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고헌산, 열매들의 진화를 말하다.
눈 내린 고헌산, 열매들의 진화를 말하다.
  • 경주포커스
  • 승인 2013.12.2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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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경주 둘렛길 생태와 환경이야기 ⑤

 

경주포커스는 특별기획으로 진행중인 둘렛길 탐사의 후기와 함께 이현정 경주숲연구소장이 탐사지역의 생태를 기록한 글을 <경주 둘레길에서 느끼는 생태와 환경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연재한다.

▲ 9차 경주둘렛길 탐사를 한 21일, 고헌산 정상은 눈으로 덮여 있었다.

▲ 이현정 <경주 숲 연구소장>
겨울이다. 겨울 숲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이번 9차 경주 둘렛길 탐사를 하며 고헌산(1035m) 눈 내린 설경을 맘껏 즐기고 왔다. 물론 인간의 눈으로 가슴으로 눈 내린 산의 풍경을 즐겼을 뿐이다. 우리는 설산의 풍경을 즐겼지만 숲속 생명체들은 추운 겨울을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현재의 숲은 약 5000만 년 전부터 이뤄져 지금껏 왔다고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중생대 백악기 공룡시대에 운석과의 충돌, 기후변화, 대규모 화산활동 등의 원인으로 인해 다섯 번째 대멸종을 앞당기면서 포유류들의 번성시기가 숲을 번성하게 되는 시가와 맞물려 있다고 여러 문헌에서 밝혀진 바가 있다.

또한 이때는 지구의 온도가 온화했을 것으로 추정하며 다양한 식물생태계가 나타나고 여기에 걸맞은 번식의 진화가 조금씩 일어났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바로 식물들의 열매가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기후가 온화해진 지구에서 번식은 더욱 경쟁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어떤 매개체가 자신의 씨앗을 퍼뜨려 줄 것 인가.
포유류가 번성하는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식물들이 번성한다고 앞서 서술했지만 고헌산(.035m)의 교목이 없어지고 관목류(진달래, 철쭉, 미역줄나무, 참싸리, 붉은병꽃나무 등등)가 나타났을 때 포유류로 인해 번식을 가능케 하는 종류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 진달래 겨울눈(새순) 아래 벌어진 열매

오히려 미역줄나무처럼 바람에 날리는 열매를 만들어 내거나 진달래와 철쭉은 깨알 보다 더 작은 씨앗이 무척 가벼워 살짝 날듯이 이내 땅으로 떨어진다.
그렇게 올 봄부터 꽃들을 피우고 잎사귀들을 펼치며 본능으로 진화해 거부할 수 없는 열매를 만들었다.

고헌산을 탐사하는 날 숲속 생명체들은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이틀 전 고헌산에는 눈이 내렸다.
고헌산의 한 열매가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여러 겹의 눈비늘잎(아린)으로 무장해 있는 가지 아랫부분에 다닥다닥 달려 있다. 진달래나무의 열매다.
그해 자란 가지마디에 달린 열매는 활짝 벌어져 있다.
벌어진 전체는 열매이며 세로로 벌어진 틈 사이로 가벼운 몸이라 이미 남아있는 씨앗이 보이지 않는다.

▲ 진달래의 벌어진 열매
하지만 진달래나무 위에 가지를 축 처지게 달린 소나무 열매(솔방울)는 상황이 다르다. 소나무 열매(솔방울)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지 20분 정도만 되어도 활짝 벌어져 있던 열매(솔방울)가 입을 꽉 다물듯 다물어 버린다. 소나무는 진달래 보다 훨씬 앞서 지구에 나타나 번식의 진화를 이루어 낸 친구이다.

그래서 가을에 소나무의 다 익은 열매(솔방울)는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한 날씨가 되면 활짝 벌어져 날개가 달린 씨앗들을 바람에 날려 보낸다.
그리고 진달래는 관목(땅속뿌리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올라오는 나무)으로 씨앗에 의해서 발아가 되지 않아도 땅속뿌리에서 줄기를 계속 올려 번식에 임하는 것이다. 물론 씨앗으로도 충분히 발아가 잘 되는 친구이다.

이렇게 소나무와 진달래는 같은 자리에서 자라고 있었지만 소나무 열매는 아무래도 질퍽한 땅위에 떨어져 좋은 결과를 예상할 수 없고 멀리 날아가지도 못할 수 있기에 꽉 다물고 있었고, 소나무 씨앗은 엄마나무를 멀리 떠나야만 더 건강하게 살아갈 확률이 높기에 …
진달래는 상관없이, 아무런 상관없이 자리를 지킨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는 언제까지 진달래에게 현재를 지킬 수 있게 할까?

▲ 철쭉 열매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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