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대학 운운하면 경주를 망치는 사람
서라벌대학 운운하면 경주를 망치는 사람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4.01.03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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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종득기자의 경주읽기] 정수성의원과 똘레랑스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말 똘레랑스(tolerance)는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파리에서 오랫동안 망명 생활을 하던 홍세화 작가가 1995년 쓴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를 통해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졌다.

홍세화씨는 책에서 '한국 사회가 정이 흐르는 사회라면 프랑스 사회는 똘레랑스가 흐르는 사회'라고 했다.
그는 이 책에서 프랑스적인 똘레랑스의 예로 드골대통령과 당대의 지성 사르트르와의 일화를 예를 들었다.

알제리 독립 운동이 한창일 때, 사르트르는 알제리 독립 자금 전달책으로 발벗고 나서게된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인인 사르트르가 프랑스와 싸우는 알제리인들의 독립자금을 전달하는 배달원이 된 것이다.
경찰의 감시를 피해 그가 국외로 빼돌린 자금은 알제리인들이 무기구입에도 쓰일 돈이기 때문에 사르트르의 이같은 행동은 프랑스에 대해서는 명백한 '반역'이자 '범죄행위'였다.
당연히 사르트르를 법으로 심판해야한다는 소리가 프랑스에서 나오기 시작했는데, 드골 대통령은 이 한마디로 사르트르를 심판한해야 한다는 측근들의 주장을 잠재웠다고 한다.
"그냥 놔두게. 그도 프랑스야"

▲ 정수성국회의원이 3일 신년인사회장 입구에서 서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상식적인 배려와 용인의 미덕을 들려주며, 우리 사회에 진지한 성찰을 요구했던 이 책이 나온지 꽤 긴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한국은, 경주는 여전히 나와 다른 의견이나 사상을 좀처럼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살벌한 풍경이 3일 경주상공회의소가 주최한 ‘2014년 신년인사회’에서 빚어졌다.

“이 시간 이후부터 서라벌대학 운운하는 사람은 경주를 망치는 사람이다.”
신년인사회에서 나온 정수성 국회의원의  발언이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11시부터 경주 현대호텔에서 각계 시민 400여명이 참석하 가운데 열린 ‘2014년 신년인사회’ 인사말을 통해 한수원본사 경주이전과 관련, 최근 최양식 시장, 조석 한수원사장, 정석호 시의회의장등과 이른바 4자회담을 통해 한수원본사 경주이전시기를 ‘양북면 장항리 신사옥 준공 이후’로 연기한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의원은 “서라벌대학교의 경우 300여명의 인원이 최소 6개월에 불과한 기간을 사용하기 위해 너무 많은 인적, 물적자원이 투입되며 시간적으로 어려운 실정이었다”고 조기이전을 유보한 결정을 설명하면서 “국회의원, 시장, 시의장, 한수원 사장이 모여 어떤 선택이 현재의 경주시민과 미래의 경주시민에게 도움이 될지를 두고 고뇌에 찬 결심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강경한 발언이 이어졌다.
“1월1일 한수원이 만약 경주로 이전했다면 (임시사옥으로) 들어갈 곳이 과연 있었겠나? 가장 현명한 결정이었는데 시끄럽게 하고 분란을 일으키면 안된다. 이 시간 이후부터 서라벌대학 운운하는 사람은 경주를 망치는 사람이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서라벌대학 문제를 이슈화 하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겠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연설문을 별도로 인쇄했으며, 한수원본사 임시사옥의 조기이전 유보결정 배경과 서라벌대학으로의 이전이 어려운 점등을 별도로 설명한 15쪽 분량의 자료도 만들어 참석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정 의원의 발언에 대해 신년인사회 말미에 한 참석자가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주최측에 의해 제지당하기도 했다.

“오로지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방안을 생각해서” 내린 ‘고뇌에 찬 결심’에 대해 일부 사회단체나 일부 언론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불편했을 수는 있다.
자신의 진정성을 잘 알아 주지 않는데 대한 서운함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간 이후부터 서라벌대학 운운하는 사람은 경주를 망치는 사람이다.”라는 발언은 그 정도가 지나쳤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던 김일윤 서라벌대학 설립자는 기자와 만나 “정 의원의 주장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이 자리(신년인사회)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정 의원의 오늘 발언은 분명히 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설립자는 “정 의원 발언의 문젯점에 대해서는 차후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나와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차이로 보는 것이 아니라 틀렸다고 보는 듯한 ‘경주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의 발언을 들으면서 새삼 ‘관용과 용인의 미덕’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한수원 조기이전 유보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도심권 일부 사회단체회원은 경주시민이 아닌가?
그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모두 경주를 망치는 사람인가?
경주는, 국회의원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면 안되는 곳인가?
경주시민들은, 경주는,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가? 

▲ 한 참석자가 사회자석에서 정수성의원의 발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발언 말미에 마이크 전원이 꺼지는 등 주최측에 의해 발언을 제지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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