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치과의사 선생님을 찾습니다~!!!
착한 치과의사 선생님을 찾습니다~!!!
  • 신경진
  • 승인 2011.10.18 00: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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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 홀로 더불어]

경주에 산다는 게 요즘처럼 부담스러운 때가 없는 것 같다.
온 경주사람들이 ‘한수원 본사’가 어디에 가는 지 온통 정신을 쏟고 있어서 아주 사소한 일상적인 생활에 관한 이슈들은 작은 먼지만큼도 존재감 없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에 관해 경고하는 많은 말들을 들으면서 '경주라는 곳에서 우리가 일상적인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소소한 노력들이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데...뭐 하러 이런 애를 쓰나' 하는 허무한 생각들이 고개를 든다.

장애아이들의 치아 치료, 참으로 낮설고 힘든...
산다는 게 하루 눈 뜨면 또 그렇게 살아지는 것이지 거창하고 위대한 어떤 것들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사람의 일상이라는 것도 자연이 그러하듯 시간 속에서 나고 자라고 변화하고 시들어지는 생명의 연속된 순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평범한 일상들이 삶이다.
아기가 첫돌이 되면 걷고, 두세살이 되면 쫑알쫑알 말을 하기 시작하고, 학교에 갈 즈음이 되면 글자를 읽고, 청소년이 되면 자기 인생을 고민하며 독립적인 삶을 고민하기 시작하고, 어느덧 청년이 되어 연애를 하고, 자기 가족을 꾸려서 가장이 되는 것 ...또 고단한 삶 속에서 때로는 병들고, 혹은 병을 이겨내고, 더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가족들과 이별할 준비를 하고,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며 생을 마칠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이 ‘나’에게 닥치면 언제나 힘들고 낯설고 두렵다. 그렇지만 남들도 다 겪는 과정이니까 힘을 내고 잘 해내려고 애쓴다.

이런 과정들 중에서 본인에게는 유난히 감당하기 힘들고, 가족을 비롯한 타인에게는 너무나 낯선 것들이 장애인(아동)들에게는 많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치아’ 문제이다.

▲ 장애아들의 치아 치료는 절실하다.이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정성으로 돌봐주는 착한 치과 선생님들이 많았으면....
울산에서 특수교사로 일을 시작한 이후 장애아동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 봐온 시간이 벌써 18년째이다. 그 동안 수많은 장애아동들을 만나면서 ‘가르치는 것’ 이전에 그들의 삶을 제약하는 토대들을 바꿔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똑같이 열심을 다해 가르친다 하더라도 달라지는 결과는 그 토대에 근거해 매우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장애아동과 가족이 ‘치아’문제로 고통을 겪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중 몇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 째 경우는 준영(가명)이라는 불수의운동형(몸이 제 마음대로 떨리고 움직이는 운동 양상을 가진)의 중증 뇌병변장애를 가진 아이의 이야기이다. 몸은 비록 걸을 수도 없고 연필을 잡을 수도 없고, 발음도 제대로 할 수 없지만 고갯짓으로 온갖 대화를 할 수 있는 귀엽고 멋진 아이였다.

그 아이가 영구치로 이갈이를 할 즈음에 집에서 이를 뽑다가 그만 뽑힌 치아가 기도로 넘어가 대학병원에서 응급으로 큰 수술을 받고 몇 주간 입원해서 치료를 받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심한 뇌병변장애 아이라 조심스러워 치과에 가서 빼시면 좋은데 왜 집에서 뽑았냐고 부모님께 여쭤보니 장애아이 치과 진료를 봐주는 치과가 경주에 없어서 대구나 포항까지 가야하는데 매번 이를 갈 때마다 할 수가 없어 앞니를 갈 때는 잘 했던터라 아쉬운 대로 집에서 하다가 그렇게 됐다고 말씀하셨다.

준영이네 부모님은 함께 음식점을 운영하는 맞벌이 가정이라 평일에 시간을 잘 비울 수가 없었다. 일반 아이들에게는 너무 간단한 일들이 장애아동과 가족에게는 이렇게 큰(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 일이 되는 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대구에서 살 때는 알 수 없었던 경주에 사는 장애아 가족의 고충이기도 했다.

두 번째 경우는 성호(가명)라는 자폐장애를 가진 아이가 6학년이 되어 겪은 이야기이다.
성호는 언어 표현이 안되고 지적인 능력도 매우 낮은 자폐성향이 매우 심한 장애아동이지만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었고, 성호의 교육이나 생활의 여러 가지 면면들에 매우 다정다감하고 헌신적인 어머니 덕분에 참 행복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화가 나거나 기분이 안 좋으면 나타나는 여러 가지 행동(몸 흔들기, 손물기, 손 흔들기, 박수치기, 소리지르기 등)들이 더 자주 강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오랜기간 동안 성호를 위해 많은 것들을 참고 애써왔던 어머니도 조금 씩 지쳐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러던 중 성호가 영구치 중 충치가 생겨 치과치료를 받을 곳을 찾다가 차일 피일 미루면서 충치가 심한 치통과 함께 장기간 신경치료를 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성호 어머니는 운전을 잘 하시지 못하고 성호는 몸무게가 70킬로그램이 넘고 힘이 매우 센 아이였기 때문에 아빠와 함께 자가용으로 가거나 먼길을 시외버스를 타고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치통이 심해져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대구의 한 종합병원에 치료를 다니면서 치통과 치료 중에 겪은 아픔 때문에 의사소통은 적절히 안되고 하니 온통 엄마에게 화를 쏟아내며 폭력적인 행동이 돌발적으로 나타나곤 했다.

성호의 어머니는 차를 타고 대구에서 경주로 오는 길에 눈에 별이 번쩍할 정도로 몇 대 얻어맞고 나니 너무 서러워서 지금이 너무 너무 힘들고 희망이 없는 것처럼 막막하다고 울면서 하소연을 하셨던 적이 있다. 의사소통이 안되는 아이들을 치아 문제가 가벼울 때, 그리고 어릴 때부터 치료하는 경험들이 있다면 서로 이처럼 힘들게 겪지 않아도 될 것을 이렇게 힘들게 겪어내고 있었다.

세 번째 경우는 재형(가명)이 재성(가명)이 형제의 이야기이다.
이 형제들의 어머니는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고, 아버지는 공장에 다니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

큰 아이인 재형이는 유전적 요인인지 6살인데 3세정도 발달 수준을 보이고 있었고 동생인 재성이는 4살인데 또래에 비해 1년 반 정도 발달이 늦어지긴 했지만 교육의 효과가 매우 커서 정상발달을 기대해도 좋을만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갔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모두 충치가 유난히 많았는데 특히 큰 아이는 모든 유치가 썩어서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할 정도로 심했다.

지적장애를 가진 어머니가 발달에 문제가 있는 재형이에게 오랫동안 젖병을 물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단 음식을 너무 많이 주고 양치질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자연식으로 된 식사는 제대로 씹지 못할 정도로 치아가 망가진 상태였다. 가까이에 가난한 장애아동들을 위한 치과가 있다면 당장 데리고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치과 진료는 보험이 안되는 것들이 많다던데...이 유치들을 다 갈 때까지 얼마나 고생할는지...’ 걱정만 하다가 봄학기에 인근지역 병설유치원에 다니게 되면서 헤어지게 되었다.

장애아 치료 가능한 시설 갖춘 병원과 착한 선생님 많아졌으면...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경주에도 장애아동들이 비록 바른 자세로 치료에 협조할 수는 없어도, 자세를 고정시켜주는 기계장치들이 셋팅되어 있는 치과와 장애아이들을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도와줄 수 있는 ‘착한’ 의사선생님들이 많이 생겨서 이 아이들이 치과치료 때문에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하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하루 하루가 하나부터 열까지 쉽지 않을 장애아동들과 그 가족에게는 ‘한수원이 어디에 생기는가’, ‘방폐장이 안전한가’ 하는 문제보다 이를 빼다가 생사의 고비를 넘기도 하고, 치통을 앓는 장애를 가진 아들에게 눈에 별이 보이도록 얻어맞기도 하고, 충치 때문에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는 아이를 바라보기도 하면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더 서럽고 절망적일 수 있다.

 
․ 대구대학교 치료특수교육학과 졸업
․ 경북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
․ 장애전담 '아이꿈터'어린이집 원장
․ 경주대학교 특수체육교육학과 외래교수
․ 참교육학부모회 경주지회장
․ 경주시보육정책위원
․ 경주시립도서관 운영위원 . 세상이 더 좋아지고 나서, 다 지나고 난 후에, 장애인의 인권 어쩌고 하면서 분노하고 응징해 줘 봐야 결국 지난 일이고 행복했어야 할 날들을 다시 찾아 주지 못한다.

지금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 하나를 덜어주려는 관심과 행동을 어떤 명분으로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장님! 시의원님들! 경주에 장애아동들 진료를 할 수 있는 치과 만들어 주세요!!!
착한 치과의사선생님들 도와주세요!!! 지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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