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올연말 조기이전....난감한 경주시 '자가당착'
한수원 올연말 조기이전....난감한 경주시 '자가당착'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3.06.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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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사옥 월성본부에...사택 지지부진속 한수원은 전세금 지원

“조기이전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명분만 갖고 취지를 떨어트릴 가능성도 있다. 경주시 발전에 부합되도록 시와 의회, 지방정치권이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
[최양식 경주시장 26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

“신월성 건설소에 500명, 월성원자력본부에 가설사무소를 만들어 200명이 근무한다고 한다...... (올연말) 경주로 이전하는 직원들에게 개별 전세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되면 많은 직원들이 울산에서 출퇴근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상준 경주부시장, 26일 시의회 간담회]

▲ 한수원본사가 2013년말 경주로 이전하기로 한 가운데 경주시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사진은 26일 취임3주년 기자간담회를 하는 최양식 시장, 이날 오전 시의회 전체의원간담회에서 설명하는 김상준 부시장.

한수원본사의 경주 조기이전을 강력히 촉구했던 경주시가 ‘딜레마’에 빠졌다. 일부 시의원들은 경주시가 자가당착에 빠졌다고도 힐난한다.

왜 그럴까?

경주시의 강력한 요구로 2013년말까지 경주로 본사근무인력을 전원 이전하기로 한 한수원(주)이 도심주변에 마땅한 사옥을 마련하지 못해 양북면 장항리 사옥이 건설될때까지 임시사옥으로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본부와 신월성건설소등을 사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도심권에 직원용 사택을 건립할때까지 올연말 경주로 이전하는 직원들에게 전세자금을 지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도 한다. 자칫 한수원본사의 조기이전과 그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했던 경주시로는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6일 한수원과 경주시등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700여명의 본사 근무인력 대부분이 경주로 이전하는 한수원은 그동안 도심권에 임시사옥을 물색했으나 적정 건물을 마련하는데 실패했다.
한수원은 그동안 도심권의 한 대학 건물을 임시사옥으로 사용키로 하고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최종 조율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따라 한수원은 2015년말 양북면 장항리에 신축되는 본사사옥이 준공될때까지 신월성건설소에 500명, 월성원자력본부내에 임시 사무실을 신축해 200여명을 각각 근무하도록 할계획이다.
임시사옥에 입주하기 위한 계획도 곧 착수될 예정이다.오는 7월부터 월성원자력본부와 신월성건설소 등에 임시사옥 마련을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올연말 경주로 이전하는 본사근무인원의 주거안정을 위해 도심권 사택이 건설될때 까지 전세자금을 지원할 것으로도 방침을 확정했다.
한수원 사택 건설부지는 경주시와 한수원이 현재 3곳의 후보지를 두고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한수원의 후보지 결정이 남아있는 단계로 알려지고 있다. 
본사인력이 이전하는 올해말까지 사택을 건설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과 직원및 노조의 여론을 종합해 전세금 지원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한수원의 방침대로 실행될 경우 올연말 경주로 이전하는 한수원본사 직원들의 상당수는 임시사옥으로 사용하게 될 월성원자력본부및 신월성 건설소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울산지역에 주거지를 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한수원본사 경주이전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상당부분 울산시로 빼앗기게 되는 것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기이전 압박했던 경주시....천천히 오라고 할수도 없고....
경주시의 입장이 곤혹스런 것은 이같은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한수원을 향해 본사이전을 연기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 한수원본사 조기이전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관계요로에 보냈다고 홍보하는 2011년 12월21일자 경주시 보도자료.
당초 2014년 9월까지 사옥을 건설한뒤 경주로 이전하겠다던 한수원에 대해 2013년말까지 경주로 이전하도록 압박한 당사자는 경주시였다.

경주시는 최양식 시장 취임이후 한수원본사 건립위치를 양북면 장항리에서 도심권으로 변경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그 대안으로 한수원본사의 조기이전을 강력히 촉구했고, 그 결과 2013년말까지 경주이전을 하기로 한수원,정부등과 합의를 이끌어 냈다.

실제로 경주시는 2011년 한수원 본사 도심이전 논의가 난항을 겪게 되자 조기이전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에 전달하는 등 두번이나 건의문을 제출했으며, 최양식 시장도 조기이전을 기자회견등을 통해 강하게 압박했었다. 
<사진 오른쪽>

경주시의회 의원들도 경주시를 뒷받침 한다면서 정부를 상대로 한수원 본사 조기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했었다.

이에따라 한수원은 2013년말까지 서울본사 인력을 모두 경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2012년 국회의원 총선 다음날인 4월12일 최양식 시장은 한수원이 2013년말까지 경주로 이전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공식발표했다. <기자회견 기사보기 클릭>

최시장은 이날 회견에서 한수원본사 이전은 사옥이 완공되기 전인 2013년 말까지 경주로 완전, 이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2010년 7월까지 본사를 이전토록하고 있는 방폐장 특별법제 17조의 규정에 따라 100명의 직원들만 근무하고 있는 형식상 본사가 제 역할 을 다하도록 하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며 “경주시와 시의회,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청와대, 총리실, 지식경제부, 한수원 등 4개 기관에 2차례에 걸친 강력한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경주시의 요구로 2013년말까지 본사이전이 확정됐다는 설명이었다.

최시장 발표 다음날인 2012년 4월13일 열린 제113차 국가정책 조정회의는 한수원이 2013년말까지 경주로 이전하는 안을 최종 결정했다. 따라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까지 결정한 것을 이제와서 번복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인것이다.

▲ 2012년 2월15일 경주시의회 의원들이 지경부를 방문해 한수원 본사 조기이전을 촉구하는 모습.
위에서 언급한 한수원의 최근 방침이 알려지면서, 경주시는 대응방안에 부심하는 모습이지만 대안마련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2009년8월31일 4자 협약 거론하며 연기? 비난 할때는 언제고...궁색한 처지 반영?
김상준 부시장은 26일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조기이전이 현실화 되고, (경제적 파급효과를 울산에 뺏긴다는)시민들의 우려가 현실화 되면 여론의 질책을 오히려 받을 수 있다”면서 “2009년 8월31일 4자(백상승 시장, 김종신 한수원사장, 최병준 시의회의장, 정수성 국회의원) 협약에서 약속했던, 즉 2014년 연말까지 이전하는 그 방법을 적용하는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주지역에서 의견을 모은 다음, 한수원과 정부를 향해 2013년까지 이전하지 말도록 요구하는 등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당시 4자 협약에서는 김부시장이 언급한 것 처럼 2014년말까지 이전하겠는 내용은 발표문에서는 없었다.
다만 그후 정수성 국회의원이 한수원본사 이전 로드맵으로 2014년 9월까지 준공할 것이라는 한수원의 계획을 공개한 적은 있다. 김 부시장의 발언은 정의원이 밝혔던 그 계획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 한수원은 경주시 동천동의 10층 건물을 임차해 건설본부를 이전했다.170명의 직원이 올해부터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총선등에서 이 4자협약을 주도했던 정수성 의원을 향해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구동성으로 비난을 퍼부었던 점을 감안하면, 김부시장의 이날 발언은 경주시가 얼마나 궁색한 처지에 빠져 있는 지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양식 시장은 일단 지역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있다.
최 시장은 26일 취임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말까지 조기이전하는 것이 좋긴 하지만 본사이전의 취지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경주발전을 위해 경주시와 의회, 지역정치권이 지금부터 논의를 해야 한다”며 곤혹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26일 경주시의회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일부 시의원들은 이같은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경주시의 부실한 대응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종근 의원(무소속. 내남면)은 “조기이전이 결정된뒤 경주시의 대응이 미흡해 이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며 경주시의 사전대비가 미흡했던 점을  비판했다.

서호대 의원은(새누리당. 성건․ 중부) “한수원 본사 도심이전 무산에 따른 상실감을 해소하기 위해 한수원본사의 조기이전을 추진했지만 결국 대응을 제대로 못해 경주시가 자가당착에 빠졌다”며 “조기이전을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와 실리를 챙기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2년 4월 12일 기자회견에서 최 시장은 “경주시와 한수원은 2013년까지 700명~1천명의 직원이 근무할 사무공간 마련을 위한 현장조사와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었다. 
따라서 임시사옥과 사택을 준비하는 등의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데 대해는 경주시나 한수원 모두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수원은 지난해 경주시와 합의한대로 2013년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합의에 따라 이미  2012년말 경주시 동천동 동부빌딩을 임차해 한수원건설본부도 이전했다. 건설본부에는 현재 약 17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러다 한수원만 또 뭇매?
그렇지만, 경주시와 시의회에서 "2013년 말 경주이전이 경주에 실익이 없으며 대책이 필요하다'는식의 논의가 진행되는 작금의 현실은 한수원쪽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자칫 책임론이 한수원쪽으로 일방적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조짐은 이미 26일 전체의원간담회에서 일부 의원들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간담회에서 한 의원은 "한수원이 임시로 쓸 사무실을 도심권에 정하지 않고, 또 사택부지를 경주시와 협의를 핑계로 조속히 정하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며 한수원을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26일 “한수원으로서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된 데로 추진할 뿐”이라면서도 "경주시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013년말까지 경주로 이전한다는 계획에 따라 서울에 근무하는 본사 직원들은 집을 처분하는 등 현실적으로 준비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제와서 이전시기를 두고 또다시 논란이 일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이 짊어져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데에는 결국 한수원본사 도심이전의 무리한 추진과 치밀하지 못한 졸속 출구전략이 빚은 '참사'라는 지적도 있다.

지역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한수원 본사 도심이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도심권 시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경주시가 한수원 본사 조기이전을 무리하게 밀어부쳤고, 그 이후에도 무려 1년이상의 시간동안 2013년말 본사이전에 대비한 준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이같은 사태가 초래된 것"이라면서 "따라서 가장 큰 책임은 경주시에 있고, 그 다음 책임은 경주시 행정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채  일방적으로 따라다닌 시의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경주시와 시의회를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주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한수원에 대해서도 2013년말까지 이전 시한만 지킨다는 명분만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또한 도심권 임시사옥 마련 등 경주시와 상생노력에 과연  얼마만큼 최선을 다했는지? 등 여러가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기업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한수원 역시 이번사태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2012년 4월12일 최양식 시장은 기자회견을 자청, 한수원이 2013년말까지 경주로 완전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기자회견 모습.
뿐만아니다.
최양식 시장은 2012년 2월7일 한수원본사 이전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한수원에 대해서도 조기이전을 강력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최 시장은 기자회견 발표문은 이렇게 썼다.

 “한수원 본사는 법이 정한 2010년 7월 12까지 본사를 이전하지 않고 편법으로 100명 미만의 직원을 현지에 배치하고 본사로 칭하며 임원이 아닌 직원으로 그 대표직을 수행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탈법적 행태로서 이 시대가 지향하는 공정사회의 대표적인 공기업이 취할 태도가 아닙니다. 금년 내로 본사의 정상이전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조기이전으로 경주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방폐물공단의 사례를 깊이 고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경주의 이전여건을 검토하지 않고 본사건설공사를 전제로 2014년까지 이전하겠다는 한수원의 약속은 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서 어떠한 협약과 약속도 법을 위반할 수는 없습니다. 한수원의 대표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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