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자사고 물건너 갔다?
한수원 자사고 물건너 갔다?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3.12.30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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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득기자의 경주읽기]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한수원이 경주에 설립하기로 한 자율형 사립고 설립이 늦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무산될 가능성 마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4월29일 자율형사립고 설립기본계획(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된뒤 7월까지 학교법인을 창립하고 10월 학교설립 인허가를 취득하며, 2016년 3월 개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법인은 창립하지 않았고, 도교육청에 학교 설립 인허가 서류조차 넣지 않은 상태다.
한수원본사 조기이전과 맞물려 한수원 사택건설 입지와 함께 발표하겠다던 학교 위치도 여전히 속시원하게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한수원이 지난 4월 이사회 통과때 제시했던 일정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최양식 경주시장, 정수성 국회의원, 조석 한수원 사장, 정석호 시의회의장이 한수원 연내 이전 유보사실을 밝힌 기자회견문을 살펴보면 한수원 학교 설립 무산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 정수성 국회의원과 최양식 시장이 2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이날 4자기자회견에서 ‘한수원이 설립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정 의원과 최 시장의 기자회견 발표문에서 짧게 언급되고 있다.
20일 정수성의원의 기자회견 발표문에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자율형 사립고 설립은 기획재정부의 사업 승인 및 경상북도 교육청의 학교설립 인허가 방침에
        따라 추진하며 건립위치는 시내권 사택과 연계하기로 했다."

최 시장의 발표문도 비슷하다.
        "자립형사립고 (자율형 사립고를 잘못표기/편집자)는 시내권에 설립하되,
         중앙정부의  방침에 따라 조속히 건립하고…"

발표문 자체로만 놓고 봤을 때는 그 어디에도 ‘무산될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을 뿐더러 쉽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면 종전에 했던 발표문에는 쓰지 않던 표현이 나타난다.
기획재정부,중앙정부의 방침, 도교육청의 학교인허가 설립 방침에 따라 등의 표현이 새롭게 나타나는 것들이다.

먼저 2009년 8월31일 김종신 당시한수원 사장, 정수성 국회의원, 시장, 시의회의장이 참석한 관계기관 합동기자회견의 발표문을 살펴보자.당시 7개항의 합의사항 가운데 학교건립에 대해서는 네 번째에 언급된다. 2009년 8월31일 관계기관 합동기자회견 발표문에서 언급된 내용은 이렇다.
       "학교 건립은 한수원 자립형사립고를 기숙형으로 건립하되 인허가 기관인 도 교육청,  지역
        교육계 등   관련기관과 협의하여 직원사택 건립시기와 연계하여 시내권에 건립 추진해 나가도록
        한다."

위에서 요약한 대로,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것과 4년전 4자회담 발표문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획재정부 혹은 중앙정부 방침이 언급됐다는 점이다.
4년전 발표문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던 ‘기획재정부의 사업 승인에 따라’ (정의원 발표문), ‘중앙정부 방침에 따라’(최 시장 발표문) 는 등의 표현이 20일 기자회견에서 처음 나타났다.

또한 4년전 발표문에서 ‘도 교육청, 지역 교육계 등 관련기관과 협의하겠다’는 표현은 ‘경상북도 교육청의 학교설립 인허가 방침에 따라 추진하며’로 바뀌었다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런 표현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기획재정부(혹은 중앙정부)가 승인하지 않거나, 도교육청이 인허가 하지 않으면, 학교설립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획재정부가 승인하고, 경북도교육청이 승인한다면 한수원학교 설립이 무산되지 않을수는 있겠지만, 현재의 여러정황은 경주시민의 희망과는 정반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2013 교육혁명대장정 참가단이 7월26일 오전 10시 경주시청에서 한수원 자율형사립고 설립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그런 분석의 근거는 이렇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이후 공기업 개혁은 국정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거론하고 있고 주무부처는 기획재정부다. 현오석 기재부장관겸 부총리는 기회있을 때 마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부채 문제를 엄격 관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정수성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공기업의 부채는 전체 공기업 부채의 35.1%로 국토부 산하 공기업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높다. 그러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은커녕 각종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정점에 한수원이 있다.  
부품성적 시험서 조작등 각종비리로 한수원은 몸살을 앓기도 했고,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상횡에서 한수원이 설립비용만 787억원이나 들고, 매년 운영비로 30억~40억원이 들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한수원 학교 설립에 대해 기재부나 산자부가 긍정적인 인식을 할 리가 없다.

한수원 자사고 설립 승인기관인 경상북도교육청도 한수원 자사고 설립에는 애당초부터 부정적이었다.
자율형 사립고와는 다르지만 2006년 경주시가 특목고를 방폐장 유치지역지원사업으로 요청했을 당시 교육부와 함께 경상북도교육청은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었다.
이미 학생수 감소로 기존 고등학교에도 정원미달이 발생되고 있어 학교 신설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다는 이유였다.
한수원이 자사고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그 당시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지난 20일 정수성의원과 최양식 시장의 기자회견 발표문에서 ‘기획재정부 또는 중앙정부 방침에 따라’라는 표현이 추가된점, ‘도 교육청, 지역 교육계 등 관련기관과 협의하겠다’는 표현이 ‘경상북도 교육청의 학교설립 인허가 방침에 따라 추진하며’로 변경된 점등은 한수원이 설립하는 자율형사립고가 사실상 어려워 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다.

20일 기자회견을 보면서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 는 서양속담을 떠올렸다면 기자의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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