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영국문화 이야기 1. 또 다른 국회 의사당 ‘영국의 펍’
[연재] 영국문화 이야기 1. 또 다른 국회 의사당 ‘영국의 펍’
  • 경주포커스
  • 승인 2013.01.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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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식, 런던에서 전해주는 영국이야기-세번째 이야기

▲ 1393년 국왕 리차드 2세는 왕명으로 펍의 간판을 그림으로 그리도록 시책을 하달했다.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자들을 위해서 간판을 그림으로 그려 놓도록 한것이다.
기독교 문화권인 유럽에서 성당이나 교회는 어떤 나라를 여행 하더라도 만날 수 있는 훌륭한 건축물이다.
그런데 오래된 성당이나 교회 건축물에 들어 가면 화려하게 잘 장식이 된 스테인드글라스 감상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 대부분 성경의 내용과 연관이 된 그림들이 주류를 차지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읽고 쓰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하느님의 말씀을 사람들에게 그림으로 전하여 주고자 하였던 것이다. 라틴어로 쓰여진 복음서는 사제단과 귀족들 그리고 상류층 사람들만이 읽고 쓸 수 있는 문자 이었지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였으니 주님의 말씀을 전할 방법이 그림 외에는 별 도리 가 없었다. 즉 사람들과 소통 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그림을 유용한 도구로 사용을 하였던 것이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와는 의미와 목적이 다르지만 건물의 간판에 그림을 그려서 사람들과 의사 소통의 수단으로 삼았던 나라가 있다. 바로 영국이다. PUBLIC HOUSE 라고 부르는 영국의 선술집은 대중들의 사랑방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만큼 공공의 사랑을 듬뿍 받아 오고 있다. 그런데 오래된 펍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펍의 간판에 그림을 그려 놓았다는 것이다.

그 그림 또한 동물, 농기구, 꽃, 사람 얼굴 등등 다양 하기 그지 없다. 왜 그렇게 그림들을 펍의 간판에 그려 놓았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자들을 위해서 간판을 그림으로 그렸는데, 1393년 국왕 리차드 2세가 왕명으로 하달한 시책 이기도 하다. 영국에 있어서 펍은 그렇게 일찍부터 시민들과 대중들이 몰려 들었던 공공의 장소였다.

 
필자는 경주 출신으로 영국 옥스포드부룩스 대학에서 ‘음식 과 문화’ 에 관한 연구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런던에서, Eating, Dinning out Trend 분석 전문 컨설턴트 회사인 Fashionfood 21 Ltd 의 수석 컨설턴트(Directing Consultant)로 활동 하고 있다. ESSEN, 주간조선, 주간경향, 마이다스 등의 잡지에 음식과 사회, 음식과 문화에 관련하여 다양한 주제로 기사와 칼럼을 적고 있다. 영국의 pub은 장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로마가 영국을 지배하고 있었던 당시에 이미 tabernae 이라는 여관이 있어 숙박과 더불어 술을 팔았다. 로마가 영국을 떠나고 엥글로색슨 시대가 시작되면서 좀더 발전된 술집이라 할 수 있는 alehouse 가 등장한다. 중세 들어 십자군 전쟁이 유럽을 휘몰아 갈 즈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교와 관련된 순례자들이 많았다. 이때 등장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여관이라고 부르는 inn이다. 이즈음 벌써 alehouse와 tavern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드는 공공의 장소로 자리를 잡았다. 18세기에 접어 들면서 맥주 보다 값이 싸고 알코올의 강도는 훨씬 높은 진(gin)이 등장 하면서 지나친 음주는 영국의 사회적 문제로 등장 하기 시작한다. 정부는 beer house 를 더 많이 만들어 좋은 맥주를 일반 대중들에게 공급을 하고자 노력을 했다. 그 결과 많은 맥주 집이 생기기 시작했고 맥주의 종류도 더 한층 다양하게 된다. 이리하여 18c에 드디어 ‘public house’란 단어가 사전에 이름을 등재하기에 이르렀다. 인구가 더 많은 pub들이 도시를 중심으로 생겨 나게 되었다. pub은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세기를 거쳐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안정기를 누리게 되었지만 최근에는 현대식 바와 레스토랑 커피숍 등의 출현으로 인하여 예전의 인기와 위력을 잃어 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펍은 맥주와 독한 술을 팔았다.그러나 최근에는 커피,차 등과 같은 다양한 음료와 음식을 판다. 판다. /필자 주>

그러나 도시를 벗어나 지방이나 시골에서는 보여 주는 펍의 존재와 위상은 변하지 않고 있다. 현제 영국에는 약 6만개의 pub 이 있는 데, 잉글랜드와 웨일즈에 5만 3천개, 스코틀랜드 5천 2백개, 북아일랜드 1천6백여개 정도 이다.

그렇다면 대중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펍의 실체는 어떠 할까? 펍의 문을 열고 들어 가면 여기 저기 사람들의 대화 소리로 왁자찌껄 하다. 특히 퇴근 이후 저녁 시간대와 주말에는 아주 대만원을 이룰 정도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데 그 인간군상들의 부류 또한 다양 하기 그지 없다.

영국 펍이 ‘대중들의 사랑방’ 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한 눈에 파악 할 수 있다. 넥타이를 매고 말쑥한 차림의 영국 신사가 있는가 하면, 공장에서 일하는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도 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있는가 하면 이제 스무 살을 겨우 넘긴 학생들도 있다. 남자들도 있고 여자들도 있다. 한 마디로 영국의 펍은 18세가 넘는 사람이라면 국적불문, 성별불문, 직업불문하고 어떠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도 없이 모든 사람들의 출입이 가능하다. 심지어 행색이 남루한 거지도 출입이 가능한 곳이 바로 영국의 펍이다. 영국의 펍은 전통적으로 오전 11시경에 문을 열고 저녁 11시경이면 문을 닫았는데 이때까지 펍 안은 이렇게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드나들곤 하였다.<2005년부터 펍은 자율적으로 문을 닫는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 되었다. / 필자 주>

▲ 영국 국민들과 함께 해온 다양한 펍은, 간판을 그림으로 그려 문맹자들조차 건물의 용도를 이해하도록 했다.
영국의 pub은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여러 가지의 행사(event)들이 많았다. 특히 이러한 행사는 도시에서 지방으로 내려 갈수록 그리고 동네 펍(local pub) 일수록 종류도 많고 다양하며 그리고 자주 열린다.
이러한 행사 중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Sunday roast 라는 영국 전통식 음식이다. 말 그대로 일요일 펍에서 그릴에 훈제한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칠면조고기 등을 야채,감자 등과 함께 지역 주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로 파는 것이다. 이날은 동네 사람들의 잔치이다. 마치 아주 옛날 우리 한국에서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잔치를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사람들이 pub에 와서 Sunday roast 를 즐기면서 일주일간 있었던 여러 가지의 일상사들을 수다 떨면서 이야기 한다. 근대에 들어와서 축구가 전국민의 대중 스포츠로 정착을 하면서, 스카이 텔레비전이라는 유선 채널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프로 축구 경기를 보여 준다.
 
잘 알다시피 영국은 축구의 종주국 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영국 사람들의 열정은 과히 광적이다. 그 지방 연고의 팀이 게임을 하는 날이면 pub은 사람들로 빼곡히 들어 찬다. 이날은 미성년자들도 어른들과 함께 pub에 출입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 진다. 겨울철에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빙고게임을 한다.

가족단위 혹은 친구 단위로 테이블에 둘러 않아서 퍼즐을 맞추고 나중에 승자를 가려 상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pub 한쪽 모퉁이에 포켓볼을 칠 수 있는 공간과 다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 또한 마련 되어 있다. 마치 한국의 당구장에서 친구들이 모여서 놀고 있는 모습들을 생각 하면 된다.
최근에는 가라오케 설치를 하고 매주 특정한 날에는 사람들이 무대로 나가서 노래를 할 정도로 세월에 맞추어 사람들을 위한 행사도 변모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펍은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의 장소와 공간 이라는 역할은 변하지 않고 있다.

영국 펍의 가장 큰 특징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의 장소 라는 것이다.
상기 언급한 수 많은 행사들도 결국은 사람들과 사람들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징검다리 와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굳이 여러 가지 행사가 아니어도 펍은 대화의 장소로서 언제나 ‘열려 있는 공간’ 역할을 기꺼이 하고 있다. 아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펍에 가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로 많다.
원래 영국 사람들은 대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러한 대화는 종종 ‘토의’ 와 ‘논쟁’으로 돌변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토의’와 ‘논쟁’으로 돌변 하는 것 자체를 이 사람들은 대화를 시작할 때부터 이미 마음속으로 기대를 한다. 이야기와 대화의 주제도 다양 하다. 사소하고 정말 시시콜콜한 신변잡기에서부터 동네의 화제들, 신문에 발표된 무거운 주제, 심지어 심각한 정치적인 현안에 이르기까지 영국 펍에서 오가는 모든 이야기들의 주제들은 경계가 없다.

결국 영국의 펍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가장 자유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곳으로 정의가 된다. 따라서 영국에서 PUB은 세상 돌아 가는 이야기, 흔히 이야기 해서 ‘세간의 모습들’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정치인들이나 행정을 하는 관료 그리고 지방의 말단 공무원에 이르기 까지, 어떤 현안에 대한 여론의 동향을 듣고 파악하는 일, 즉 민심의 향배를 정확하게 듣고 보고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이 곳이 바로 PUB 이다.<실제로 지방의 동네 펍들은 그 마을 그리고 해당 도시의 난제들이나 행정,정치적 사안들을 해결하는 중지를 얻는 최적의 장소이고, 이곳에서 표출된 의견들은 결국은 문제 해결의 답안으로 채택 되는 경우가 다반사 이다./필자 주>

자고로 예로부터 사랑방 민심이 바로 백성들의 중지 아니던가. 영국의 사랑방 이라 할 수 있는 PUB은 바로 ‘소통’의 현장이고 ‘올바른 여론’의 실체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장소 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PUB은 영국의 심장 이다” 라고 사무엘 피프스는 높이 치켜 세웠다. “PUB은 영국 역사에서 하원의 역할을 했다” 혹은 “영국의 pub 은 제 2의 국회의사당’ 이다 라고 당당히 이야기 할 정도로 펍의 위상은 대단하다. ‘PUB’ 말 그대로 국민들의 생각과 의사를 주고 받는 민의의 현장인 것이다.

사실 영국이 의회민주주의 산실 이라고 이야기 하는 국회 의사당은 영국 어느 마을에서 만날 수 있는 펍 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 민의를 수렴하고 백성들의 중지를 모아서 정책적으로 잘 실현 하는 것이 바로 올바른 민주주의 실현하는 모법답안이 아니던가.

영국의 펍과 동일한 역할과 기능을 담당 하는 ‘공공의 장소’ 혹은 ‘대중들의 사랑방’ 이 유럽의 여러 나라들 마다 있었다. 유럽의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장소들이 해당 국가의 ‘역사적 발전’ 에 ‘진일보’ 하는 사명을 담당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나라들은 일찍 민주주의 라는 훌륭한 ‘정치 시스템’을 국가의 든든한 토대로 삼아 나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사람들의 중지’ 혹은 ‘백성들의 민의’ 혹은 ‘대중의 여론’ 혹은 ‘세간의 민심’ 들이 ‘사랑방’ 이라 부르는 이러한 공간들을 통해서 더러는 ‘과감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사안에 따라서는 ‘진지하게’ 논의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는 정책을 담당 하는 사람들과 국권을 책임 지고 있는 수상 과 왕들에게 전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펍은 이러한 역할을 최고로 잘 수행 하였던 훌륭한 모범사례에 해당 된다. 의회민주주의 산실 이라고 부르는 국회의사당이 런던의 템즈 강변 옆에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는 이유는 바로 영국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만날 수 있는 영국 사람들의 사랑방 ‘펍’이 존재 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펍은 바로 템즈 강변의 국회의사당을 굳건하게 지탱하고 있는 주춧돌과 같았다. 그리고 그 펍들의 존재 이유는 바로 존, 피터, 테이빗, 마크, 메리, 비비안, 줄리아 등과 같이 우리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다. 영국의 펍은 바로 이런 보통 사람들의 대화가 ‘소통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생생한 현장이다. 로마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지지 않았듯이, 의회민주주의 산실인 웨스트민스트 국회의사당도 어느날 갑자기 생긴 것은 절대 아니다.

‘소통’은 모든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는 가장 중요한 기초 이다. 나는 잘 ‘소통’ 하고 있는가? 우리 사회는 건전한 ‘소통의 문화’ 가 존재 하는가? 진솔하게 고백하며 성찰해 볼 시간이다. 오늘도 영국의 펍은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드나들 것이고, 여전히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것이다. 그리고 그 많은 이야기들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귀 동냥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정치인들 그리고 수상 그리고 여왕 이라 일컬어 지는 지도자들 이다. 그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사람 없이 수상 없고, 백성이 없다면 여왕은 존재 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의 주인은 사람이고 백성임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이임된 권력은 언제나 유한 하다. 자신들에게 잠시 위탁된 권력을 주인이 되찾아 갈 것임을 현명한 지도자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 권력은 언제나 백성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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