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영국인들의 생활문화-책 읽기
4.영국인들의 생활문화-책 읽기
  • 경주포커스
  • 승인 2013.03.0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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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식-런던에서 전해주는 영국이야기

▲40여개의 책방이 밀집해 있는 웨일즈의 산골마을  ‘Hay – on – Way’ . 세계적인 책 마을이다.
신정도 지나고 설날도 지났다. 신정이든 설날(일제강점기부터 구정이라는 말이 생겼지만...) 새해가 시작이 되면 모든 사람들은 각자 몇 가지의 결심들을 단단한 각오로 마음속에 다짐을 한다.
더러는 그 결심과 다짐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공공연히 공포를 함으로써 올해는 기필코 그 결심과 다짐들을 공수표가 아닌 실천사항으로 옮겨 보겠노라 배수진을 치기 까지도 한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보면 이러한 결심들은 나이가 든 사람들 보다는 나이가 젊은 사람들이 항목별로 보면 좀더 많고 내용 또한 거창하게 폼이 난다. 반면에 나이가 많을수록 항목도 작고 내용 또한 소박하고 현실적인 것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경주사람. 영국 옥스포드부룩스 대학에서 ‘음식 과 문화’ 에 관한 연구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런던에서, Eating, Dinning out Trend 분석 전문 컨설턴트 회사인 Fashionfood 21 Ltd 의 수석 컨설턴트(Directing Consultant)로 활동 하고 있다. ESSEN, 주간조선, 주간경향, 마이다스 등의 잡지에 음식과 사회, 음식과 문화에 관련하여 다양한 주제로 기사와 칼럼을 쓰고 있다. 영국에서도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새해의 꿈과 소망을 품고, 이루어야 할 목표를 설정한다. 과연 올해 영국 사람들은 어떤 소망과 꿈을 가지고 새해의 실천사항으로 마음속에 담았을까?
‘돈 많이 벌자’ 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자’ 일까? 아니면 ‘큰 집으로 이사를 가자’ 일까? 도대체 무엇을 새해의 각오 와 결심으로 결정을 했을까?

영국신문에 발표된 바에 의하면 올해 영국사람들이 신년결심으로 가장 많은사람들이 손꼽은 항목은 1위, ‘책을 더 많이 읽겠다’. 2위. ‘저축을 하겠다’. 3위, ‘살을 빼겠다’. 4위, ‘집수리와 단장을 하겠다’. 등이 상위 탑 4의 대답으로 나왔다.

영국사람들이 신년결심으로 이야기한것들을 보면그리 거창한 구호들이 별로 없다. 그리고 또한 자세히 보면 자신이 노력을 하면 할 수 있는,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들을 눈으로 확인을 할 수 있는 작고 소박한 것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 많은 항목들 가운데서 나의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1위로 나온 것이 바로 “책을 많이 읽겠다” 라는 것이다. 물론, 돈 많이 벌겠다. 출세나 승진을 하겠다. 큰 집을 사겠다, 멋있는 곳으로 휴가를 가겠다.. 등등의 세속적인 결심이나 포부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새해 목표의 최고 꼭대기 에 폼 잡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에 나는 주목을 한다.
 
▲ 영국사람들의 책읽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새해각오로 책 더 많이 읽겠다는 영국사람들
새해를 맞이 하면서 ‘올해는 책을 더 읽겠다’ 라고 결심을 한 것은 사실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장을 자세히 보면 ‘책을 읽겠다’ 가 아니라 ‘책을 더 읽겠다’ 라는 것이다. 지난해에도책을읽었는데, 올해는 책을 지난해 보다 더 많이 읽겠다 라는 의지가 보인다. 즉 ‘책을 항상 읽지만 새해를 맞이해서 올해는 지난해 보다는 책을 좀 더 많이 읽어서 교양과 식견을 쌓아서 지식의 인식을 넓혀 보자’ 정도로 충분히 해석이 가능하다.

영국 사람들은 책읽기를 정말 좋아한다.
17년을 영국에 살면서 이 섬나라 사람들의 생활이나 삶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영국 사람들의 ‘책 읽기 문화’는 사실 거의 범국민적인 생활 패턴이다. 책의 종류도 다양하다. 시에서 소설 등등과 같은 문학적인 서적에서부터 다소 어려운 인문학 서적 그리고 정치나 경영학에 대한 일반적인 서적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가장 눈에 확연하게 이 섬나라 사람들의 책 읽기 열정을 확인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어느 곳 에서든지 자투리 시간이 나면 책을 읽는다 것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나서 기다리면서 책을 읽거나, 공원에서 한가하게 누워서 책을 읽거나, 차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거나, 은행에 줄을 지어서 서서 차례를 기다리면서도 책을 읽는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5명중 1 명 꼴로 책을 읽는다. 심지어 펍에 가면 맥주 한 잔 시켜 놓고 앉아서 책을 읽으면서 자투리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은 볼 수 가 있다.

책읽기 인색한 한국인
반대로 한국 사람들은 책 읽기에 사실 좀 인색하다.
몇 년 전 한국 성인들의 35% 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는다 라는 통계를 언론에서 본적이 있다. 아마도 인터넷 혹은 각종의 전자 미디어 발전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의 인색한 책 읽기는 따지고 보면 근자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아주 오래 전에 한국에 있을 때 ‘독서 장려 운동’ 캠페인을 정부에서 국민운동으로 시작을 한 경우가 기억이 난다. 특히 가을을 ‘독서주간’으로 설정을 해서 책 읽기를 국민들에게 독려 하곤 했었다. 물론 책 읽기 라는 것이 시간을 필요로 하고, 적지 않은 돈이지만 책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지갑에서 돈이 지출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정직하게 각자의 마음속에 호소를 한다면, 책 읽기는 사실 각자의 관심사항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즉 근본적인 이유는 책과 별로 친하고 싶지 않은 우리들의 자세에 그 원인이 있다.

지난 연말에 한국을 방문 했을 때 책을 사기 위해서 광화문에 있는 ‘교보문고’에 들렀었다. 건물 입구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라는 커다란 표어를 읽었는데, 그 말이 그렇게 가슴에 확 박혀 들어 왔다. 맞는 말이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그 책은 바로 우리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독서 장려’ 혹은 ‘책 읽기를 독려’ 하는 것 자체가 “우리 문화는 후진국 입니다” 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책은 언제나 친구가 되어 줄수있고, 어떤 사람과도 시간과 공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지식과 교양과 양식을 넓힐 수 있는 최적의 대상이다. 선진국 일수록 이러한 현상은 분명 한국과는 다른 모습으로 전개가 되는 것은 바로 국민의 역량과 비례가 된다.

영국 사람들의 범국민적인 책 읽기에 대한 생활 문화의 한 단편을 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있다.
다른 아닌 ‘Hay – on – Way’ 라는 세계적인 책 마을이다.
웨일즈의 산골 오지마을에 있는 이 촌락은 조그만 시골 마을이다. 그런데 이 마을은 영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고 유럽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소문은 이제 관광명소로 이름을 날려서 차로 혹은 기차로도 찾아 오기 불편한 이 촌 동네를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찾아 온다.
 
▲이 마을에서는 책을 고른뒤 책갑은 깡통에 알아서 넣으면 된다. 
나 또한 2011년 봄에 고행을 하듯이 산길을 헤매면 차로 이곳을 찾아 갔었다. 조그만 마을 전체가 온통 책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번듯한 서점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책방’ 이라고 적는 것이 오히려 이해를 전하기에 빠르다. 이곳에서 파는 책들은 전부가 중고서적이다. 우리 한국에서는 아쉽게도 없어진 청계천의 중고 책방을 생각하면 된다.

약 40 여 개의 책방들이 마을을 찾아 오는 관광객들을 맞는데, 책을 찾아서 오는 사람들과 구경을 오는 사람들이 절반 정도 된다. 책 값 또한 천자 만별이다. 일반 서적들은 대부분 1-2 파운드 미만으로 판다. 예전에는 공짜로 책을 준 책방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책들이 건물 안에도 있지만, 뒷마당이나 앞 마당에 나무 판자로 만들어 놓은 선반에 책을 아무렇게나 줄줄이 세워 놓은 곳도 있다. 책 값도 그냥 깡통 하나를 덩그러니 달아 놓고 있는데, 사람들은 책을 싸고 돈을 그냥 깡통에 넣어 돌아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좀 귀한 책들이나 전문서적은 10 파운드를 넘고 이러한 책들은 책방 안 진열대에 잘 놓여 있다. 그렇지만 아주 귀한 희귀 본 들은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저렴하다.

이 책 마을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Richard Boots 라는 사람인데, 명문 Oxford 를 졸업한 사람인데 1961년 마을에 귀향을 하면서 이 일들 시작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이 일들이 성공을 할까 의구심을 가졌지만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가 생활 문화로 정착한 영국 사람들에게 삽시간에 소문이 나면서 대 성공을 이루었다. 아직도 이분의 서점인 ‘Boots Books’은 마을에서 가장 큰 규모로 건재하고 있으며, 이분의 별칭을 ‘king of Hay’ 라고 사람들은 부르곤 한다. 산간벽지 오지로 책을 찾아서 오는 사람들의 마음은 바로 책에 대한 열정이다.

어느마을 어느도시  어느 동네에서 중고책방 있는 영국
영국사람들의 책읽기에 대한 애정이나 생활화된 독서문화는 어느마을, 어느 도시,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중고 책을 살 수 있는 곳이 있다. 이러한 역할은 공인된 중고 책방들이 많이 있어서 그 일을 하기도 하지만 주로 ‘Second hand shop’ 이라 불러지는 중고 물품 판매 장소가 일익을 담당 한다.
영국 어느곳을 가더라도 항상 만날 수 있는이‘Second hand shop’ 은 집에서 사용을 하던 온갖 잡동사니들을 다 모아 놓고 파는 곳이다. 이곳에서 가면 반드시 가계 한쪽 켠에 책 꽃이 선반이 있고, 여러 가지의 책들이 줄줄이 놓여져 있는데 정말 껌 값도 안 되는 돈 몇 푼으로 살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가게에서 파는 책들은 대부분이 사람들로부터 공짜로 얻은 책들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읽은 책들을 봉지에 가득 담아서 이곳에 가져다 준다. 이러한 정신은 책 읽기라는 생활문화가 거의 취미나 다름이 없이 모든 사람들의 삶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을 쌓아 갈 수 있는최적의 방법 일 뿐만아니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람들을 만나 교제를 할 때, 엄청 나고 대단한 지식을 학자들처럼 든든한 내공으로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된다. 평소에 읽었던 평범한 이야기나 화두로도 충분히 사회적인 교제를 나눌 수 있다.
이런 자리에서 독서를 통해서 습득한 교양은 그사람의 수준을 가늠할 수있는 좋은 척도이다.
신문을 보든지, 책을 보든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든지 무엇이든지 간에 교양을 함양 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책 읽기는 그 중 가장 으뜸이다.

책을 많이 읽는 영국 사람들을 보면서 선진국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바람직한 생활문화의 모범적인 사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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