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방폐장 소재 최초소설 ≪판도라의 항아리≫ 발간
경주방폐장 소재 최초소설 ≪판도라의 항아리≫ 발간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4.08.07 10:0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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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걸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2005년 경주시의회에서 방폐장 경주유치를 시작할때부터 2012년 4월, 제19대 국회의원 총선때까지 약 7년여동안 경주방폐장 건설과 그에 따른 각종 후속사업, 방폐장 안전성을 다룬 장편소설 ≪판도라의 항아리-애물과 보물≫(도서출판 문예촌)이 최근 나왔다.

이 책의 저자는 소설가인 정현걸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이다.

▲ 정현걸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이 6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정 작가는 “국책사업인 ‘중·저준위방폐장’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에 얽힌 진실을 알리고, 또한 경주방폐장의 실상을 낱낱이 해부하여 문제점을 제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방폐장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바람을 담았다”고 밝혔다.

 
한편, 수천 년간 물이 고여 있다 보니 도시 전체에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며 금성 바닥을 떠나 교사 생활을 하며 타향에서 맴돌고 있던, 동생 김영호는 부친의 병환과 금성에 대한 애증으로 결국 금성으로 돌아온다. 그는 부친의 유지를 받들면서 <금성녹색문화운동연합>의 위원장까지 맡아 달성원전과 방폐장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방폐장 2차 공기연장이 발표되면서 방폐장의 실상이 낱낱이 파헤쳐지자, 김성호는 자신을 비롯한 정치 모리배들이 엄청난 과오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는다. 평행선을 달리던 성호, 영호 두 형제는 마침내 의기투합하게 되고, 방폐장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모든 걸 바치기로 하고 맹세한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금성을 오롯이 지키고, 나아가 사라 천년의 영광을 다시 빛내는 ‘금성의 별’이 되자고 형제는 굳게 다짐한다. 

이 책은 경주방폐장을 소재로 한 최초의 장편소설이자 ‘팩션소설’이다.
사실(fact)과 픽션(fiction)을 합친 팩션(Faction)소설은 대개 최소한의 사실에 허구를 덧씌우는 것이 많지만,이 소설의 내용은 거의 대부분 실재사건, 실재상황이며, 등장인물 또한 실존하는 인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작가는 스스로 <실록 경주방폐장>이라고 부제를 달았다.

소설속 금성방폐장 유치를 주도했던 김성호와 그의 부친, 반대했던 동생 김영호 등 주인공 가족들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찬성, 반대 단체 주도 진영의 몇몇 실재인물들을 복합적으로 섞어 묘사했을뿐, 2005년 주민투표를 전후한 시기부터 현재까지 경주지역을 좌지우지한 지도층 인사들의 이름과 활동내역은 거의 사실에 가깝다.

백상승 시장을 박상생, 당시 이중재 한수원사장은 이정재 사장, 김일윤 국회의원은 김상윤,정수성국회의원은 정수민, 정종복 국회의원은 정진복, 최양식 시장은 이영식등으로 살짝 비틀었을 뿐이다.

지명도 마찬가지다. 신라를 사라로, 경주를 금성으로 살짝 바꾸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경주시민들은 불과 7,8년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격동의 현장속에서 지역인사들이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행동했는지를 작가의 눈을 통해 엿볼수 있는 기회를 가질수 있게 해준다.
‘아 그때 그런일이 있었지...’ 
'아....그랬구나...'라고.

2005년 11월2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지역으로 경주로 결정된이후 8년동안 경주에는 참으로 많은 일이 벌어졌다.
한수원사택건립위치를 두고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서 알수 있듯 그 수많은 일들은 마침표를 찍은 것이 아니다.

최근 공사가 사실상 끝난 경주방폐장 1단계 처분장의 안전성을 두고도 지하수 유입문제등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방폐장과 관련한 수많은 사업,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소설은 방폐장 안전성과 한수원본사 경주위치를 둘러싼 지루한 논란을 두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7,8년간에 걸쳐 펼쳐졌던, 온갖 사건·사고들을 이 두가지 사건을 뼈대로 순차적으로 옴니버스 형식을 빌어 스크랩하듯 그리고 있다.

방폐장 안전성을 두고 사업자와 규제기관, 작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경주환경운동연합 사이에 오고간 수많은 질문과 답변의 중요내용은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겼다.

뿐만아니다.
2006년말 한수원본사 위치를 도심권으로 추진하는 경주시와 이에 맞서 60여명의 방페장 인근 3개 읍면주민들이 벌인 격렬한 시위도 마치 영상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렸고, 수많은 성명서와 발표문의 중요내용도 300여쪽에 가까운 소설속에 담았다.
작가 자신이 당시 각종 단체의 실무자로 참여하면서 자료들을 빠짐없이 챙겼기에 가능했다.
팩션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록에 더 가까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는 “지난 2005년 영·호남 지역갈등까지 야기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 끝에 마침내 경주에 방폐장이 유치되었지만 정부의 성급한 무리수는 엄청난 부작용과 후폭풍으로 되돌아 왔다. 경주방폐장은 두 번에 걸친 공기연장과 연약 암반, 지하수 유출, 해수 유입 등의 이유로 끊임없이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지를 둘러싼 정치인들의 이전투구, 정치모리배들의 권모술수, 지역이기주의에 의한 소지역 간의 갈등 등으로 오랫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면서 “이 책은 궁극적으로 방폐장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한 듯한 정치인들의 반성을 촉구하면서 이런 실상을 보다 많은 시민들과 공유하려고 썼다”고 말했다.

 
작가는, 원자력은 신이 인류에게 내려준 ‘제2의 판도라의 항아리’라고 밝히고 있다.
‘판도라의 항아리’는 인류의 온갖 불행과 희망의 시작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판도라가 살짝 열었다가 급히 닫은 항아리에 남은 희망은 ‘어떤 불행한 일을 겪어도 희망만은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비관적인 관점에서는 ‘불행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바라는 헛된 희망’이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제2의 판도라의 항아리’가 희망의 시작과 불행의 시작 중에 어느 쪽이 되느냐는 온전히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고, 우리들의 슬기로운 대처와 올바른 선택에 달려 있다고 작가는 호소한다.

그리고 묻는다.
방폐장 경주건설은 경주에 애물인가? 보물(단지)인가?

어느것이 허구이고 어느부분이 사실인지를 분간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기자는 책에서 언급된 실재 인물들 가운데 혹자는 뜨금해 할수도, 더러는 내용이 잘못됐다거나 과장됐다며 반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정소송까지...
 '다름'과 '차이'를 좀처럼 용인하지 않는 것이 작금의 경주현실이기 때문이다.

정 작가는 그러나 “일부 정치인들의 반발이 충분히 예상되기도 했지만, 당시의 각종 자료를 토대로 글을 썼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 "이 소설을 통해 방폐장 경주 유치, 그후 7,8년 동안 경주가 겪었던 일을 차분히 되짚어 보고, 바람직한 해법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책수익금의 3분의1은 경주환경운동연합에 후원금으로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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