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위 발족...'귤이 탱자되는 옛말'이 떠오르는 이유
주민참여예산위 발족...'귤이 탱자되는 옛말'이 떠오르는 이유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5.08.27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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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득기자의 경주읽기

▲ 24일 경주시청에서 열린 주민참여예산위원회 회의 모습.
경주시가 24일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발족했다. 최양식 시장도 참석해 위원 39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정부의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이 참여하는 제도다. 예산관련정보의 투명한 공개, 예산안 편성 우선순위의 주민 결정, 지방정부와 주민대표의 협의를 통한 실현가능한 예산안 편성, 지방의회에서의 심의·의결과정을 거치면서 주민이 직접 예산편성과정에 참여하도록 한다. 위원회는 이 제도의 핵심역할을 수행하는 기구인 셈이다.

이번에 경주시가 위촉한 위원수는 총 39명.
읍면동별 1명씩, 23명은 해당 읍면동장이 추천했다. 그리고 예산전문가가 2명, 경주시의회에서 4명을 추천했다. 10명은 지난 6월 시청 홈페이를 통해 공개모집했다.

위원들의 역할은  막중하다.
예산편성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제출하고, 주민들이 제안하는 사업을 심의, 조정한다. 또한 경주시의 주요투자사업의 합리적인 추진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이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지난 4월 개정한 경주시 주민참여예산운영조례 14조에 명시돼 있다.

당연히 이들 위원들이 적임자인지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공개모집한 10명의 명단과 경력은 경주시청 홈페이지를 뒤져보면 겨우 찾을수 있다.<아래사진>

▲ 경주시청 홈페이지에 첨부한 공개모집위원 명단과 경력
그러나 나머지 29명의 구체적인 면면은 도저히 알수가 없다.
경주시청으로 공모한 10명과 비슷한 수준의 경력자료라도 보내 달라고 요청했더니. 시청 담당자는 “개인정보에 해당되기 때문에 공개할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주민등록번호, 나이, 주소,전화번호 등 예민한 신상정보 공개를 요청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경주시청이 보내온 명단은 이름뿐이었다. <아래 사진 참조>

▲ 경주시가 본지에 보내온 명단. 경력은 물론 해당 읍면동 지역 표기 조차 없다. 경력은 개인신상정보에 해당돼 공개할수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 했다
이래서야 어느 위원이 어디 읍면동 추천위원인지, 경주시청과 독립적인 위치에서 예산을 감시하고 의견을 낼수나 있을런지, 주민들이 제안한 사업들을 심의, 조정할 능력은 있는지, 주요 투자사업에 대한 합리적인 의견을 제출할수 있는지 등등은 전혀 알수가 없다.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시민들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이들 위원에게 자신들을 대신해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할수 있다는 말인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는지도 모르는 판에 어떻게 주민들에 제안을 하라고 할수 있으며,이들 위원들에게 주민들이 제안하는 사업을 심의하라고 할수 있다는 것일까?
행정기관이 알아서 위촉했으니 시민들은 그저 조용히 따르고 언론은 가만히 보고만 있으라는 것인가?
시민의 알권리는 이렇게 무시되어도 되는 일인가?

주민참여예산제 도입 소극적이던 경주시

경주시는  2011년 9월 주민참여예산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자발적으로 한 것은 결코 아니다.
2011년 3월 8일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시행하도록 의무화 시켰기 때문에 한 것이다.
 
경주시는 조례를 만들기는 했어도 시행에도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당시 경주시가 만든 조례는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3개의 표준안 가운데 가장 소극적인 것으로. 예산편성과정에서의 주민참여는 사실상 배제됐다.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경주시 예산편성에 시민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수렴을 하기는 했지만 지극히 형식적인 조치였을 분이었다.

<경주포커스>는 2011년, 이 제도 시행초기부터 경주시에 대해 적극적인 보완 필요성을 수차례 제기해 왔다. <맨 아래 관련기사 보기>
수천억원의 방폐장 특별지원금을 비롯해 매년 1조원의 경주시 예산이 방만하게 사용되는 현실을 수도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은 한정된 예산의 공정한 배분과 사용에 있으며,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시민들의 참여로 시의회의 한계를  보완하며 민주주의를 강화시키며,예산낭비를 막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주민참여에산제도를 앞서 도입한 수도권 일부 지자체의 성공사례는 경주서의 정착 필요성을 더욱 크게 만들어 주었다.

'소 귀에 경 읽기' 격이던 경주시는 지난 4월 종전조례를 사실상 폐기했다. 대신 2011년 당시 행자부가 제시한 표준조례안의 제2안에 해당하는 조례로 개정했다. 이번에 발족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발족은 이 조례를 근거로 한 것이다.

종전에 없던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만들었으니 발전이라고 우길수는 있다.
그러나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발족시켰다고 해서 주민참여를 통해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효율성을 높이려는 이 제도 시행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제 겨우 시작일뿐이다.
그러나 경주에서 이 주민참여예산제가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발족했던 수많은 위원회가 그랬던 것처럼, 경주시의 거수기로, 유명무실한 위원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이는 것이다. 

24일 열린 위원회 발족식에서 경주시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단체의 회장이 위원장으로 선출되고 퇴직한 경주시 공무원이 부위원장으로 뽑혔다고 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공적역할을 수행할 주민참여예산위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경력이나 이력조차 공개하지 않는 작금의 경주시 태도가 그 ‘하나’이며,'열'은 실패예감이다.

▲ 경주시가 배포한 보도자료. 주민참여예산위 발족으로 금방이라도 재정투명성이 높아지고 낭비를 막을 것 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기자가 이들의 경력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무슨 트집을 잡거나 딴지를 걸기 위해서가 아니다.

경주시에는 이미 100여개 이상의 각종 위원회가 있지만, 있으나 마나한 유명부실한 위원회가 부지기수다. 매년 언론에서, 시의회에서 거론하지만 고쳐지지 않는다. 그 위원회를 핑계거리로, 혹은 방패삼아 경주시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너무 자주 보는 일이기도 하다.

수많은 각종 위원회가 유명무실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경주시청이 자신들의 입맛에 맛는 인사들을 위원으로 위촉했기  때문이다. .

시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관변단체 혹은 사회단체 임원이거나 혹은 시청과 이런 저런 이해관계로 얽히고 설켜있는 인물들이 위원으로  포진해 있는 상황에서 어느 위원회든 제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시당초 어불성설이다. 이는 이미 경험으로 충분히 입증된 일이기도 하다.

이번에 발족한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과연 다른가?
위원회 구성이 종전과 다르다면, 관변단체 혹은 리통장 출신 등등 경주시가 자신들의 입맛에 맛는 인사들 위주로 위촉하지 않았다면, 위원들의 면면을 알수 있는 최소한의 경력조차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공적인 역할을 하는 위원들의 공적 활동경력을 공개해 달라는 것이 어떻게 개인 신상 정보에 해당하는 것이며, 비공개로 일관하는 근거가 될수 있는가?

橘化爲枳(귤화위지)라는 말이 있다. “강남에 심은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다. 주변의 여건에 따라 본래의 성질이 바꿔지는 것을 빗대는 고사성어다.
아무리 좋은 제도, 좋은 취지의 법안이라도 이를 시행하고 적용하는 기관, 이를 집행하는 사람에 따라서 그 성질은 얼마든지 변할수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제발 '귤화위지'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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