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둘렛길 후기 2]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경주 둘렛길 후기 2]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 박철호 시민기자
  • 승인 2013.06.11 0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18일, 울산 ~ 경주 경계 제2구간

 
경주 둘렛길 두번째 구간을 걷기 위해 5월 셋째주 토요일, 다시 사람들이 모였다.
지난 달 첫번째 구간에서 낯을 익힌 분들도, 이번에 처음 뵙는 분들도 계셨다. 비가 내리고 날이 추웠던 지난 달 첫번째 탐사길이 고생스러웠을까, 어린 초등학생들은 이번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 글 : 박철호
이번 구간은 지난 첫번째 탐사의 종착지였던 양남면 신대리 마오나오션리조트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경주와 울산의 경계선인 관문성을 따라 경주와 울주군의 경계인 외동읍 녹동리까지 약 14km 였다. 관문성은 신라때 왜적의 침입을 막고자 경주의 동남쪽 삼태봉 자락 아래에서 시작하여 순금산과 천마산으로 이어지는 산능선들에 쌓았다는 산성으로 그 길이가 총 12km나 되었다 한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리 날씨가 좋았지만 거리도 제법 되거니와 몇 개의 산을 오르내려야 하는 구간이 또 다른 부담이 되었다.

▲ 이진락 전시의원이 외동읍내의 관문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객들로 조금 수선스러운 시내를 지난 우리 일행의 미니버스가 울산 방향 양남면 중턱의 마오나오션 주차장으로 오르는 동안 바쁜 시간을 내어 탐사를 안내해 주기로 하신 이진락 전 시의원의 설명이 있었다.

"십 수년전 이곳 마오나오션리조트가 개발될 무렵 개발업체인 코오롱이 경주시의회에서 했던 약속들이 있었어요. 이곳에서 보문까지 들어가는 도로를 만들어 경주시에 기부 채납을 하고 리조트에는 스키장도 만든다고 구두약속을 했었지요. 그랬다면 경주시의 발전을 위해 큰 도움이 되었을텐데 결국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씁쓸하다시는 전 지방의원의 설명에 나 역시 소태나무 잎을 씹은듯 계속해서 뒷맛이 썼다.

그렇게 큰 지역개발공사를 하면서 고작 사탕발림의 구두약속에 속아 산을 깍아내고 나무들을 파헤쳐서 돈푼 꽤나 있는 사람들이나 놀고 즐기는 골프장이나 리조트같은 위락시설로 만드는 류의 개발사업을 했다는 말인가?
그 결과로 형성된 이런 위락시설이 지금의 경주시 재정이나 평범한 시민들의 삶에 도대체 얼마나 큰 이익과 혜택을 주는 시설로 남아 있는 것일까?

▲ 돌로 쌓은 성의 흔적이 뚜렷하다.
▲ 이현정 경주숲연구소장(사진 맨앞)의 설명을 듣고서야 풀과 꽃, 나무는 비로소 제이름을 찾는다.
마오나오션 주차장을 들머리로 한 탐사길은 이미 산책로로 정비가 잘 되어 있어 걷기 편했다.
삼십여분 걸어 올랐을까 출발지점이 높았던 탓에 금새 발 아래로 문산공단, 외동공단, 태화강 지류인 우박천까지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 왔다.

연초록이 짙어 가는 숲을 지나는 동안 간간히 경주 숲연구소장 이현정선생님의 해설이 있었다.
이번 둘렛길 탐사부터 우리 일행과 함께 하시면서 숲해설을 해주기로 하신 분이었다.
선생님은 무심히 치나쳤을 길섶의 나무와 꽃들, 풀들의 이름을 친절히 알려 주시며 설명을 해주셨다.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듯 한 이름들이었으나 실물은 또 전혀 생소하였던지라 금방 들었던 이름도 잊어 버려 잠시후 똑 같은 꽃을 보면서도 이름이 뭐였더라 하곤 했다.
앞으로의 탐사에도 계속 숲해설을 해주신다니 자꾸 되물어서라도 몇가지라도 이름을 외워 둬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이름을 불러 주어야 내게로 다가와 진짜 나의 꽃이 될테니...

▲ 7번국도 울산-경주 경계. 도로를 건너 태화강의 지류인 우박천을 만난다.

▲ 우박천을 건너는 일행.

▲ 경계를 따라 가다보면 산중의 험한 길도 있고, 논두렁, 밭두렁을 따라 갈때도 있다.

그렇게 쉬엄쉬엄 두시간쯤 되어 울산, 경주간 국도변으로 내려섰다.
도로옆으로는 기실 여기서 부터가 신라의 수도 경주라는 알려주듯 커다란 모형 다보탑이 서 있었고 그 뒤로 관문성곽이 뚜렷이 보였다. 우리 일행은 곧 국도를 건너 애기똥풀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태화강의 지류, 우박천을 건너 순금산으로 오르는 새로운 숲길로 들어섰다.

뻐국~ 뻐꾹~
인적이 드문 숲길로 들어서자 뻐꾸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짧았지만 맑고 깊이 울려 아련했다. 뻐꾸기 소리를 듣고 뻐꾸기인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마는 나는 그 소리가 좋아 실없이 한마디했다.

"저 새, 뻐꾸기죠?"
"예. 뻐꾸기, 맞아요. 뻐꾸기는 딱 요맘때, 그러니까 5월 중순에 우리나라에 왔다가 산란하고 새끼를 키워 8월 중순경 다시 날아가는 여름철새랍니다."
내 앞에서 걷던 숲선생님 이현정 소장님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보니 가을, 겨울산에서는 뻐꾸기 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뻐꾸기가 철새라는 사실에 새삼스러웠다. 뚜렷한 윤곽으로 남아있는 관문성터를 따라 순금산, 천마산으로 오르는 내내 심심해지고 지친 발걸음에 리듬을 맞춰 주듯 계속해서 뻐꾸기가 소리가 들려왔다.

잭 니콜슨 주연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는 억압적이고 부조리한 시스템의 정신병원과 그 곳에서 스스로 순종하며 하루하루의 정해전 일상을 흘려 보내는 환자들을 보며 끊임없이 이러한 부조리를 파격적으로 깨뜨리고 함께 탈출을 시도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처럼 우리는 어떤 소수의 집단이 자신들만의 이해와 권위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사회 통제시스템을 만들어 대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을 억합하고 있는 사회에서 살아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부조리함을 깨닫지도 못하고 혹시 어떤 자각이 있다고 하더라도 짐짓 모르는 척 세상이 다 그런거라고 스스로 순응하고 순종하며 정신병원의 환자처럼 넋 놓고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 꿀맛 점심시간.
오르막길에 숨은 차오르고 쉴새없이 땀은 흐르는데 공연한 잡념들로 머리 속까지 복잡해지고 무거워지고 있었다.
선두로 가던 일행이 멈춰섰다. 점심시간이었다.
모두들 둘러 앉아 각자의 도시락을 꺼내었다.
각양각색의 도시락과 시원한 막걸리, 그리고 오가는 농담과 유쾌한 웃음. 역시 산행중 나누어 먹는 식사는 꿀맛...

▲ 성곽 흔적이 뚜렷한 길을 따라 천마산으로 향하는 길.
▲ 제2차 탐사 경주~울산 경계 제2구간의 종착지 외동읍 녹동리의 관문성.울산시 울주군 범서읍과 경계를 이룬다.
덕분에 이번 두번째 둘렛길 마지막 지점인 녹동리 마을어귀까지의 나머지 길들을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칠 수 있었다.
오월의 숲속에는 여전히 뻐꾸기가 노래하고 있었다. 앞서가던 일행중 누군가 뻐꾸기 노래소리에 맞추어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경주, 울산경계 제 2구간
[날자] 2012년 5월 18일
[위치] 양남면 신대리 마오나오션리조트 주차장 - 경주시 외동읍 녹동리
[코스] 마오나오션-관문산성 - 순금산 - 천마산 - 상아산 - 외동읍 녹동리
[거리] 13.5km
[시간] 6시간 30분

   
▲ 5월18일 경주~울산 경계 2구간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