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공단설립 공청회 '주민없는 꼼수 공청회'
시설공단설립 공청회 '주민없는 꼼수 공청회'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1.11.04 01:2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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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석 대부분 공무원. 방청석 의견은 겨우 15분만에 종료

경주시 시설관리공단설립에 따른 주민공청회가 지난 3일 경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열렸다.

경주시가 추진하는 시설관리공단 설립 계획은, 국민체육센터, 황성공원내 각종 체육시설, 사적지관람료 징수등 현재 경주시기 수행하는 각종 공공시설물 관리업무를 지방공기업인 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해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계획이다.

▲ 경주시가 시설공단설립을 앞두고 지난 3일 경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경주시는 2012년내로 시설관리공단 출범을 목표로 작년연말 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 타당성 용역을 의뢰 했으며, 3일 오후3시부터 경주시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공청회도 그 절차의 하나로 열린 것이다.

용역을 수행한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12개의 시설공단위탁 검토대상 사업 가운데 국민체육센터, 황성공원체육시설, 공영주차장, 사적지 관람료 징수, 청소년수련관, 특산품 전시판매장, 사적지 관리및 보호업무등 11개사업을 시설관리공단 위탁대상사업으로 제안했다.
연구원은 공단설립으로 현행 203명인 인력을 182명으로 10.7% 감축하고, 11.2%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주시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과 타당성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경상북도와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며, 설립심의위원회의 심의, 조례제정 등 공단설립을 위한 제반절차를 거쳐 2012년 중에는 시설물관리공단 출범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취재현장/ 공청회라면서 듣는데는 소홀....公聽會는 空聽會?

▲ 공청회에서 최양식 시장이 시설공단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공청회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이 중요한 정책사안 등에 관해 해당 분야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나 이해당사자 등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하는 회의를 말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결정과정에 국민을 참여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요청에 부응하는 제도로 평가 받는다.

시설공단 설립을 추진하는 경주시가 지난 3일 경주시 청소년 수련관에서 개최한 공청회는 행정안전부가 2008년 마련한 ‘지방공기업설립 및 운영기준’에서 정한 절차에 따른 것이다.

'지방공기업설립 및 운영기준'에 따르면 지방공기업은 주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할수 있으며, 주민의 복리증진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주민공청회등 주민의사 반영을 위한 제도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방 공기업설립 및 운영기준’은 또한 공청회 개최시기 및 방법도 명시하고 있다.
지방공기업 설립심의위원회가 열리기전에 개최하되,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공개로 진행하며 최소 15일 이상 공개해 주민들에게 충분히 공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경주시가 지난 3일 개최한 공청회는 주민의견수렴을 목적으로 개최되는 일반적인 공청회와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났다.

먼저 공청회의 형식.
통상 공청회는 주제 발표를 한뒤 전문가들이 찬반 토론을 하고, 방청석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식이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서는 한국산업관계연구원 관계자의 타당성검토결과 설명만 있었을뿐 전문가 토론은 아예 마련되지 않았다. 대신 방청석의 질문과 답변만 이어졌다.

행안부 운영기준에서는 공청회 개최 15일이전에 공고해서 주민들에게 충분히 공지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번 공청회를 앞두고 경주시가 시민들에게  '충분히 공지'한  흔적은 별로 없다.그 흔한 현수막 한 장 내걸지 않았다.
이런이유때문인지 공청회장에는 경주시청 공무원과 리통반장이 대부분이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개최한 공청회자리에서 20분동안 시설공단 설립의 필요성과 효과등을 장황하게 설명한 최양식 시장의 인삿말 내용도 적절한 것으로 보기 어려웠다
최 시장은 인삿말을 하면서 인건비 절감, 소득 및 고용창출 등 시설관리공단설립이 가져올 효과와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리고 공청회가 끝날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공청회장에서 시설관리공단 설립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마당에, 또 그 공청회를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시청공무원, 혹은 리통반장들이 시장의 의중과 다른 입장을 개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설령 경주시와 이해관계가 많지 않은 시민이라고 해도 시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런점에서 최시장이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것 역시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
공교롭게도. 공청회에서 시설공단 설립에 부정적인 의견은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 타당성 용역결과 설명회를 듣고 있는 방청석 모습.

공청회라면서, 경주시는 애당초  계획단계에서부터 방청석 질의 답변은 겨우 30분만 배정했다. 이 시간계획 하나만 봐도  주민들의 의견을 들으려는 진정성을 찾기는 어렵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국민의례, 시장인사 말씀, 타당성 검토결과 설명등에 30분, 시민의견수렴및 질의답변 30분을 배정했고, 실제 공청회 현장에서 방청객들과 질의 답변은 이보다 더 짧았다.

오후 3시무렵 시작된 공청회는 국민의례와 최시장의 인사말에 무려 20분을 흘려보냈다.
타당성 검토 결과 설명은 3시20분부터 3시54분까지 무려 34분동안 진행됐다. 
방청석의 질문과 답변은 3시55분부터 4시10분까지 겨우 15분만 소요됐을 뿐이었다.

경주시는 이날 공청회 개최에 앞서 ‘공청회에서 제시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은 적극적으로 수렴해 향후 시설관리공단 설립때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7명의 방청석 발언자들에게서 다양한 의견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00동청년회장, 리통장연합회장, 노서동, 성건동주민, 상가연합회장등이 질문하고 연구원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도 벌어지지 않았다. 
시의회 등 시설공단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지난 측에서 제기한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 연구원측이 일방적으로 해명하고 시설공단설립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시간이었다..

청중 질문,발언 가운데 반대의견으로 볼수 있는 것은 경주시청소년지도사협의회장이 제기한, ‘청소년수련관’을 대상사업으로 선정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발언이 사실상 유일했다.

현장에서 공청회를 끝까지 지켜본 기자는, 경주시가 의욕을 갖고 추진하는 시설공단설립을 정당화 하기위한 형식적인 절차, 말 그대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주민들의 광범위한 의견을 듣는다는 공청회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빌공자' 空聽會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경주시는 시민주민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시설공단을 설립한다고 한다. 
그런 만큼 설립과정에 보다 많은 시민들의 이해와 지지는 필수적이다.
절차상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그 이후 정당성과 효과는 더욱 커지고 확고해 지는 법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던 옛말을 반성적으로 음미 해 볼 일이다.

경주시가 최근들어 그토록 강조하는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행정'은 그냥 구호로, 말로써 강조한다고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꼼수를 부린다고 될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행정의 과정 과정에서 진실로 시민을 주인으로 배려하려는 자세로 노력할때, 더디지만 한걸음씩 '시민이 주인인 경주'를 향해 앞으로 나아갈수 있을 것이다.

그런점에서 보면 이날 경주시가 개최한 '주민없는 주민공청회'는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경주'가 아직도 요원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는 동시에 행정편의주의가 곳곳에 온존하고 있는 경주시 행정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행사이기도 했다. 

끝으로 행정절차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청회의 일반적인 절차를 소개한다. 이를 찬찬히 살펴보면, '경주시가 3일 개최한 공청회를 과연 공청회라는 이름으로 불러도  타당한지...?' 라는 의문이 어쩔수 없이, 그러나 절로 들게 된다.

‘행정청(行政廳)은 공청회를 개최할 때에는 공청회 개최 14일 전까지 제목, 일시 및 장소, 주요내용, 발표자에 관한 사항, 발표신청 방법 및 신청기한 등의 사항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하고 관보(官報)·공보(公報) 또는 일간신문에 공고 등의 방법으로 널리 알려야 하고, 발표자의 선정에 있어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행정절차법 제38조). 공청회의 주재자는 행정청이 지명 또는 위촉한다. 발표자는 공청회의 내용과 직접 관련된 사항에 한하여 발표하여야 한다. 공청회의 주재자는 공청회를 공정하게 진행하여야 한다. 공청회의 주재자는 발표자의 발표가 끝난 후에는 발표자 상호간에 질의 및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방청인에게도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행정청은 공청회에서 제시된 사실 및 의견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이를 반영하여야 한다(3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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