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부인을 통해 본 노인의 용기와 지혜
수로부인을 통해 본 노인의 용기와 지혜
  • 경주포커스
  • 승인 2013.06.0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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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호상, 문화유산 둘러보기

▲ 대학생들에게 최부자집 가훈을 설명해주시는 최용부선생님(경주시 교동 최부자집)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성덕왕(聖德王)때의 순정공(純貞公)은 강릉(江陵) 태수로 부임해가는 도중에 한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그 옆에는 돌로 된 산이 병풍처럼 바다를 둘러서 있는데, 그 높이가 매우 높고 그 꼭대기에는 진달래꽃이 만발해 있었다. 순정공의 부인 수로(水路)가 이것을 보고 측근들에게 말하기를, ‘누가 저 꽃을 꺾어다줄 사람이 없을까?’하였다. 수행하는 무리들이 대답하기를, ‘사람이 발붙여 올라갈 데가 못 됩니다.’하면서 모두들 못하겠다고 회피하였는데, 곁에 웬 늙은 노인이 새끼 밴 암소를 몰고 지나가다가 부인의 말을 듣고는 그 꽃을 꺾어 바치고서는 노래까지 지어 바쳤다. 그 늙은이가 누구였는지 기록되어 있지는 없었지만, 그가 꽃과 함께 지어 바친 헌화가(獻花歌)는 다음과 같다.

붉은 바위 가에서
손에 잡은 어미소 놓으시고
나를 부끄러워 아니하시면
꽃을 꺾어 드리오리다.

빛 바위 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다시 이틀 길을 가다가 또 한 바닷가에 정자가 있었다. 거기서 점심을 먹던 중에 바다 용이 돌연히 부인을 채어 바다로 들어가 버렸다. 순정공은 엎어졌다 자빠졌다 발을 굴렀으나, 아무런 계책이 없었다. 또다시 한 노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옛 사람의 말에 여러 입이 떠들면 쇠라도 녹여낸다고 하였는데, 지금 그까짓 바다 속에 있는 미물이 어찌 여러 입을 겁내지 않을 것입니까? 이 경내의 백성들을 시켜 노래를 지어 부르고 막대기로 언덕을 두드리면 부인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순정공이 그의 말대로 하였더니 용이 부인을 모시고 바다에서 나와 그에게 보내주었다. 순정공이 부인에게 바다 속일을 물었더니 말하기를, ‘칠보로 꾸민 궁전에 먹는 음식들이 달고도 연하여 향기롭고도 깨끗하여 인간세상의 음식이 아니더이다.’하였다. 부인이 입은 옷에는 이상한 향기가 풍겼는데 이 세상에서는 맡아 보지 못한 향이었다. 수로는 자색이 절세미인이었으므로 깊은 산이나 큰물을 지날 적마다 여러 번 귀신이나 영물들에게 붙들려갔다. 여러 사람들이 부른 바다 노래가사는 다음과 같다.

 
1967년 경북 청송 출생
1985년 동국대학교 입학
2003년 대구가톨릭대학교 박사학위 취득
1993.3 ~2005.1 동국대학교 경주박물관 조교, 연구원, 전임연구원
2005.1 ~ 2011.12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 조사연구과장, 조사실장
2012.3 ~ 현)위덕대학교 박물관 전임연구원
2010.3 ~ 현)대구가톨릭대학교 역사교육학과 산학협력교수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 내 놓아라.
남의 아내 훔쳐간 그 죄 얼마나 크랴!
네 만일 거역하고 내놓지 않는다면
그물로 너를 잡아 구워 먹겠다.

젊음은 참 아름답다. 그리고 세상에 겁날 것 없이 피 끓는 청춘으로 부딪혀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영원할 것 같은 젊음은 언젠가는 또 늙게 마련이다. 늙음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지만 그 세월 속에는 오랜 세월을 이겨낸 경험과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 있기에 우리는 모든 삶에 있어서 가장 큰 용기와 교훈은 어른들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절벽 끝 한 송이 꽃을 꺾어 바치는 열정과 바다 속의 용을 굴복시키는 그 지혜를 나이 드신 분들로부터 배운다면 인생은 참 풍요로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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