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확인 장방형 연못터 부근 황룡사역사문화관...문화유적경관 훼손 논란
최초확인 장방형 연못터 부근 황룡사역사문화관...문화유적경관 훼손 논란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6.01.04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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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도면 결과 지붕 경계안에 연못 북측 석축 포함 드러나

경주시가 경주지역에서 확인된 신라 정원 연못(苑池) 가운데 최초의 장방형 연못터 석축과 지근거리에 황룡사역사문화관  일부 건물을 신축중인 것으로 드러나 문화유적 경관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일반시민의 사적지 주변 건축물 신축에 대해서는 엄격히 제한하면서 경주시나 문화재청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적지인 황룡사터 인근에, 그것도 사실상 황룡사와 공존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귀중한 유구일부를 지붕처마선 안으로까지  포함시켜 건축물을 신축함으로써 형평성 논란도 초래하고 있다.
 
<한겨레>는 4일 보도를 통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11년 11월 발굴보고서를 냈지만, 문화재청은 보고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며 신라연못터 위에 건물을 착공했다'며 고고학적 가치가 큰 유구를 확인하고도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은폐한 의혹 까지 제기했다. 

▲ 건축도면상에서 확인되는 원지유구. 원지 북측 석축(맨 오른쪽) 일부가 황룡사 9층목탑 축소 모형 전시관 건물 일부와 거의 맞물린다. 북쪽 석축 경계가 전시관 지붕처마 안쪽(오른쪽)으로 2미터 정도 들어가 있다.

▲ 도면과 비슷한 방향에서 전시관을 촬영한 모습. 붉은 색 부분이 원지 유구다. 현재는 복토한뒤 건축자재들이 쌓여 있다.
4일 경주시와 문화재청등에 따르면 2013년 3월부터 오는 5월 준공및 개관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진행중인 황룡사역사문화관은 지난 2009년 10월6일부터 2011년6월17일까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실시한 발굴조사에서 신라 정원연못(苑池) 가운데 최초로 장방형 연못(方池)이 확인됐다.
동서 너비 37m 남북길이 44.6m 크기의 발굴부지 가운데 동서 22.3m 남북 33.7m의 연못터가 확인된 것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11년 11월 작성한 발굴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연못은 신라왕경범위내에서 확인된 안압지, 용강동 원지, 구황동 원지에 이어 네 번째로 그 실체가 확인된 원지다.
독특한 모양 때문에 고고학적 가치도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확인됐던 3개의 원지는 대부분 호안석축을 평면 곡선형태로 축조한 곡지(曲池)인 반면 이 연못은 남북방향으로 길게 조성된 최초의 장방형 연못(방지. 方池))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 연못의 고고학적, 학술적 가치는 당시 발굴을 전담했던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소장의 글이나 발굴조사 막바지인 2010년 4월경 세차례의 관계전문가 자문위원회 회의결과로도 확인된다.

당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소재구 소장은 2011년 11월 발굴보고서를 내면서 “신라왕경 중심부에서 밝혀진 여러 원지와 성격이 다른 이 연못 유구는 매우 중요한 학술자료로 판단된다”며 “황룡사연구센터 건립예정부지에 국한된 구제발굴의 성격상 부지 남쪽 외곽으로 연장되는 연못의 남단부를 확인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일단 조사를 마무리 했다”고 아쉬워 했다.

2010년 4월 열린 관계전문가 발굴자문회의에서는 연못의 성격과 관련해 황룡사 서쪽 외곽에 존재했던 신라왕경의 단위 유적이며, 안압지처럼 연못내부에 인공섬이 존재했고, 연못주변에 누정등의 건물도 존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자문위원들은 “연못 북안 석축앞에 소형 교량의 부재로 판단되는 귀틀석이 출토된 점은 연못내부에 인공섬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밝혔으며, ”연못 외곽 지표상에 노출되어 있는 다수의 초석, 다양한 형식의 와당, 평기와등은 연못주변에 누정등의 건물이 존재햇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고고학적 자료“로 평가했다.
또한 와당, 토기등 출토유물 가운데 고려시대 유물도 포함된 점을 들어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돼 일정기간 황룡사와 공존했으며, 출토된 와당 가운데 황룡사지 출토 막새와 비슷한 형식이 많아 이 연못이 황룡사와 관련성이 큰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따라 자문위원들은 연못터 위에 역사문화관을 짓는데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자문위원들은 연못 유구위에는 황룡사 역사문화관을건립하기 어렵다는 의견과 함께 주변지역에 대한 표본조사를 실시하여 부지를 재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초 예정부지에서 2m 옮겨 신축변경...북쪽 석축 건물에 사실상 맞물려

▲ 장방형 원지 유구 사진. 붉은색 선을 따라 연못의 석축이 보인다. 2011년 발굴조사보고서에서 소재구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남쪽 외곽으로 연장되는 연못의 남단부(사진 왼쪽방향)를 확인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일단 조사를 마무리 했다"고 밝혔다. 현재 남쪽끝 방향으로는 건축감리단등이 사용하는 가설건축물이 들어서 있다.

문화재청은 2010년 7월 문화재위원회(사적분과)를 열고 황룡사역사문화관 신축위치를 변경하도록 결정했다. 그러나 당초 예정지에서 불과 2m 가량 북쪽으로 옮기도록 해 역사문화유적 경관 논란을 사실상 자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치변경으로 연못 유구 전체가 신축건물에 포함되는 것은  피했지만, 연못 부지는 역사문화관 전체부지 경내에 포함된데다, 연못의 북쪽 석축은 황룡사 9층 목탑 전시관의 경계 안쪽에 위치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경주시 신라문화융성과 관계자가 4일 역사문화관 신축 현장에서 취재 기자와 함께 도면을 확인한결과, 원지의 북쪽 석축은 황룡사 9층 목탑 축소모형을 전시하는 건물의 지붕 처마 경계선에서 내부로 약 2m 가량 들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이 역사문화관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는 한 이 연못의 원형복원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4일 경주포커스 현장취재 결과 발굴조사로 확인된 연못터는 유구가 확인된 지역이라는 안내표식 조차 없었으며, 복토된채 각종 공사자재가 쌓여 있었다.
더구나 당시 발굴하지 못했던 연못의 남단부는 신축건물 감리단등이 사용하는 가설건축물이 들어서 있으며, 각종 자재를 실어 나르는 공사차량의 통행로로 사용되고 있었다. 자칫 유적의 훼손 가능성마저 우려됐다. 

<한겨레>는 4일자 보도를 통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11년 11월 발굴보고서를 냈지만, 문화재청은 보고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며 신라연못터 위에 건물을 착공했다'며 은폐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문화재청은 4일 오후 해명자료를 내고, 관계전문가 자문회의,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못 유구가 훼손되지 않도록 당초 위치를 변경하여 건립 중에 있으며, 관련 발굴조사 보고서는 언론에 배포(‘12.3월)하였으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계전문가 자문회의나 문화재 위원회 심의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수 없는데다, 통상 주요 유물의 불굴조사를 마친뒤 일반시민과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발굴현장에서 진행하는  발굴성과 설명회를 이 유구 확인뒤에서는 개최하지 않는 등  문화재청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진락 경북도의원은 “문화재청과 경주시가 통상 현장에서 발굴성과를 공개하는 관례와 달리 설명회 등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으며, 문화재전문가등의 심도있는 의견수렴도 하지 않고 서둘러 건축물을 지어 귀중한 문화유적 경관을 훼손해 버렸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 의원은 “만약 이 연못을 안압지처럼 복원한다면 황룡사 복원때까지는 물론 그 이후에도 경주의 귀중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경주시와 문화재청의 근시안적인 행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 연못터로 확인되는 곳은 각종 건축자재들이 쌓여 있다. 이곳이 경주지역에서 최초로 확인된 장방형 연못터 인지 여부는 도무지 알수 없다.
한편 황룡사역사문화관은 총 사업비 130억 원을 투입하여 지상2층, 연면적 2865㎡의 규모로 건립되며, 전통건축 외형의 콘크리트 구조로 내부에는 전시관과 홍보관, 수장고, 연구실 등이 들어서며, 황룡사가 복원될 때까지 홍보 및 연구를 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경주시는 지난 7월 공모를 통해 ‘황룡사 연구센터’의 명칭을 ‘황룡사 역사문화관’으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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