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축구팀과 상생
한수원 축구팀과 상생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3.11.2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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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득기자의 경주읽기

▲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이 열린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에서 한수원 신입사원 200여명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한수원 축구팀이 울산 미포조선과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을 벌인 23일 울산종합운동장.
한수원(주)에서는 조석 사장을 비롯해 송재철 관리본부장(전무)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대거 운동장에 나와 자사 축구팀을 응원했다.

정규리그 마지막 날 4위로 턱걸이 한 팀이, 4강 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상위팀들을 연파하고 우승에 도전하는데다, 지난해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던 부진을 털고 1년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경기였던 만큼 한수원 고위 임원들이 대거 경기장에서 자사 선수들을 응원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반면 경주시청에서는 최양식 시장을 비롯한 실국장, 과장등 간부 공무원은 물론 체육관련 담당부서 공무원들조차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스포츠행사에 경주시청 공무원이 반드시 참관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드러난 경주시의 '무관심'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경주시와 한수원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다.

경주시와 한수원 축구단은 지난 1월31일 연고지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따라 한수원은 2월 5일 실업축구연맹 대의원 총회에서 승인을 받아 10여년동안 몸담았던 대전을 떠나 경주에 새 둥지를 틀었다. 경주시는 이를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하기도 했고, 지난 3월16일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경주시는 환영행사를 열기도 했다.
한수원 축구단이 연고지를 이전한 것은 한수원본사 경주 이전을 앞두고 지역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연고지 행정기관인  경주시는,  정작 우승을 가리는 챔피언 결정전에 간부공무원은 물론 체육담당 부서 직원들까지 일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연고지 협약까지 체결하며 서로 도움을 주겠다고 다짐했던 점을 감안하면, 경주시의 무관심은 연고지 구단에 대한 배려나 존중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이다.
단순 비교하긴 무리가 있긴 하지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가 몇차례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을때 포항시가 보인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뿐만아니다.
한수원은 곧 경주로 본사를 이전한다.  임직원들의 의지와는 무관한, 방폐장특별법에 따른 사실상의 강제이전이다. 방폐장 입지를 결정하기 위한 정부의 궁여지책 이었기에, 공기업인 한수원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이들이 경주에 잘 정착하도록 지원하고, 튼실하게 뿌리를 내리게 함으로써  장차 명실상부 경주를 대표하는 기업이 되도록 하는 것은 상당부분 경주시의 역할이기도 하다.

▲ 23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경주 한수원(빨간색) 선수들과 울산 미포조선 선수들이 볼을 다투고 있다.
속내야 어떻든, 양 기관은 오래전부터 상생을 소리높여 외쳐 왔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경주시와 한수원은 올연말까지로 예정된 본사인력의 완전 이전과 관련, 임시사옥 입지를 두고 적지 않은 마찰과 이견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도 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때 한수원 고위 임원이 한꺼번에 모이는 기회를 이용해 경주시가 좀더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경기장에서 양측 고위 관계자가 한차례 만난다고 해서  양 기관 사이의 꼬인 현안을 풀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
그러나 양 기관 최고위층의 허심탄회한 대화, 이를 통한 신뢰구축은 꼬인 실타래를 풀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수도 있다. 
당장의 성과가 있든 없든, 이같은 기회를 활용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했어야 마땅한 일이 아닐까?. 

1971년 일본의 나고야[名古屋]에서 전개된 ‘핑퐁외교(ping-pong diplomacy)’가 미국 대통령 닉슨의 중국방문의 물꼬를 터 정상외교로 이어진 것은 너무나 유명하다.
굳이 핑퐁외교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살벌한 국제 외교무대에서 스포츠를 통해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이를 활용하는 사례는 흔한 일이다.

작금의 경주시와 한수원 관계를  냉전시대 적대국가였던 미중 사이의 관계나, 국가간 외교관계에 비교할바는  아니다. 
그러나 한수원 축구팀의 챔피언 결정전에 보인 경주시의 무관심은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신뢰는 결코 저절로 쌓이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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