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3월의 봄바람을 달래다
변화무쌍한 3월의 봄바람을 달래다
  • 경주포커스
  • 승인 2014.03.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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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경주 둘렛길 생태와 환경이야기 ⑧일부리~신원교

 
경주숲연구소 전날 종일 내린 비는 3월의 12차 둘렛길의 숲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늘 만나지만 황룡사 9층 모형탑에서 기다리고 있는 노란버스가 봄 햇살보다 더욱 빛나 보인다. 2월은 눈밭에서 온몸을 던져 뒹굴었고 3월은 500고지의 능선에서 완연한 봄이 오기 전 변덕스러운 바람을 달래러 간다.

2월, 매화가 봄을 살짝 알렸다.
하지만 시샘의 바람은 나머지 매화의 꽃봉오리들을 피우지 못하게 하였다.
며칠 전 숲 땅 위에서 애써 올린 바람꽃의 여린 꽃줄기들은 봉오리 끝이 조금씩 상한 채 가늘게 떨 듯이 서 있었다. 물론 꽃봉오리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무의 꽃눈조차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어느새 일행이 탄 노란버스는 1시간 정도 달려 련화산 법화사 앞에 도착했다.

▲ 수꽃이 피기전에 암꽃이 먼저 펴 동해를 입은 개암나무
▲ 꽃눈이 부풀어 오른 진달래.
우리는 왼쪽 계곡 숲길로 들어섰다. 발걸음을 얼마 옮기지도 않았다.
좌우로 많은 개체는 아니지만 듬성듬성 개암나무들이 서있다.
연노랑색 수꽃들이 세로로 줄줄이 가지 끝에서 한 두 마디 안쪽으로 내어 놓았다.

역시나 샘이 많은 봄바람은 개암나무를 그냥 둘 리 없다. 연노랑의 세로로 하늘거리는 개암나무의 수꽃들은 꽃가루가 거의 다 날아갈 즈음에 붉은 말미잘의 촉수를 닮은 암술을 내어 놓는다. 그렇게 암술을 내어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동해를 입고 말았다. 밝은 붉은 빛깔로 반짝거려야할 암술은 검은 빛으로 윤기를 잃은 채 굳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상상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왔다. 이들이 먼저 내어놓은 개암나무의 붉은 암꽃은 꽃가루받이에 이어 수정에 실패했을지 몰라도 한낮의 기온이 15°내외로 며칠만 유지가 된다면 이내 반짝이는 붉은 암술을 피어 올릴 것이다. 여기까지는 숲의 계곡 입구 쪽의 상황이라고 해 두자.

▲ 2월에 일찍핀 매화
우리는 북쪽으로 향했고 능선에 올라섰을 땐 500m~600m고지에서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며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진달래와 철쭉의 꽃봉오리들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물이 올라 있는 모습을 하산 때 까지 관찰하게 된다,

진달래와 철쭉은 우리나라에 속한 산이라면 일반적으로 늘 만나게 되는 관목류에 속한다. 또한 개암나무도 숲으로 들어서기 전 숲 가장 자리에서 늘 만나는 관목류이다. 이들이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추측해 보는 건 나에게 있어 손에 잔잔한 땀방울을 지게 한다.

▲ 3월초에 올라온 꽃봉오리 끝이 상한 너도바람꽃
먼저 숲의 입구나 가장자리에 주로 보이는 개암나무는 꽃을 피워 꽃가루를 날릴 때 바람을 이용한다. 하지만 열매는 통째로 떨어져 땅에 묻혀야지만 번식에 성공을 하는 것이다. 물론 개암나무의 번식방법에 있어서 또 다른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방법이 우선이다.

그리고 진달래와 철쭉은 햇빛이 잘 드는 산지면 대부분 번식을 잘하며 살아간다. 이들의 꽃이 피었을 때 분홍색 꽃 안쪽 허니 가이드(꿀 안내선)가 보인다. 곤충을 이용한 수분방법이다. 그렇게 열매가 익어서는 각각의 방으로 나눠진, 세로로 닫힌 문이 열리면 약간의 바람에도 작고 가벼운 씨앗들은 얼마간의 비행 끝에 땅으로 떨어진다. 이때 진달래와 철쭉이 이용하는 바람은 시기적으로 안전하게 이용하고 긴 시간 속에서 이용한다고 보면 된다. 꽃이 피고 새잎이 나기 전까지 씨앗을 날릴 것이기 때문에…
변덕스러운 봄의온도변화와 바람은 4월에 푹 접어들어야 온 산야에 진달래의 진한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3월의 변화를 아직도 진화의 과정에 두고 있는 개암나무는 먼저 내보낸 정찰병의 희생으로 조금 기다렸다 다시 꽃을 피울 것이다.

봄의 변화무쌍한 바람이지만 인간보다 훨씬 지혜롭고 인내로 가까이 하기에 서로는 절실하다. 진달래와 개암나무는 절실하게 바람을 달래고 있었다. 바람아, 봄바람아 조금만 기다려줘.

▲ 변산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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