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고 검은 열매로 가득했던 10월 둘렛길 숲
붉고 검은 열매로 가득했던 10월 둘렛길 숲
  • 경주포커스
  • 승인 2013.10.2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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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경주 둘렛길에서 느끼는 생태와 환경이야기 ③

경주포커스는 특별기획으로 진행중인 둘레길 탐사의 후기와 함께  이현정 경주숲연구소장이 탐사지역의 생태를 기록한 글을 <경주 둘레길에서 느끼는 생태와 환경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연재한다.
세번째 이야기는 10월19일 경주시 내남면 박달4리까지 산내면 대현리까지 경주둘렛길 제7 탐사구간의 생태이야기다.

▲ 이현정<경주숲연구소장>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둘렛길 경주시경계 탐사를 떠나는 작은 모험 때문이다.
오히려 흐린 날씨가 가라앉힌다. 내 맘을…
기다리고던 경주포커스 버스에 올라앉자 내 눈길이 분주해 진다. 차곡차곡 차안은 함께할 사람들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곤 한다. 이제 둘렛길 숲의 안부도 물으려 출발! 한다~

아직 남부지방 쪽은 단풍이 이르다.
둘렛길 숲길에선 간간히 산벗나무와 개옻나무, 싸리나무 등의 붉은 빛깔과 노란 빛깔의 잎들이 바람을 가로질러 회색빛 하늘아래 외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고사리마을로 차가 조심스레 오르는 중에도 길가에는 댕댕이덩굴의 무리지어 있는 까만 열매들이 송글송글 맺혀 익어 있는 것을 감상하며 올라왔다.

둘렛길을 걷는 내내 가을의 대명사 국화(과)집안의 꽃들과 안부를 나누며 올랐지만 내 눈 속으로 들어오는 건 온통 다양한 색과 모양의 열매들로 가득하다.
숲에서의 열매는 인간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의미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공존하기 위한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흔히 식물자체가 생산해 내는 것은 1차 소비자인 생명체들에 의해서 계속적으로 연결되어진다는 것은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러면 1차적으로 식물을 소비하는 이들은 누구를 말할까?

▲ 산초나무의 다익은 열매

▲ 작살나무의 보라색 열매
한편 옆 숲길에는 선밀나물의 까만색의 열매들이 누군가에게 먹히지 못해 많이 시들어 가고 있었다.

식물이 열매를 만들어 내는 것은, 그것도 색깔이 분명히 보여 진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먹혀야지만 번식에 더 잘 성공한다는 것인데 이날은 빨간색의 비목나무의 열매와 작살나무의 보라색열매가 많이 보였다.
그리고 검정색의 다 익어 벌어진 산초나무의 열매와 아직 익어가고 있는 산초나무의 열매들이 내 눈을 어지럽게 할 정도이다.

이들이 먹히기 위해 필요한 존재는 바로 새들이다. 주류는 새들이고 비주류는 새를 제외한 모든 생명체 즉 세균들과 곰팡이 균류들까지 포함해서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새 낙동정맥의 700고지에 발을 디뎠다. 이제는 하산이다.
하산 길에 천남성의 선홍빛 붉은 색을 띤 열매가 탐스럽게 익어있었다. 정말 따서 한 알 입안에 넣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천남성의 열매는 독성이 강해 인간이 그대로 먹을 수 없지만 새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다. 새들이 아주 좋아하는 열매로 알려져 있다. 빨간색과 검정색, 보라색의 열매들은 새들을 위한 색깔의 열매이다. 아니 그보다 새들에게 먹히기 위한 식물의 강력한 전략인 것이며 사계절 겨울이 존재하는 온대지방에서 일어나는 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새들의 뱃속을 통과하므로 인해 산 처리가 되어 종자의 겉껍질 한 겹이라도 벗겨져 싹을 내리는데 유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 노루삼열매

▲ 천남성 붉은열매
그러면 열대의 숲은 어떨까? 흔히 자연다큐에 자주 등장하는 벌새 같은 경우가 바로 열대 숲에 잘 적응해서 진화된 새라고 보면 된다.
열대의 붉은 색의 꽃을 중매해 주기 때문이다. 열대 숲의 붉은 꽃이라 온대지방과는 확연한 차이지 않은가?

내려가는 숲길에 검정색의 알알이, 줄기를 기준으로 사방 일정한 간격을 띠고 탱탱하게 여물어 있는 노루삼의 열매를 만났다.
노루삼… 4월의 어느 봄날 습한 숲속, 반음지에서 흰색의 가는 술들이 금방 사라질 것 같은 햇빛을 붙잡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을 보았고 이제 10월의 습한 숲에서 반짝이는 검은 보물로 익어 새들에게 먹히기 위해서 흐린 날 숲이지만 한 점 바람 없이 두려움 없이 초연히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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