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슬픔 가득한 5월의 숲
백색 슬픔 가득한 5월의 숲
  • 경주포커스
  • 승인 2014.05.2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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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경주 둘렛길 생태와 환경이야기 ⑩ 산내면 우라리~서면 도계리(영천 북안 신리리 경계)

▲ 갈참나무 잎에 떨어진 아까시 꽃.
늦봄 5월이다.
▲ 이현정 <경주 숲연구소>
하지만 단오를 2주나 남겨두고 내 심기는 이상기후와도 같은 예측이 어려운 불편함속에서 헤매고 있다.
노란버스가 이제 달리기 시작한다. 자동적으로 내 눈은 숲을 향해 있고 5월의 숲 색을 관찰하고 있다. 숲 가장자리는 찔레꽃이 뭉실뭉실 피어 달리는 차 유리를 뚫고 향기가 불쑥 들어올 것 만 같다. 그리고 아까시나무의 꽃들은 숲 중턱까지 많은 면적을 차지하며 넓게 피어있다.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너무 한꺼번에 일찍 피기 시작한 것이다. 20년 전만 해도 기억 속엔 6월 중순까지도 피어있던 모습이 아른거린다.

아까시나무는 콩과며 미국 남동부가 원산지이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CF송에 나온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 그리 예쁜가요~ 아~아~아 아~아~아 아카시아껌!’이랬던 아카시아는 미모사과 아카시아속 아카시아이다. 열대성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온실이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 아까시나무 꽃
아까시나무는 1911년쯤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황폐했던 우리나라 숲을 일으켜 세운 공이 엄청나고 이 큰 공은 콩과의 식물들은 다 그렇듯이 질소고정세균(뿌리혹박테리아)과 공생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용할까 ?
잠시 소개하면 토양에 있는 아질산세균(Nitrosomnas)은 암모니아를 아질산염으로 전환시키고, 질산세균(Nitrobacter)은 아질산염을 질산염로 전환시켜 에너지로 이용한다. 물론 질산염은 수용성이라 비만 오면 토양으로부터 빠져나가 버린다. 하지만 콩과 식물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다. 얼른 얼른 이용할 수 있는 진화를 해온 것이 질소고정세균과 공생을 하는 것이었다.

온통 흰색 꽃들로 야단법석인 자연을 느끼고 있던 순간 노란 버스는 둘렛길 산행 출발지 산내면 우라리에 도착했다.

▲ 아까시꽃비가 쌓인 숲길
출발해서 어느 정도 이동했을까...역시나 나타난다 아까시꽃이... 동행한 일행들을 멈추게 하고 다짜고짜 작은 꽃을 따서 먹어보라고 했다. 먼저 시식한 내 입안에서 꽃 꿀이 터져 달콤함으로 번진다. 순간 흰색의 꽃들 숲에서 의기소침해 진다. 바다 속에서 안타깝게 나오지 못한 아이들과 사람들에게 마치 흰빛으로 자신의 생존을 미안함으로 승화시켜 바람에 흐느끼듯 흔들린다.

우리는 아직 힘겹게 산을 오르고 있다. 중간 중간에 다양한 꽃을 만나면서 오감으로 느껴보았다. 사룡산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층층나무의 하얗게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덩치 큰 친구를 만나게 된다.

▲ 층층나무 꽃
우리나라는 많은 부분 큰 층층나무가 있는 주변은 식물종들이 다양하지 않다. 잎이 넓고 큰 나무로 큰 그늘을 만든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숲 바닥은 생명이 멈추어 있다. 빛이 들어오는 즉시 다른 생명체들이 꿈틀거릴 것을 층층나무는 알고 있다. 그래서 맘껏 그늘을 드리운다. 더욱이 오늘 둘렛길의 숲길은 그늘이 싸하게 내려앉아 있는 곳을 유독 만나게 된다. 물론 느낌일 것이지만 층층나무의 꽃이 핀 그늘 속에서 바다가 보인다. 바다 속에서 죽어간 아이들 생각에 층층나무 백색의 쟁반에 소복이 담아 그저 혼들을 위로하고 우리가 잘못했다...그저 잘못했다라고 소리 없는 메아리가 울린다. 그래서인지 더욱 희디희게 보이고 슬프고 슬프다. 온통 백색의 슬픔을 울리는 듯하다.

사룡산을 거쳐 우리는 하산 길에 접어든다. 한 참을 걸었다. 도착지점을 1.5km를 남겨 두고 아까시 꽃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며칠 동안 내린 꽃비는 꽤 쌓여 있다. 그 길을 앞서간 일행들은 모두 지나갔다. 나도 곧 꽃비 내려앉은 길을 밟아야만 한다. 그런데 발자국은 잘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의 엄청난 사고는 절대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오늘 지나간 발자국이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프지 않다고 밟히지 않았던 것은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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