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전공비 방향 변경하는데 4000만원 쓰는 경주시
① 전공비 방향 변경하는데 4000만원 쓰는 경주시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3.12.05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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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2014 경주시 예산 분석

[집중취재-2014 경주시 예산분석]을 시작하며....

2014년 경주시 예산은 1조 40억원입니다. 총 규모로는 올해 당초예산보다는 210억원 규모입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서민들로서는 이 돈이 무엇을 할수 있을지 가늠할수 조차 없는 거액입니다.
이 예산은 경주시에서 편성하고, 그 예산안이 제대로 잘 됐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곳은 시의회가 유일합니다.
시의회는 3일부터 8일까지 상임위원회별로 심사를 벌인데 이어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한번 심사를 합니다.

시의회 이외에 경주시 예산안을 감시하거나 들여다 볼수 있는 곳은 전무합니다.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가 도입한 주민참여 예산은 여전히 형식적이고 허울뿐입니다.

경주포커스는 경주시예산안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기획취재를 시작합니다.
우선 2014년 예산안에 대해 최근 시의회 상임위나 예결특위에서 거론된 것을 중심으로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합니다.
판단은 오로지 독자들의 몫입니다.

12월 한달 동안 게재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세금이 허투루 사용되는지 여부를 앞으로 1년내내 지속적으로 집중 취재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경주포커스의 제한된 인력과 빈약한 취재력으로는 독자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거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 드리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시민, 독자여러분의 참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시민들이 내는 세금이 필요한 곳에 제때에 제대로 쓰이는지, 경주포커스에 지속적인 제보와 관심, 성원을 당부드립니다.

▲ 정면에서 바라본 전공비, 뒤쪽 구조물은 씨름장이다.

5일 오후, 2014년 경주시 복지정책과 예산안을 심사하던 시의회 문화행정위원회 회의에서 김일헌 의원은 “무슨 방향을 어떻게 돌리길래 예산이 4000만원이나 들어가냐?”고 물었다.
다소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답변에 나선 이상락 복지정책과장은 “황성공원에 있는 무공수훈자전공비 위치가 잘못돼 있고,그래서 방향을 바로잡는데 그 정도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사정을 따져봤다.

▲ 전공비가 축구장을 향해 있고, 입구가 펜스와 연접해 있어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경주시의 설명이다.
전공비는 경주시 황성공원내에 있는 씨름장 남편에 축구장과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충혼탑 쪽 주차장에서 약 200m 거리에 있는 전공비는 대략 5m 정도의 높이로 6.25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참전자 중에서 무공훈장을 받은 유공자의 명단을 비석 옆면, 후면에 빼곡히 새겨놓았다.

이 비석은 이원식 시장 재임때인 2001년에 11월에 건립됐다.
전공비와 별도로, 국가보훈처지정 현충시설이라는 점과 ‘6.25 한국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한 경주출신 무공수훈자의 공훈과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했다’는 표지석도 설치 돼 있었다.

전공비는 동천(알천)을 바라보면서 남쪽으로 향해 설치 돼 있었고, 그 입구는  황성공원 제2축구장 철제 펜스와 70cm 정도 이격돼 있었다.  ‘방향을 바로잡는다’는 뜻을 그제서야 파악 할 수 있었다.

경주시는 이 전공비 정비에 대해 '시민들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무공수훈 공적내용을  전달하는 목적을 제고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무공수훈자회 경주시지회에서 지난 3월 전공비 위치를 변경해 달라는 건의를 한뒤 지난 8월 전공비 방향을 변경하는 것으로 정비계획을 확정했다는 것이다.
예산이 확정되면 경주시는 내년 3월 설계용역을 발주해 6월말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경주시 공무원들은 예산안을 제출할때마다 '불요불급한 예산편성은 지양한다'고 말한다.
이 사업은 과연 '반드시 필요하고 시급'한 것일까? 
방향을 변경한다고 해서 과연 시민들의 참배가 늘고,시민들의 안보의식 높아지는 등 경주시가 목적하는 바를 달성할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볼일이다.

전공비 현장을 둘러 보고 되돌아 오는 길.
충혼탑으로 향하는 입구에는 연세 지긋한 어르신 1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바둑을 두거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주로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포장마차는 충혼탑 입구 오른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 박무의공비 앞에서는 술판이 벌어지고, 심지어 용변을 보는 어르신도 목격됐다. 관리의 사각지대인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그 뒤편에는 임진왜란때 경주성 탈환에 큰 공을 세운 박의장을 기려 철종 12년(1861)에 세운 공적비 ‘박무의공비’가 있다. 
본명이 박의장인 박무의공은 조선 선조때 무과에 급제해 임진왜란때 경주판관으로 재임했다. 임진왜란 초기 경주성을 뺏긴뒤 경주성 탈환에 큰 공을 세웠고, 이어 7년동안이나 경주에서 왜적의 침입을 격퇴한 충신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사후, 조정에서는 그의 공을 기려 ‘무의공’이라는 시호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공적비는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다.
공적비 바로 앞에서는 어르신들의 술잔이 오가고 있었고(사진 노란색 원), 취기오른 한 어르신은  ‘공적비 안내판’ 바로 옆에서 용변을 보는 것이 목격기도 했다.(위 사진 빨간색 원)

 '국가 유공자 예우‘ ’시민의 안보의식 고취‘를 이유로 6.25 참전 무공수훈자들의 공적비 정비에, 그것도 방향을 전환하는데 4000만원을 사용하려는 경주시가, 정작 임진왜란때 경주를 지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충신의 공적비 관리는 소홀이 하는 현장이었다.  

▲ 황성공원 안내판에는  무공수훈장전공비로 잘못 표기 돼 있다.
입구 안내판도 한심하긴 마찬가지.
경주시 황성공원 안내도에는 무공수훈자 전공비를 '무공수훈장전공비'로 잘못 적어 놓기까지 했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신경써야 한다면, 기자의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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