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둘렛길 생태와 환경이야기] <14> 담비, 곁에 흔적으로 만나다
[경주 둘렛길 생태와 환경이야기] <14> 담비, 곁에 흔적으로 만나다
  • 경주포커스
  • 승인 2015.01.0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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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차 둘레길

이 글은 2014년 12월27일 달성교~도음산~위덕대 앞까지 진행된 제20차 둘렛길 탐사의 생태와 환경 이야기입니다.

▲ 이현정 <경주 숲연구소>
완연한 겨울이 시작된 지 벌써 12월 마지막 주, 20차 둘레길 답사를 위해 내 두 손과 두 발은 차가운 공기들을 휘휘 저으며 어느새 미니버스가 늘 기다리는 곳에 달려와 있다.

10월과 11월 두 달을 본부의 워크샵으로 바쁜 토요일을 보내고 마주한 계절 12월. 피부가 송곳에 찔리듯 예리하게 자극하는 추위가 온몸으로 파고 들어오지만 가는 내 입김으로 손등만을 달래본다.
그리고 이내 파고든 겨울공기는 머릿속에 야생에 던져진 생명들로만 밀어 넣어 놓는다.

자극적인 겨울공기 속에서 겨울을 나는 나의 본능적인 사색이다. 12월이 되었을 때 드디어 만나는 구나... 12월만 되면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산의 계곡과 능선으로 향한다. 이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멸종위기 2종이 삵과 담비 그리고 우리나라와 중국 양쯔강 일부지역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라니...... 그런데 고라니는 유해동물로 지정되어져 있다. 고라니의 더 깊은 이야기는 잠시 미룬다. 

▲ 담비흔적<사진=이현정>

작년 이 맘 때부터 능선을 타면 만났던 담비 때문이다.
이번 둘레길에서도 우리는 끊어진 산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다음 산의 능선으로 향한다. 능선에서 각각 뻗어 내리는 작은 모세혈관 같은 가지를 타고 헉헉대면 계곡을 지나 본 궤도에 올랐고 안정된 발걸음으로 얼마 만큼 갔을까?
 
일행 중 한 분이 똥이 있다고 나를 향해 외친다. 난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찾는 담비의 흔적이 나타난 것이라고.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맞았다. 담비의 배설물이 지난 비와 눈을 맞아 씻겨 내려 간지 1~2주일은 지나 보였다.

능선을 타면 담비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담비는 큰 산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산의 깊은 숲을 더 선호한다. 나무와 돌과 바위들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살아가는 활동력으로 눈이 내려 동물들의 발자국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와도 담비의 발자국 만큼은 깊은 숲으로 들어서지 않는 이상 잘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할 뻔 했다. 이번 둘레길 역시 우리는 극히 높은 고도의 산이 아닌 200m~400m정도 밖에 되지 않는 고도의 능선을 이동했고 중간에 2차선도로가 놓여 끊어졌었다. 하지만 담비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다. 실은 우려가 되는 이야기이다.  

▲ 담비흔적

담비는 행동반경이 22㎢ ~ 59㎢에 이른다. 담비가 생활하는 숲의 면적을 말하는 것이다. 위성사진으로 확인해 보았다. 겨우 이어지는 숲들의 면적이 22㎢정도는 되어 보였다. 담비의 흔적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살아갈 필요면적이 오랫동안 유지되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런 담비는 우리나라에서 숲의 건강척도를 예견해 줄 수 있는 지표종이며 핵심종이다. 그리고 최상위포식자이다.
 
우리나라의 호랑이와 표범이 사라진 자리를 담비가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워낙 행동반경이 넓고 육식과 나무열매를 동시에 즐기기 때문에 식물의 다양한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숲의 면적을 조각내는 도로를 막지 못한다. 도로 뿐이겠는가.

안타까운 현실의 멸종위기 2급인 담비........ 담비 한 종으로 인해 함께 살아가는 숲의 공간속에서의 다양한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담비의 로드킬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우리가 수렵으로 멧돼지와 고리니의 수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담비의 멸종을 막아 자연스럽운 조절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3월까지 부지런히 둘레길을 걸어야 한다. 4월만 되어도 담비의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12월의 둘레길은 더욱 특별해 진다. 길 위에 네발로 걸으며 배설물로 당당히 자신의 영역을 알리는 담비를 만나고 왔다. 곁에 흔적으로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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