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필레이션앨범 <초콜릿우체국>
컴필레이션앨범 <초콜릿우체국>
  • 양유경
  • 승인 2011.10.0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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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유경, 골라듣는센스 -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나다

 
포항mbc 음악FM <정오의희망곡> 진행자이자 카페 <문화홀릭-샐러드>대표로서, 지역문화기획자로 활동 중.

컴필레이션앨범이란?
말 그대로 "편집음반, 기획음반" 정도로 풀이할 수 있으며, 그 영역은 편집에 따라, 기획에 따라 무한정하다. 현재 하나의 흐름이 되었고, 그 흐름은 앞으로도 더 영역을 확장해가며 계속 될 것이다.

1년이면 몇 편의 드라마가 방영될까?
그 드라마 중 세월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드라마는 몇 편이나 될까?
불륜, 불치병, 숨겨진 가족사 등등의 단순한 막장스러움으로 너덜너덜해진 드라마가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신선하게 다가오는 드라마 말이다.

2003년 11월에 시작해 2005년 3월 막을 내린 드라마가 있다.
이름도 신선한 <한뼘 드라마>다.

오래된 묵은지 처럼 깊은 맛은 덜하지만, 아삭아삭 금방 버무린 겉절이 같은 신선함으로 무장한 드라마였다.

어떤 이들에게는 지금도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는 이 한뼘드라마의 힘은 뭐였을까?

첫째, <한뼘드라마>라는 이름처럼 한뼘에 어울리는 5분 드라마였다.
매주 4회 연작형태로 스토리를 전개해가는 5분 드라마로 국내 최초로 시도되었다.
기존 드라마의 편성을 완전히 깸과 동시에 틀을 벗어난 만큼 , 새로운 이야기가 모습을 갖춰갔다.

짧은 것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이어트를 한 듯 간결해졌다.
군더더기는 줄어들고,쓸데없는 대사나 복잡한 이야기는, 아름다운 영상이 대신했다
치밀하고 빠르고 절제된 영상…

그때그때마다
시가 되었다가, 단편영화가 되었다가, 뮤직비디오가 되었다가…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고,

그 자체는 눈으로 보는 드라마를 넘어 가슴으로 느끼는 드라마로 다가왔다.

한뼘을 지지하는 마니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잠시, 종영이라는 고비도 있었지만
마니아들의 관심으로 다시 부활하기도 한당당한 이력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둘째, 기존의 이야기에서 벗어났다.
TV에서 지겹도록 우려먹는 갈등의 이야기는 더 이상 한뼘이 소재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의 일상과 닿아있는 친근한 소재들…
그게 나의 이야기일수도, 친구, 혹은 가족 , 가까운 이웃의 이야기일수도 있는 한뼘 가까운 이야기와 그에 함께 한뼘 더 넓은 공감의 이야기들이 그 속엔 있었다.

셋째,
구성과 소재와 주제만큼 신선함으로 무장한 출연진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지진희, 강혜정, 류승범, 윤진서,소유진, 박해일 같은 배우들을 비롯해서 윤도현 밴드, 전인권, 어어부프로젝트의 백현진, 한 대수 영화감독 장진까지…

한뼘드라마에선,브라운관을 통해서 볼수 없었던 배우들 뿐 만아니라 배우가 아닌 이들의 연기까지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때론 어설펐지만 ,그게 더 매력이었다고나 할까?
사실 정말 그랬다.


그리고 넷째
한뼘드라마에선 한뼘 더 특별한 음악이 공존했다.

절제된 영상과 스토리는 때론 정갈하고 때론 이국적인 이미지를 원했고 그 이미지는 영상과 호흡을 맞춘 음악으로 완성됐다.

그리고 한뼘드라마를 채웠던 그 음악들은 <초콜릿 우체국>이라는 이름의 컴필레이션 앨범이 된다.

드라마 속 달콤하고 쌉싸름한 이야기들은,
때론 화이트초콜릿처럼 달콤하게, 때론 다크 초콜릿처럼 쌉싸름하게
때론 밀크 초코릿처럼 부드러운 음악이 되어 <초콜릿 우체국>에 담겼다.

당시 한창 유행하던 스타일의 컴필레이션 앨범처럼 배우의 얼굴이 전면에 등장한다.

한뼘드라마에 출연을 했던 배우들중 한명인 박해일이 한뼘드라마의 말쑥하고 담백한 이미지를 쟈켓으로 담아냈다

하지만 달랐다.

세대와 장르로 나눠 배우들의 이미지만을 내세운 거저 먹기 식의 컴필레이션 앨범이 아니라한뼘드라마와 같은 선상에 놓인 신선한 박해일 얼굴을 통해 엄선한 음악들의 느낌을 한껏 살렸다.
마치 박해일은 ‘이쪽으로 오세요. 여러분의 귀를 채워줄 신선한 음악이 있어요~’라고
친절히 안내하듯 앨범의 문을 열어준다.

플레이를 누르는 순간, 박해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새롭다.왜냐,
앨범의 시작은
프랑스 시인 자크 프레베르의 <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시낭송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노래들…
몽롱한 이상은
이국적인 클래지콰이
절로 욕심나는 blue in green
신비로운 정마리
언제나 들어도 좋은 ..어떤날
마지막 트랙 한영애까지..

각각 다른 색깔의 곡들이지만 마치 눈,코,입 다 다른 형제지만 그리고 결국 같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난 것처럼, 음악 또한 한뼘드라마의 감성적인 영상과 스토리라는 큰 틀 속에
오종종하게 모여있는 듯 하다.

선득해진 가을바람에 …
가지런히 놓아둔 가디건을 꺼내입듯 오랜만에 꺼내든 <초콜릿우체국>…
새삼 놀라게된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세련되고 신선하게 들리는 선곡들…
당시 <한뼘 드라마>와 <초콜릿우체국>을 통해서 받았을 신선한 충격은 얼마나 큰 기쁨이었을까.

다시한번 <한뼘드라마>의 이력을 되새기며 기대해본다.

종영했다 다시 부활했던 화려한 전적을 살려 마니아들의 관심 속에 , 언젠가 한번 더 <한뼘드라마>가 부활하기를…
그리고 <초콜릿우체국>에 또 다른 노래들이 채워지기를…

그리고
여기가 끝이 아니기를…

[앨범목록]

1 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박해일
2 Nova Bossa- 클래지콰이
3 Supersonic- 이상은(Leetzsche)
4 사진 속 액자 속의 기억- 알수없는 기억
5 아파 (아야야)- 알수없는 기억
6 Bird- 블루 인 그린(Blue In Green)
7 Youkali Tango- Meav
8 너는 내 마음 속에 남아- 루시드 폴
9 Chocolate- 알수없는 기억
10 모래숲- 정마리
11 Aber Niemand Glaubt Mir- 알수없는 기억
12 북극의 연인들- 포츈쿠키
13 아침- Weeper
14 그런 날에는- 어떤날
15 꽃을 잡고- 한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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