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읍천항 벽화마을 공모전 하던날
[현장] 읍천항 벽화마을 공모전 하던날
  • 김희동 기자
  • 승인 2013.07.2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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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시멘트벽이 캔버스로 변신

▲ 대상을 수상한 류정훈, 최자은 작  '고래의 노래'
지난 20일 ‘제4회 읍천항 벽화그리기 공모전’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3회까지는 보이는 곳을 위주로 벽화를 그렸다면 이번 대회는 골목 깊숙이까지 찾아 들어가 벽화를 그렸다.

타일조각, 색색의 물감들, 스프레이 등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동원되었다. 전문화가, 이웃사촌, 여고동창, 학교 동아리, 미술전공자, 벽화 인테리어종사자, 이종사촌 등이 참가한 벽화공모전은 여름축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 이웃사촌으로 팀을 꾸려 대회에 참가해 벽화 작업을 하고 있다.
대구에서 온 김민철(45)씨, 서동록(67)씨는 이웃사촌으로 자녀들을 데리고 함께 참가를 했다. 아이들이 즐겨 읽는 동화 속 그림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빨간 문어와 꽃게, 말미잘을 재밌게 그렸으며 얼굴 가득 동심을 읽을 수 있었다.

김민철 씨는 “두 가족이 함께 참가했는데 아내는 작은 아이를 데리고 함께 주상절리를 구경하러 갔다”면서 “아이들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모처럼 아빠 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 스승과 제자가 팀을 이루어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시멘트벽에 피어난 연꽃과 원앙부부, 경주시내에 살고 있는 김현주 씨는 스승 조원일 화백과 함께 참가했다. 작업은 3일전부터 시작됐으며 한여름 햇살을 듬뿍 품고 연꽃 봉오리가 꽃을 피워 골목은 어느새 연꽃이 가득 핀 연못으로 변했다.

최원림(울산, 40)씨는 그림을 전공하는 사촌 임수진(35)씨를 돕기 위해 아들과 함께 참가했다. 더운 날씨 탓인지 점심을 먹고 체했는지 원림씨 동생이 축 늘어져 대문이 없는 안집 대추나무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소식을 들은 주최 측은 환자를 울산 병원으로 이송해 진료를 받게 했다. 빠르게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주최 측에 믿음이 갔다.

▲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
골목을 빠져 나와 냉장창고로 가는 길에 지난 대회 때 그린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는 가족을 발견했다. 2, 3년 전에 그려진 벽화는 빛바랜 대로 멋스러움과 편안함을 주었다. 식당 앞 벽화 그림 속 의자 앞에 나무 의자를 설치해 두어 관광객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 했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주차장에는 관광객들의 차들로 가득해 경주의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파도소리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 이순신 장군의 용맹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99 어촌 종합개발사업 냉장창고’ 4면의 벽에도 작업이 한창이었다. 타일을 붙인 공동작품과 오직 락카로 붓을 대신해 만든 작품 앞에는 관광객들이 작업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승진(대구, 38)씨는 “북한의 침입과 일본의 역사왜곡 등에 맞선다는 주제로 북방의 수호신 현무와 바다의 수호신으로 문무대왕암과 이순신 장군을 표현했다”면서 “160통의 스프레이가 작업에 사용됐다”고 말했다.

빨간 망토를 입은 소녀가 고릴라에게 입맞춤을 하는 ‘순수성 판별법’은 심사결과가 나오기도 전 가장 많은 관광객의 눈길을 끌었다. 붓을 든 남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영동(대구, 29)씨는 인테리어 벽화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 유다경(24)씨와 홍영표(24)씨와 함께 공모전에 참석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자 “수상권에 들면 상금으로 회식을 하겠다”고 말해 직원들이 환호하기도 했다.

▲벽화작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관광객들. 
벽화속에만 존재하는 역, 읍천역. 빛바랜 기억 속에서 불쑥 튀어 나온 듯 정겨움이 가득한 열차 앞에 어르신들이 추억을 회상하고 있었다. 익살스러운 역장, 군에서 휴가를 나온 애인을 떠나보내는 여인의 아쉬움이 벽화에 오롯이 담겼다.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최근 전국적으로 관광명소 만들기에 벽화가 대세다. 통영의 동피랑 마을은 창조도시 사업의 하나로 벽화 마을을 조성하여 성공적인 관광효과를 얻었다. 부산의 감천 문화마을도 벽화마을로서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한국의 산토리니’라는 별칭을 얻었다. 읍천항 벽화마을도 지난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양남 주상절리와 오는 9월 개장할 나산들 공원과 연계해 7km 구간이 예술작품, 자연경관, 여가와 힐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경주의 명품관광지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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