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삶의 일부, 공원
영국인 삶의 일부, 공원
  • 경주포커스
  • 승인 2013.04.0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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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식, 런던에서 본 영국이야기] 5. 영국의 공원

영국을 알려면 공원으로 가라...

영국에 가면 반드시 가 봐야 할 곳이 있다. 아니, 가서 걸어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공원이다. 공원은 영국 사람들의 삶의 일부라고 이야기 할 만큼 중요 하다. 그래서 영국 사람들의 일상이나 생활을 한 단편들을 소소히 보고 싶다면 반드시 영국의 공원에 가서 공원을 거닐고 있는 이 섬나라 사람들의 모습들을 스케치 해 봐야 한다. 그래야만 영국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만큼 공원은 영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중요하다.

지난해 본지 경주 포커스에서 적은 펍 이 영국 사람들의 사랑방 이라면, 공원은 영국 사람들의 넓은 안 마당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국의 공원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살펴 보자.
우선 영국의 공원은 규모가 다양 하고 종류가 많다. 이렇게 크고 작은 공원들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크게는 몇 백 만평에서 작게는 수 천 평까지 아주 다양하다. 보기 쉬운 예로 필자가 살고 있는 런던만을 한 번 살펴 보자. 런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영국 그리고 전세계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하이드 파크는 80 만평이다. 가운데 호수를 경계로 켄싱턴 파크가 40 만평이니 두 곳을 두루뭉실하게 이야기 하면 120 만평 공원이라 이야기해도 좋다. 그냥 120만평 이라고 하면 얼핏 상상이 안될 것이다. 한국에서 넓은 캠프스를 자랑하는 영남대학교가 약 100 만평이라고 하는데 이와 견주어 보면 될 것이다.

공원이 너무 넓어서 차들이 공원 가운데를 가로 질러 다닌다. 그런데 하이드 파크에서 차로 10여 분 만 가면 리젠트 파크가 있는데, 크기는 거의 하이드 파크의 두 배 정도가 된다. 그리고 차로 5분 거리에 그린 파크가 인접해 있다. 도심에서 차로 약 40 분 정도 템즈 강을 건너 남쪽으로 내려 가면 리치몬드 파크가 있는데 약 300 만평이 넘는다. 공원에 사슴들이 떼를 지어 군락을 이루면서 살고 있다. 차로 공원을 지나가면 사슴들이 다니는 길목이니 천천히 서행해서 운전하라는 표지까지 있다.
런던에만 해도 이렇게 크고 작은 공원들이 자그마치 약 700 여 개 정도가 된다.
한국의 수도 서울에는 과연 몇 개의 공원이 있을까? 아마 1분이 채 되지도 않은 촌각에 몇 개가 되지 않은 공원들이 명확히 손 가락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런던에만 700여개 공원 보유한 '공원나라' 영국

▲ 리치몬드 파크. 영국의 공원은 영국인 삶의 일부다.
이렇게 많은 공원들은 비단 런던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맨체스타, 버밍험, 뉴카슬, 리버풀 등과 같은 대도시 에서 노팅험, 카디프, 에딘버러, 글라스고, 등등 지방의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공원은 금방 찾을 수 있다. 즉 공원은 도시를 이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존재로 필수 사항처럼 간주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많은 공원들이 만들어 질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고, 공원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무엇이며, 왜 이렇게 많은 공원들이 영국 사람들에게 중요한 삶의 공간이 되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것이다.

우선 영국이 이렇게 많은 공원을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들로는 땅이 넓다는 것이다.
사실 땅이 넓다는 이야기를 수치로 말하면 잘못된 말이다. 국토면적이 약 24만 평방 키로미터가 되니 한 반도 보다는 좀더 큰 면적을 가진 나라이다. 그러나 영국은 국토의 대부분이 평지로 이루어진 섬 나라이다. 산은 이 섬나라 저 꼭대기 스코틀랜드에나 가야 볼 수 있다. 따라서 토지나 땅을 활용 할 수 있는 여지는 산들이 대부분의 국토를 차지 하고 있는 우리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천혜적인 자연조건으로 인해서 영국은 당연히 공원을 쉽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의 이점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넓은 평야나 토지가 많다고 해서 공원이 이렇게 많다 라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공원은 그냥 버려져 있는 들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활동을 하고 최소한의 사회적인 공간으로서 활용이 되기 때문에 그냥 버려진 초야의 들판이나 녹지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조깅을 할 수 있는 길도 있고, 소담스럽게 가꾸어진 꽃밭도 있고, 산책을 할 수 있는 작은 오솔길도 있고, 가만히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도 있다. 그리고 좀 규모가 있는 공원은 연주회를 열 수 있는 무대도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어떤 공원은 겔러리 까지도 있다. 게다가 공원은 잔디를 일정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일도 꾸준히 한다. 따라서 영국의 공원은 소유가 엄격히 정해져 있고, 그 공원이 소속된 구청이나 시청에서 사람과 비용을 투입하여 그 공원이 공익의 장소로서 대중들이나 지역 사람들에게 유익한 공간으로 활용이 될 수 있도록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의 의지나 노력이 제도적인 장치나 행정의 도움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이성적인 결과의 산물이란 것이다.

지자체들의 관리정성

그냥 쉽게 이야기 하면, 사람들에게 필요한 소중한 공간이니 정부나 지방자치 혹은 소속구청에서 배려를 해서 관심을 가지고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땅이 넓어서 공원이 많다 라는 단순한 비교를 한다면 그 사람은 지극히 단편적인 사고로 영국의 많은 공원에 대한 심플한 이해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많은 공원들은 도대체 어떻게 활용이 되어 영국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을까? 란 생각이 들것이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공원은 영국 사람들의 삶의 일 부분이다. 따라서 영국의 공원을 거닐어 보지 않고서 영국을 이야기 하는 것은 모순이라 말까지도 나온다.

▲ 하이드파크
영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공원은 그냥 ‘생활의 일 부분’ 이라고 보면 된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영국의 공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마치 우리가 시내로 외출을 나가서 한잔의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오고 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듯이 말이다. 혼자서 천천히 생각을 하면서 산책을 하는 사람,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거닐고 있는 연인들, 잔디밭에 누워서 책을 보는 사람, 친구들과 여럿이 모여서 호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젊은이들, 가족들과 자리를 펴고 앉아 애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는 부부들, 이젤을 갖추고 나와 풍경을 그리고 있는 아마추어 화가들,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산책을 시키는 사람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조깅을 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햇볕이 정말 좋은 날은 아예 수영복 차림으로 와서 선탠을 하는 사람들…등등, 우리가 생각을 하고 상상을 할 수 있는 모든 삶의 일상들이 공원에서 하나도 빠지지 않고 펼쳐지고 있다.

다양한 기념행사 소통공간으로서의 공원

▲ 하이드파크
공원은 또한 지역사회의 공적인 일들에도 소중한 공간으로 활용이 된다.

의미 있는 지역의 행사 즉 영국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각종 구호단체나 사회단체를 위한 자선모금행사라든가, 그 지방의 중요한 축제라든가, 국가적으로 반드시 기념해야 할 경축일 등과 같은 공공의 행사들이 열리는 곳이 바로 공원 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일상의 일들이 공원에서 일어나니 공원이 영국 사람들의 삶이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 이러한 이유로 공원은 이 섬나라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상기에 필자가 적은 물리적인 실체로서의 공원이라는 존재 그리고 그 공원이 영국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현실적인 기능은 실존의 철학에서 규명한다면 굉장히 피상적이다. 영국 공원이 주는 가장 중요한 것은, 푸른 녹지가 사람들에게 주는 정신적 육체적인 위안과 평안, 이것이 실로 엄청 나다는 것이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중요한 요지이다. 요즘 하는 말로, 힐링- healing- 의 장소로서 이만한 장소가 어디에서 찾을 수가 있을 까? 사실 공원을 두고 healing 이라는 말과 연관시키는 것 자체가 보기에 따라 상당히 모순을 안고 있는 단어이다. 사람과 자연은 원래가 하나 이었지 않나?

오래 전, 당시 유학생 신분으로 연구소에 있을 때, 한국에서 오신 정부 관료들 몇 분을 모시고 통역을 한 기억이 있다. 그때 방문한 곳이 영국 왕립 공원(Royal Park 인데 왕실 소유의 여러 공원을 담당하고 관리하는 회사) 이었다. 통역 말미에 우리측 정부 관료 한 분이 질문을 하셨다. “공원이 사람들에게 주는 편익이 무엇이라 생각 하십니까?” 라고 말이다. 그때 답변을 하셨던 Royal Park 의 관계자 분의 대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자연만큼 인간에게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요? 공원은 자연이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 입니다” 참 심플한 대답을 그분은 우리에게 했다. 그런데 그게 정말 맞는 말이고 명답이라고 생각 한다.

 
경주사람. 영국 옥스포드부룩스 대학에서 ‘음식 과 문화’ 에 관한 연구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런던에서, Eating, Dinning out Trend 분석 전문 컨설턴트 회사인 Fashionfood 21 Ltd 의 수석 컨설턴트(Directing Consultant)로 활동 하고 있다. ESSEN, 주간조선, 주간경향, 마이다스 등의 잡지에 음식과 사회, 음식과 문화에 관련하여 다양한 주제로 기사와 칼럼을 쓰고 있다. 필자의 가장 큰 행복 중 하나가 고향을 경주로 두고 태어난 것이라고 이 칼럼을 처음 적을 때 독자 여러분들께 말씀을 올렸다. 고향을 경주에 두고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정말 행복하다.

대한민국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경주만큼 풍족(?)한 녹지를 확보한 도시는 없다. 물론 인구비례로 절대 평가를 해 봤을 때 경주가 결코 풍족한 녹지를 확보한 도시라고는 결단코 이야기 할 수 없다. 한국의 다른 도시 보다는 녹지가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인간에게 필요한 절대 녹지가 인접한 생활공간이 넉넉히 있는가에 대해서는 경주 시민과 행정관료 모두가 고민을 해 봐야 한다.

만약 경주가 현재의 녹지들을 잘 보존을 하고, 좀더 나아가 어려운 환경이지만 녹지를 좀더 확보를 한다면, 고향 땅 경주가 문화의 고도로서 뿐만 아니라, 역사문화와 자연이 잘 어울려진 훌륭한 ‘문화 명품도시’로 거듭나서 대한민국을 healing 할 수 있는 최고의 ideal city 의 모범 사례로 우뚝 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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