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의회의 참 희안한 '보류→ 시간 경과→ 원안가결의 법칙'
경주시의회의 참 희안한 '보류→ 시간 경과→ 원안가결의 법칙'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1.10.06 10: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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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말을 되새기는 이유

예전 외동읍 사무소터 전부를 매각하는 대신 약 절반가량을 공영주차장으로 조성하는 계획안은 지난 5월9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제166회 시의회 임시회에 처음 제출됐다가 보류됐다.

그러나 4개월여 지난시점에서 지난 5일 열린 경주시의회 제171회 임시회 문화시민위원회에서는 이 의안을 가결했다.

의사 결정의 한 종류이기도한 ‘보류’는 말 그대로 ‘어떤 일을 당장 처리하지 아니하고 나중으로 미루어 두는 것’을 말한다.

의회에 제출된 안건이 회기내에 처리되지 않을 경우, 임기만료전까지는 폐지되지 않는다는 ‘회기계속의 원칙’에 따라 보류됐던 의안은 자구수정 하나 하지 않고 차기회의에서 심의할수 있다.

▲ 지난 5월 문화시민위원회에서이 안간을 보류결정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5월14일자 서라벌신문 기사.
이런점 때문에 지난 5월11일 문화시민위원회 회의에서 격론 끝에 보류하기로 한뒤 반대를 주도했던 한 의원은 당시 서라벌신문에 재직하던 기자와 만나, “보류를 해봤자 집행부 공무원이나 의장이 개별적으로 설득을 하면 결국 가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경주시의 일방적인 행정을 제대로 견제할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든다”며 부결대신 보류로 결정한데 대해 진한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었다.
기자는 당시 문화시민위원회 보류결정을 보도할때 기사 말미에  이 말을 전하면서,  향후 시의회의 의결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었다. <오른쪽 사진 참조>
서라벌신문 제492호 기사보기 http://www.srb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565.

보류됐던 의안이 일정시간이 지난후 차기 회의에서 통과되는 일을 자주 반복된 전례를 지켜봐 왔던 재선의 이 의원은, 이 의안도 결국은 차기 임시회에서 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진한 아쉬움을 표출했었다.
이런 우려는 불과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예상했던 그대로 고스란히 현실화 됐다.

뿐만아니다.
5일 문화시민위원회는 14억1100만원의 예산으로 목월 생가 복원사업에 필요한 건천읍 모량리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의 ‘공유재산관리계획변경안’도 가결했다.
이 의안도 불과 한달 보름전이었던 8월18일 제169회 임시회 문화시민위원회에서 보류했던 것이었다.

이처럼 시의회가 보류했던 의안을 일정시간이 지나 집행부의 의도대로 가결해 주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고 수없이 반복되는 일이다.
심도있는 연구나 의정활동을 통해 보류했던 의안을 다음회기에서 가부를 결정하는 것은 일견 자연스런 일로 볼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시의회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보류됐던 의안이 차기 임시회에서 부결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보류했던 의안의 99.9%는 일정기간만 지나면 집행부가 제출한 원안대로 통과되기 일쑤다.

그사이에 집행부측이 반대하거나 중립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시의원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설득작업을 벌이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런점 때문에 시의회의 보류결정은, 일부이기는 하지만 시의원들이 마음만 먹으면 집행부를 상대로 한 ‘민원해결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고, 집행부에 대해 시의회의 체면을 세우는 유력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심지어 이런식의 의정활동은 시의회 내부를 깊숙이 들여다 볼수 없는 시민사회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극단적인 평가도 없지 않다.

일차적으로는 집행기관을 감시해야는 시의회의 역할및 지위에 심각한 회의를 들게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다른 한편으로는  의정활동을 샅샅이 감시하는 시민단체및 언론의 부재도 이런 관행을 온존하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는 아직도 요원해 보이기만 하는 '경주지역 풀뿌리 민주주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부터, 그리고 퇴임후 서거직전까지 내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봉하마을의 묘비에도 이 글귀가 적혀 있기도 하다. 

 
노전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이미 거의 모든 부문에서 선진국 수준에 들어갔지만, 정치. 언론. 복지는 아직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고, 이것이 우리의 미래"라고 강조 했었다.

기자가 굳이 이말을 상기하는 것은,  지금 경주가 바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그어느때 보다 절실한 시점이고 절실한 지역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겨우 시의회에서 일어난  일을 두고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를 거론하는 것, 기자의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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