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경주 민주주의 시계바늘...'환영대회' 관제데모 의혹
거꾸로 가는 경주 민주주의 시계바늘...'환영대회' 관제데모 의혹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1.10.25 13:28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로당 노인들 수백명 동원의혹

▲ 대회 시작전 가수의 공연.
▲ 주최측이 준비한 대형만장과 피켓등이 단상앞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 집회를 마친뒤 주최측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관제데모는 시민이나 국민의 자발적 발의나 참여가 아닌 官의 지원이나 동원에의한 시위를 가리킨다.

우리나라의 관제데모는 아주 역사가 깊다.
이승만,박정희 정권은 물론 그뒤 독재정권들은 예외없이 관제데모를 애용했다.

이른바 민주정부 수립이후에도 관제데모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배후가되는 관제데모 논란도 잊혀질만 하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 A 동장이 주민들과 함께 경주역광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경주에서도  관제데모 의혹은 한수원본사 도심이전 논쟁의 와중에서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10월24일 경주역광장에서 경주국책사업협력 범시민연합이 주최한 한수원본사 재배치계획 범시민환영대회 역시 그런 의혹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날 환영대회의 참가자는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이었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경주시 읍․면․동장들을 비롯한 수많은 공무원들이 목격됐다. 
대회를 마친뒤 행사장을 빠져 나갈땐 상당수 읍면동장들과 공무원들이 이들 노인들과 함께 빠져 나갔고, 일부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들었던 피켓을 받아 들고 가기도 했다.

도심지역 동에서 참가했다는 한 노인은 “통장이 환영하러 가자고 해서 왔다”고 했다.


▲ B읍장이 환영대회를 마친뒤 주민들과 함께 경주역광장을 나가고 있다.
기자가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의 경로당에서도 6-7명의 노인들이 참석해 경주역사 안 의자에 앉아 대회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참가이유를 물었더니 "이장이 가자고 해서 그냥 왔다"고 했다.

한 읍의 담당자는 100여명의 주민들과 함께 왔다고도 했고, 또다른 면지역에서도 경로당의 노인들과 공무원들이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고 했다.

경주시에서 공문으로는 보내지는 않았지만 전화를 통해 지시했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시 본청에서 읍면동으로 공문을 보내 흔적을 남기는 대신, 23일 저녁 혹은 24일 오전에 시본청에서 읍면동 총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인원동원을 지시 했다는 증언이다.

경주시청의 인원동원 지시의혹이외에도 음향기기를 설치한 가운데 트로트 신동으로 불리는 어린이 가수와  여자가수를 출연시켜 집회 초반 흥을 돋구거나, 지도부에서 일 괄적으로 만든 수십개의 홍보 만장과 현수막및 피켓 제박비, 주요 일간지에 끼워 배포된 수만장의 홍보 전단지 제박비용등을 감안하면 이날 하루 행사에  투입된 비용은 상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장면은 통상 참가단체들끼리 분담금을 내기 마련인 열악한 재정형편의 시민단체나 민주단체, 노동단체체가 주관하는 이른바 '자발적 시위나  집회'에서는 흔히 볼수 있는 장면이 결코 아니었다.

▲ C읍사무소 공무원이 주민이 들었던 피켓을 들고 주민들과 함께 행사장을 나가고 있다.
이날 참가자 가운데 자발적인 참가자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한 것이외에도 수많은 여러 정황과 증언들을 종합하면 24일 경주역환영대회는 관제데모 의혹이 매우 짙다.

관제데모는 시민들의 여론을 관이 조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수 없는 일로 꼽힌다.
시민들 사이의 갈등과 분열을 행정이 앞장서 조장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극히 위험스런 일이기도 하다.
지자체가 앞장서 여론을 조성하고 조작한다면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심각한 반민주적 행위 일수도 있다.

최근들어 경주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민주주의 위기징후는 어느 특정 분야 한 두 곳이 아니다.
더구나 시민을 섬기는 것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최양식 시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독재정권 시대 혹은 정당성이 취약한 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관제데모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면 이는 참으로 심각한 일이 아닐수 없다.

한수원본사 도심이전이 경주시청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시정과제이긴 하겠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과 수단이 정당성을 상실해서는 결코 안된다. 비민주적이서는 더더욱 안된다.

경주시의 반성이 무엇보다 절실하지만 그들 스스로의 시정노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경주시의회, 지역내 시민단체, 제 민주단체들이 경주시청의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나서야 한다.
시청일에 관한한, 비록 법외노조이긴 하지만 경주시청 공무원노동조합의 역할은 가장 중요하고 절실하다.
단순히 한수원본사 도심이전에 대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 경주 사회의  민주주의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결코 조용하게, 저절로 이뤄지지 않았다. 
수많은 이들의 피와 눈물로 쟁취한 것이라는 점은  역사가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원전,방폐장, 무상급식, 예산편성...
경주에서 '민주주의'가 절실한 이유는,
왜곡되고 비틀리기 일쑤인 수많은 현안들이 이미 충분히, 그리고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