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렛길 후기1] 문무대왕 호국릉과 길
[둘렛길 후기1] 문무대왕 호국릉과 길
  • 박철호 시민기자
  • 승인 2013.05.3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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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역사, 흔적을 찾고 배우는 길

▲ 글 : 박철호
25인승 미니버스가 꽉 찼다. 몇몇은 동네에서 낯이 익고 또 대개는 낯 선 사람들이었다. 인터넷언론사 경주포커스가 주최하는 경주둘레길 탐사를 함께하게 된 사람들이었다.

일정 구간을 나누어 2년여 동안 한달에 한번, 주말을 이용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경주시 경계의 둘레길을 돌아 보자는 취지의 경주 둘렛길 탐사 프로그램을 처음 알게 되었을때 선뜻 참여를 신청했다. 멋진 기획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은 물론 이따금 TV나 여행잡지에서 소개되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은, 가보고는 싶지만 실제로 선뜻 나서지 못하는 길들이다.
반면 우리가 걸어보고자 하는 경주 둘렛길은 내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에서 쉬이 걸어 볼 수 있는 길이고, 어쩌면 그 모든 멋진 길들보다 꼭 먼저 걸어 봐야 할 우리 지역의 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말 그대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신라천년의 고도 경주가 아니던가? 그 어떤 길에 견주어 무엇 하나라도 부족할 것인가?

▲ 김윤근 신라문화동인회장이 양남으로 이동하는 버스안에서 동해안으로 향하던 옛 신라 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 일행이 탄 버스가 문무대왕 수중릉이 있는 동해바다를 가는 추령고개를 지날때쯤 신라문화동인회 김윤근선생님이 역사문화 해설을 시작하셨다.

"지금 우리가 지나는 이곳 추령고개에는 신라시대 왕들이 이 고개를 우회하여 기림사를 지나 감포 바닷가 문무대왕님의 수중릉으로 가던 마차가 지나던 마찻길이 지금도 남아 있어요.
삼국의 통일을 완성한 문무대왕님의 위대한 업적과 세계에도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왕의 수중릉이 감포 앞바닷에 있다는 것은 다들 잘 아시죠?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도 세계여행을 많이 다니는 지라 인도의 타지마할 궁전같은 것을 보고와서 정말 웅장하고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곳이라고 입에 침을 튀는 사람들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보세요. 수많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 고작 자기가 사랑했던 죽은 아내를 추모하기 위해 지어졌다는 인도 무굴제국의 타지마할 궁전과 통일의 대업을 이룬 시대의 막강한 왕권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오로지 호국과 애민의 정신으로 소박하게 감포 앞바다에 능을 만들어 주면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던 유지를 남기신 신라 30대 문무대왕님을 비교해보세요. 세계인에게 내놓고 자랑할 역사문화유적이 정말 어떤 것일까요?"

김윤근 선생님의 역사해설은 마치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듯 했다. 열정적이고 흥미진진한 선생님의 해설을 들으며 크게 공감했고 앞으로 2년동안 주 둘렛길을 걸으며 새롭게 배우고 느끼게 될 기대가 더욱 커졌다.
선생님의 해설은 감은사지와 문무수중릉이 지날 때 그저 지난 역사에 대한 해설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이었다.

최근 김윤근 선생님을 중심으로 뜻있는 경주의 역사 문화단체들, 시민들이 그저 설화와 구전으로 전해져 오던 얘기들 이였던 문무대왕 호국용이 동해바다와 감은사 용당으로 드나들던 용지와 신라못등을 직접 발굴 하시고 성역화 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씀도 하셨다.
천년 전의 역사를 되살려 오늘의 현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이런 노력이 성과를 이룬다면 세계에 유래가 없는 멋진 스토리텔링과 함께 오늘의 문화관광도시 경주의 귀중한 자산이 아닐까?

▲ 울산과 경주의 경계 지경리에서 출발하는 일행들.
어느새 버스는 양남면 지경리 바닷가에 도착했다.
'지경리'라는 지명 그대로 울산시와 경주시의 경계가 나뉘어 지는 곳이 였고 경주 둘레길 탐사의 첫 시작을 하는 곳이었다.
▲ 경계를 따라 구불구불 산길을 걷는것이 둘렛길 탐사의 매력이다.

2년여 동안 진행될 탐사길의 첫 시작이니 만큼 참가자들 모두가 함께 간단한 제사를 올렸다.
때마침 봄비가 제법 세차게 내렸다.
마침 이 날은 24절기중 여섯번,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못자리를 준비하는 날이고 이 날 봄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는 곡우`였다. 우산을 받쳐 들고 비옷을 입은 불편한 상황에서 제를 지내면서도 김윤근 선생님께서 직접 적어오신 축문을 낭독하실때는 모두가 큰 울림으로 숙연해 졌다.

곡우날 때마침 내리는 봄비에 숲속은 뿌옇게 안개를 품어 내며 젖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비에 젖어 미끄럽고, 인적이 적어 조붓한 길을 우리 일행은 순례를 하듯 줄지어 걸었다.

얼마쯤이나 걸었을까?
어느새 우리 일행은 산길을 벗어나 양남면 신대리 마오나오션리조트로 이어진 도로로 나왔다.
신대리 마을회관에서 이상춘 이장님이 우리를 기다리셨다. 이곳에서 이장님은 경주시 양남면의 역사와 신대리를 포함한 상서마을 종합정비 계획을 진행중인 마을의 현재, 그리고 경주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접경지역에 살고 있음으로 고립되고 외면받은 주민들의 고충들에 이르기 까지 구수한 목소리로 쉽고도 재미나게 풀어 주셨다.

이렇게 경주 둘렛길 탐사 첫번째 구간을 마쳤다.
둘렛길 산행은 흔히 다니는 단체산행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우선 걷는 길이 지도상 그려져 있는 경주의 경계를 따라 걷는 길인 관계로 사람들이 좀처럼 다니지 않는 길이었다. 또한 운동삼아 땀을 흘리며 열심히 정상을 향해 오르는 산행과도 달랐다.

길의 역사를 묻고 길의 흔적을 찾아 가며 배우고 느끼는 길이었다. 

경주, 울산경계 제 1구간

   
 경주둘렛길 경주시~울산시 제1경계

[일시] 2012년 4월 20일
[코스] 경주시 양남면 지경리~양남면 신대리 마오나오션리조트
[거리] 9.6km
[시간] 4시간 30분
 


 
▲ 마우나오션 리조트 인근에는 대규모 펜션단지가 조성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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