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희원(樂喜院), 한옥의 편안함과 여유
락희원(樂喜院), 한옥의 편안함과 여유
  • 김희동 기자
  • 승인 2013.03.28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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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별곡-4] 교통편리 동부사적지 인근 장점

  

▲ 경주 관광지와 인접한 한옥에서 하룻밤은 많은 이야기를 만든다.

봄이다 경주에 봄이 왔다.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게 지금 경주가 벚꽃 그림자로 흔들린다. 경주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는 서라벌여중 앞 도로변에는 소녀들의 웃음처럼 터지는 연분홍 꽃망울이 곱다. 돌담의 운치를 가득 머금고 있는 대릉원 돌담길에는 포토 존을 따로 만들어야 할 정도로 관광객들이 사진 찍기에 욕심내는 장소다. 승용차를 포기하고 서천을 걸어서 건너야 벚꽃 향을 느낄 수 있는 흥무로 벚꽃, 경주사람은 아예 처음부터 포기한 보문단지 입구 북군동의 벚꽃 등 한 열흘간 경주를 꽃 대궐로 관광객을 불러 모으며 관광의 시작을 알린다.

경주에 산다는 이유로 타 지역의 친구들로부터 콘도 예약을 부탁 받은 경험이 일 년에 한 두번은 있을 것이다. 관광성수기에 콘도나 호텔, 펜션, 심지어 터미널 부근의 모텔까지도 주말에 방 잡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오랜만에 어렵게 부탁을 받았는데 방을 못 구해 쩔쩔매면서 ‘우리집에라도 재워 줘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논어 학이편에 ‘有朋이 自遠方來하면 不亦樂乎라’ 친구가 먼 곳에서 온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맞다 어찌 기쁘지 아니 할 수 있겠나. 그 친구가 고등학교 다닐 때 담임 몰래 화장실에서 담배꽁초를 서로 나눠 피고, 야간 자습시간에 담 너머로 도망간 친구였다면 회사동료, 고모, 삼촌 다 동원해서라도 콘도를 예약해 고향에서 잘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거다.

차 한 잔도 이웃집에서 마시기는 것이 불편한 요즘이다. 그래서 골목마다 우후죽순처럼 들어 선 그림처럼 예쁜 카페에는 주부들이 서너 시간 죽치고 앉아 수다를 떤다. 개인들의 사생활을 철저히 보장받고 싶은 이 시대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그것도 가족까지 함께 여행 온 친구를 재운다거나, 친구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 다는 것은 스스로가 민폐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이쯤 되면 ‘미리 좀 알아보고 여행을 다니지’ 하는 푸념 섞인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한글 문서작성에도 ‘미리보기’가 있는데 말이다.

본격적인 관광성수기를 앞두고 경주에서 할머니 댁을 방문한 듯, 외가를 찾아 온 듯, 인정 넘치고 따뜻한 경주의 게스트 하우스 ‘락희원’을 미리 찾아 가 보았다.  

▲ 오밀조밀 봄 화초들이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햇살 잘 드는 마당, 아련한 추억을 품은 한옥

1947년에 지었다는 락희원은 ㄷ 자형의 전형적이 한옥으로 남쪽이 확 트여 있다. 이집 주인 이상문씨(67), 장옥수씨(63) 부부는 5년 전 살던 집을 개조해 경주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고향집을 찾아 온 듯한 정겨움과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안채에 3개의 방이 있고 동서로 4개의 방이 있으며 이들 한 가운데 넓은 정원이 있다. 그 정원에는 빨갛게 꽃을 피웠다가 똑똑 고개를 꺾으며 떨어진 동백과 새잎을 쏙쏙 빼어 물고 있는 작약 등 주인의 손길을 받은 화초들이 기지개를 펴며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기왓장을 둘러놓은 작은 화단에는 새침떼기 봄꽃들이 한가득 꽃을 피우고 알록달록 고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향토 온돌방에 누워서 바라본 천정에는 기둥과 기둥을 건너지른 대들보가 원래 나무의 색깔을 보여주며 튼튼히 지붕을 떠받들고 있다. 나무 만지고 조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이 만들었다는 옷을 걸어 두는 횟대는 방에 어울리게 만들다 보니 모양이 조금씩 달라도 고풍스러운 멋을 더해 주며 장식의 효과도 겸했다.

한옥의 단점이라면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한기다. 그러나 락희원에서는 그 걱정은 잠시 접어 두어도 좋을 것 같다. 방문은 2중으로 설치했으며 한지 위에다 유리를 덧대어 겨울바람을 꼭꼭 여며 놓았다. 또 운치를 더 하는 것은 방문고리에 숟가락을 하나씩 걸쳐 놓은 것. 처음에는 집에 있던 놋숟가락을 걸어 놓았는데 손님들이 신기해하며 여행 온 기념으로 갖고 가 버려 놋숟가락이 몇 개 남아있지 않아 일반 숟가락을 걸어 놓았는데 이 마저도 탐(?)는 손님들이 많단다.

여행객이 숙소로 돌아와 쉬기에 이른 오후 7시. 댓돌 위에 놓여 진 두컬레의 운동화에서 다정함이 묻어난다. 저 신발은 오늘 경주 어디를 다녀왔을까 여행객들이 궁금해졌다.

 

락희원에서 만난 여행자들

친구와 함께

“여성 여행객을 위한 배려, 큰댁에 다니러 온 듯해요”

▲ 김미연씨와 박정아씨가 경주 관광안내도에서 안압지를 찾고 있다.
수원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김미연씨(35)와 박정아씨(35)는 고등학교 친구사이라고 했다. 
경주의 벚꽃이 유명하다고 해서 둘다 휴가를 내고 1박2일 일정으로 경주를 찾았다. KTX를 타고 신경주역에 도착해 51번 버스를 타고 첨성대에서 내렸는데 락희원을 찾기가 쉬웠고 교통이 이렇게 잘 연결 될 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인터넷으로 보고 예약을 했는데, 인터넷에서 본 것보다 더 아름답고 정겹게 느껴진다고 했다. 도착해 짐을 풀고 먼저 불국사와 석굴암을 다녀왔는데 조금 쉬었다가 안압지 야경을 보러 갈거라며 겉옷을 하나 더 챙겼다.

김미연씨는 “여행할 때 늘 게스트하우스를 많이 이용했지만 침대가 아닌 온돌방은 처음이고, 방에 욕실이 있어 사용하기 편해 여성 여행객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고 감탄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주변에 있는 한옥마을과, 최씨 고택, 첨성대를 둘러보고 일찍 수원으로 올라 갈거라며 “벚꽃 보러 왔는데 활짝 핀 것을 못보고 가서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인터뷰 내내 소녀처럼 재잘거리며 웃었다.

가족과 함께

“천년 경주를 그대로 닮은 락희원의 밤이 좋아요”

▲ 꼭 한번 더 들르겠다고 락희원의 주인 이상문씨게에 인사를 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경주의 마지막여행지 남산으로 향했다.
전주에서 경주까지... 거기다 아들 3형제를 학기 중에 학교를 보내지 않고 체험학습으로 돌리고 경주를 찾은 열혈 엄마 아빠. 고만 고만한 사내아이 세 명이 번갈아 가며 마루로 방으로 또 마당을 오고 가는데 가만 보니 두 명이 똑 같이 닮았다.

전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하는 박춘금씨(41)씨는 아내 이옥경씨(39), 맏이 선제(11), 쌍둥이 선준, 선채(9)를 데리고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오고 다시 찾은 경주가 고향집 같이 포근하다며 즐거워했다.

춘금씨는 “어제 여기서 묵고 오늘은 서울로 가려고 했는데 내일 하루 더 경주 남산을 관광하고 가야겠다”면서 “아이들이 한옥 집이 좋다고 하고 또 황토방이라 여행에 피곤한 몸이 자고 나니 개운하다”고 말했다.

어제는 첨성대와 반월성, 안압지 야경을 구경했고 오늘은 천마총을 시작으로 불국사, 석굴암, 읍천항 벽화를 구경했다며 누에고치를 풀어 놓듯 줄줄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읍천항을 돌아보는데 낚시꾼들이 숭어를 잡아 올리는 걸 보고 낚시 광인 춘금씨는 낚시 도구를 챙겨 2시간 정도 낚시를 했다고. 그런데 옆에서는 20마리 정도 잡아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는데 춘금씨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아 ‘물고기도 낯선 사람을 깔보고 입질을 안하는 가보다’ 며 낚시대를 걷었다고 한다.

이들 가족은 따로 만들어 놓은 식당에서 락희원 주인장의 무한 무료로 제공되는 라면을 끓여 먹으며 하루의 여정을 마감했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더하자면 아내 이옥경씨의 통큰 찐계란 사랑. 옥경씨가 식당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여성 여행객들에게 찐계란을 나눠 주며 “여행 출발 전 계란 한판, 서른개를 쪘는데 이렇게 나눠 먹을 수 있어 다행이예요”라고 하자 계란 한판이라는 말에 놀랐는지 젊은 아가씨는 사래가 들어 콜록콜록 거렸다.

 ▲ 서울에서 온 김수진씨(28) , 고승아씨(28) 가  저녁으로 간단하게 라면을 먹고 있다.
호스트 인터뷰

“내 집 같이 여기며 마음 편하게 쉬었다 가기를…”

▲ 안주인 장옥수씨
락희원의 안주인 장옥수씨는 결혼해서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고 있다. 결혼 할 당시 집 모양 그대로라며 그때는 시부모님과 시고모, 시동생 등 대 가족이 살았다고 한다. 거기다 1남 2녀의 자녀를 두어 늘 이집은 가족들로 북적 거렸고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게 바쁜 날을 보냈다. 그러다 시동생들이 결혼해 집을 떠나면서 방이 비어 세를 놓았다. 물세 전기세 계산해 받기가 힘들고 나이를 먹고 남편이 직장에서 퇴직을 하자 아들이 조심스럽게 집을 리모델링해 게스트하우스를 해보자고 했다. 지금도 시어머니를 모시고 며느리로 살아가면서 큰 살림을 이끌어 가는 장옥수씨가 존경스러웠다.

-락희원의 특별한 자랑거리는?
“무엇보다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에 관광명소들이 에워싸고 있고 손님들이 걸어서 관람을 할 수가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반월성을 산책하는 여행객들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고분 사이를 걸은 것에 대해 다른 어느 여행지에서 경험할 수 없는 거라며 좋아들 한다.”

-한옥을 관리하느라 힘들지 않는지?
“게스트하우스를 하겠다 생각하고 개조 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이 편리함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옥은 불편하다는 선입관을 갖고 있는데 다녀 간 분들은 조용하고 마당이 넓어서 오래 머물고 싶다고 말해주어 청소하고 정원을 관리하는데 조금 힘들어도 사람들 만나는 것이 즐겁다.”

-황남동에는 이런 게스트 하우스는 몇개나 되나?
“5년 전 우리가 시작할 때는 경주에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황남동에만 해도 사랑채, 꽃자리, 첨성대민박, 꽃마을팬션 등 자꾸 생겨나고 있다. 한옥 도시민박을 통해 노인들이 생활비를 버는 것은 좋은데 많이 생겨나서 조금 걱정이 된다.”

 

▲ 락희원 찾아오는 길
경주 락희원 찾아 오는 길

경주시 황남동 지영길 147번지

전화번호 : 054-745-6295, 010-4145-6295

홈페이지 : http://www.luckywon.kr/

가격 : 2인 1실 황토방 4만원, 4인 가족실 항토방 7만원(일~목까지며 주말 금,토는 1만원 추가)

 

 

 

쌀과 음식물을 갖고 오면 음식을 마음대로 해 먹을 수 있게 식당이 개방돼 콘도처럼 이용할 수 있다. 외국인은 아침으로 커피 토스트를 제공하고 내국인은 라면과 김치, 차 종류를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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