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차 둘렛길 기록] 어림산, 임금님 다녀간 흔적은 없었지만...
[제16차 둘렛길 기록] 어림산, 임금님 다녀간 흔적은 없었지만...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4.08.29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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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차 둘렛길>
일시 : 8월23일 오전 9시~오후5시 날씨 : 맑음
탐사구간 : 경주시 서면 도리 한무당재(할마당재/영천시 서면 칠전리 경계)~ 안강읍 강교리 시티재(영천시 고경면 청정리경계) 까지 14.2㎞
참가자 : 13명

▲ 16차 둘렛길 구간(빨간색 상자안)

▲ 16차 둘렛길 상세지도.

▲ 출발지인 할마당재(한무당재)

▲ 할마당재에 올라 지나온 둘렛길을 살펴봤다.
제16차 둘렛길은 7월 한달을 건너뛰고 2개월만에 진행했다.
탐사전까지 경주지역에는 일주일 가량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18일부터 탐사 이틀전인 21일까지 4일동안 190㎜이상 많은 비가 내린 곳도 있었다.

경주시 서면 도리에서 영천시 고경면 덕정리 못밑마을을 연결하는 할마당재 부근 도로확장공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 길은 남사재에서 황수탕을 지난 904번 도로와 만나는 길이기도 했다.

황성공원에서 출발한 버스는 남사재를 넘어 황수탕 아래에서 서면도리로 이어지는 그 도로확장공사 구간을 따라 할마당재 아래에 도착했다.
황성공원에서 30분 남짓한 거리였다.

고도 200m남짓한  할마당재를 오르자, 상쾌한 산바람이 일행을 반겼다.
계절은 그렇게 가을을 향하고 있었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린 탓에 탐사구간 산에는 각종 버섯이 지천으로 피어 올라 있었다.

오전 9시,할마당재에서 출발한 일행은 시원한 바람, 구름을 원군삼아 길을 재촉했다.

남사봉까지 2.8㎞구간은 어렵지 않았다.
할마당재를 올라 인내산을 오른쪽에 둔 산길을 따라 경계가 이어졌다.
왼쪽으로 황수탕이 있는 영천시 고경면 덕정리가 있지만, 울창한 숲 때문에 마을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일행의 오른쪽 전면에는 인내산(535m)이 넓은 품으로 우뚝 서있었다.
영천과 경주 경계는 그 사이로 난 길이다. 인내산 동쪽에서 시작되는 계류는 경주, 포항시민의 젖줄 65.5km에 이르는 형산강의 최장 발원지로 알려진 곳이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자, 남사봉 바로 알래 갈림길이 나타난다. 그 길, 경주와 영천의 경계 지점에 넓은 초원의 그림같은 집이 있다.
낙동정맥 종주기에 사나운 개가 있기로 산꾼들에게 유명한 집.

일행 일부는 우회로를 따라 갔다.(16차둘렛길에는 사나운 개를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 남사봉. 산꾼들의 흔적이 많다.
대부분은 우회로에 낙동정맥 이정표를 따라 남사봉을 향해 길을 잡았다.
458m 남사봉까지의 길은 제법 경사가 심하지만 숨에 턱에 찰 지경까지는 아니었다.
남사봉(南莎峰)은 남쪽 자락에 있는 남사리(南莎里)마을에서 따온 이름인데 가마들에 잔디
가 많았고 마을이 남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여 남사라 했다고 한다.

이곳은 좌로는 어림산(御臨山.510m)이, 우측에는 어림산 줄기인 이내산(389m)등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 아늑하고 산세가 수려하여 명소라 일컬어졌다고 한다.

남사봉을 찍고 내려오면, 그 옛날 영천과 현곡을 이어주는 마치재가 나타난다.
마치재(馬齒)는 황수탕으로 유명한 덕정리 청석(靑石)마을과 경주시 현곡면의 남사리를 연결하는 고개다. 이곳의 지형이 말의 이빨과 비슷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 마치재 옛길. 영천과 현곡을 넘나들던 옛길이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옛길 위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그 옛날 사람들이 지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길은 정겹게 나있다. 
마치재 옛길에서 다시 10분정도 어림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904번 지방도 남사재 고갯길이 나타난다.

▲ 904번 지방도 경주시-영천시 경계.
옛길위서 서서 느꼈던 아스라한 감상은 이내 끝난다.
5년전 대형 교통사고현장이 지척이기 때문.

남사재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난 것은 2009년 12월16일이었다.
경주시 황성동 8통 유림마을 노인정 회원 30명을 태우고 영천으로 나들이를 갔던 관광버스는 이날 오후5시40분쯤 경주로 돌아오는 길에, 남사재 아래 내리막길에서 48m 언덕 아래로 굴렀다.
이 사고로 18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부부가 함께 사망한 경우도 2쌍이나 있었고, 부부 가운데 배우자 한명은 사망하고 나머지 한명은 중상을 당한 경우도 3쌍이나 있었다.
오누이가 함께 관광을 나섰다가 오빠만 사망하고 여동생은 중상을 입은 경우도 있었다.

운전기사의 부적격 논란, 사고현장 가드레일 부실시공, 싸구려 관광을 미끼로 한 건강식품 보조회사 소유의 버스 지입등 갖가지 병폐들을 드러내면서 인재 논란도 거셌던 사고였다.

당시 유족들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요구했던 것을 떠올리며 세월호 사고 유족들의 요구를 생각하게 된다.
뭍에서나 물에서나, 안전불감증은 5년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 현실 아닌가?

4차선 도로에 영천시 시작점을 는 이정표가 우뚝 서 있다. 그 옆으로 어림산(御臨山.510m) 정상으로 향하는 산길이 보인다..

좁지만, 완만한 경사의 산길을 따라 약 1시간을 오르자 넓은 정상부가 나타난다.
정상부근은 나무들을 모두 잘라 놓았다.
덕분에 15회 둘렛길에 지나온 관산까지 보일정도로 조망은 탁월했다.
그어디에도 임금이 다녀간 흔적은 없다.

▲ 어림산 정상부근.

▲ 어림산 정상부에서 바라본 조망.
▲ 어림산 정상부근에서 지나온 둘렛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 나무 뒷편으로 15회때 지나온 관산이 보인다.

▲ 어림산 정상 표지석. 임금이 다녀갔다고 전하는 산이지만, 정상표지석은 이처럼 소박하다.
경주시 안강읍 두류리와 현곡면 내태리, 영천시 고경면 논실리에 걸쳐 있는 어림산은 신라 때 왕이 둘러보고 간 산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북쪽에는 무학산(舞鶴山)이 있고, 동쪽으로 내태리 고갯길을 넘어 금곡산(金谷山)이 이어진다. 6.25전쟁 때 국군과 북한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현장이라고도 한다.

국립호국원이 지척(영천시 고경면 청정리)에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닌 듯 했다.
어림산에서 3.2㎞지점에 나타나는 호국봉은 국립 영천 호국원의 뒷산이다.
호국원은 1997년 4 착공해 지난 2001년 1월 개원한 호국원에는 6.25 한국전쟁을 비롯해 2014년 현재 3만2000여명의 영령을 모시고 있다고 한다.

▲ 어림산을 정상을 지나 논실마을 갈림길에서 시티재까지는 이처럼 탐방로가 잘 정비돼 있다.

▲ 호국봉 표지석.

▲ 호국원 전경.
어림산에서 호국봉(383m)을 지나 종착지 시티재까지 4.8㎞는 낙동정맥이 지나는 곳으로 최근에 산림청에서 곳곳에 안내판도 달고 산길도 깨끗하게 정비해 두었다.
경사진 곳 곳곳에는 나무계단도 만들어 놓았다. 어려운 길은 아니었다.
호국봉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하곡지(딱실못)를 비롯해 드넓은 안강들녁이 한눈에 들어온다.

영천쪽으로 약간 치우친 정맥길을 따라 내려오면 28번국도가 지나는 시티재(195m)와 마주한다.
북쪽으로 도덕산(708m)과 남쪽에 무학산(443m)으로 둘러싸여 있는 시티재는 옛부터 서쪽 영천시 고경면 청정리에서 동편자락 경주시 안강읍 강교리 연결하는 교통로였다고 한다.
옛 사람들이 개나리 봇짐 지고 다녔던 길은 이제 굉음내며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4차선 전용 도로로 변했다. 
  
『조선지형도』에 시령현(柴嶺峴)으로 적고 그 옆에 '시티지'라 부기해 두었다. 이 고개에는 동해에서 부는 바람이 많아 큰 나무가 적고, 검불나무가 많이 있어 이름을 시령현(柴嶺峴)으로 부른 것으로 전한다.
오후5시. 시티재에서 제17차 둘렛길을 기약하며 고단한 하루를 마무리 했다.

▲ 호국봉에서 시티재로 하산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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