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차원에서 대응을 하고 싶지만, 싸움을 키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한순희 의원 본인에게 맡겼다.”
최양식 시장이 지난1일 한순희 시의원을 향해 비난성 발언을 한데 대해 5일 의장단 회의에서 시의회차원의 대응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권영길 시의회 의장의 설명요지다.
경주시의회는 5일 오전 9시30분부터 의장단 회의를 소집했으나 한순희 시의원이 보도자료를 내는 선에서 최 시장의 한순희 의원 비난 발언 파문을 매듭짓기로 했다.
사실상 시의회 차원의 전면 대응을 회피한 결론이다.
권영길 의장은 “한순희 의원 본인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보도자료배포나 오는 12일 열리는 시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발언을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면서 “5분발언은 기간이 너무 많이 남은데다 자세한 경위를 시민들이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보도자료를 내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권 의장은 “시의회 차원에서 대응을 하고 싶지만, 싸움을 키우는 꼴이 될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순희 의원에게 대응 맡긴 시의회, 7월 경주문화재단 때 대응과는 판이한 태도
시의회 의장단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 7월 행정사무감사때 발생한 김완준 (재)경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의 정현주 의원을 향한 막말논란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다.
경주시의회는 김완준 사무처장이 지난 7월9일 행정사무감사 휴식시간에 정현주 시의원을 향해 “평생 시의원 할줄 아시느냐?”는 발언을 한 사실이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의장단 간담회를 열어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로 결정했고 김 처장으로부터 공개사과를 받아냈다.
시의회는 당시 의장단 회의를 통해 김 처장의 발언이 시의원의 정상적인 활동에 대한 방해이자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의 위상과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로 결정했으며, 김처장은 7월31일 경주시의회 전체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공개사과 했다.
[경주포커스 7월31일 보도, 김처장 공개사과, 파문 일단락]
[경주포커스 7월22일 보도, 시의회, 김 처장 공개사과 요구키로]
그러나 이번에는 7월 대응과는 판이하게 시의원 개인의 판단에 맡겼다.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뭘까? 몇가지 추정을 해볼수 있다.
첫째, 시정 최고책임자와의 갈등에 대한 부담때문 일수 있다.
권영길 의장은 “모든 문제를 의장단이 결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의장단에서 결정하면 결국은 의장이 시켰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는 경주시 행정 최고책임자와 갈등을 회피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의장단에 속한 의원들도 권의장과 비슷한 마음을 가졌던 것으로 추정할 수 밖에 없다.
둘째, 내년 4월로 예정된 국회의원 총선과의 관련성이다.
권영길 의장을 비롯해 몇몇 의장단 소속 의원들은 최 시장의 1일 발언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면서도 공식대응은 자제했다. 시의회 절대다수인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이 내년 4월 총선에서 3선에 도전하는 현직 국회의원인 정수성 의원과 최양식 시장의 협력 관계를 더욱 비중있게 고려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시장과의 협력관계를 중요시하는 정 의원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권 의장등 다수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최 시장과 시의회의 마찰로 인해 정 의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을 피하려고 '확전' 대신 '봉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시의회 반대로 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던 시설관리공단 설립, 옛 시청사 자리에 성덕대왕신종 복제종 종각을 설립하는 등 경주시 계획에 대해 시의회가 양보함으로써 최근들어 '해결'쪽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설이 무성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도 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정수성 의원-최양식 시장과의 관계라는 큰 틀 속에서 시의회의 활동 방향이 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