 당시 사찰의 경관성을 살필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이 선각화의 내용을 상세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명문에 대한 차분한 해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특히 이 선각화에서 특별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 바로 불번의 존재인데 이것을 계기로 해 지금까지 남아있는 당간지주나 당간이 사찰에서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는지 대해 다시 한번 조명돼야 하며 불번에 대한 이해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라며 “향후 표암 선각화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논의를 통해 이것이 신라시대 한국불교의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확대 조명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정호 교수는 “신라의 마애불 가운데 선각상의 빈도는 의외로 적은 편”이라며 “경주 남산의 대표적인 선각상으로 알려진 남산 삼릉계 선각마애육존불도 엄격히 따지면 얼굴에 입체적인 음영을 표현해 선각상으로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표암 암각화는 “불전과 탑 조각에 보이는 선과 당간과 불번 조각의 선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면서 “당간과 불번 조각의 선은 신라 마애선각상에 보이는 자연스러운 선들과 차이가 없는 반면 불전과 탑상에 적용된 조각 선은 거칙고 선 테두리에 타격흔이 있어 딱딱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경주지역 마애선각상 각법과 차이를 보이는 생경한 조각기법은 표암 암각화의 진위여부를 의심케 되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표암 암각화 조각기법 문제는 향후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풀어야 할 과제”라면서 “최근 답사 도중 주의 깊게 관찰했던 함안 방어산 마애삼존불의 사례와 마참가지로 후대에 추각(追刻)되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제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홍국 위덕대 교수는 “좁은 암면에 선각된 대상의 상태와 기법의 차이가 현저해 마치 수년전에 조각된 것으로 보이는 좌측부분은 8세기대에 선각된 것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라면서 “하지만 표암 선각화는 동산문화재가 아니며 선각된 위치로 볼 때 사람들의 눈에 띄는 곳이 아니기에 위작 또는 추각됐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밝혔다.

표암선각화는 지난해 4월 주시 동천동 경주이씨 시조 알평공(閼平公)의 탄강지로 불리는 표암(瓢巖.경상북도기념물 제54호)에서 주변정비작업을 하던 중 발견됐다.
전체크기는 가로 150㎝, 세로 100㎝로, 높이 2.3m, 가로 2m 바위에 음각(갈아내기 기법)으로 새겨져 있으며 남쪽에서 북쪽으로 절의 입구인 산문(山門), 당간지주(幢竿支柱), 명문 12자 '天 寶 二 年(?) 月 夫 今(令) 子 上 世 也(?)', 삼층 목탑, 불전(佛殿), 승상(僧像)이 차례로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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