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왕경 복원, 2014년에도 원년, 2016년에도 원년이라니?
신라왕경 복원, 2014년에도 원년, 2016년에도 원년이라니?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6.01.06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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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득기자의 경주읽기

▲ 2013년 10월21일 경주시청에서 열린 신라왕경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 업무협약식. 문화재청, 경북도, 경주시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립국어원 표준어 대사전은 원년(元年)의 뜻을 4개로 설명한다.
1. 임금이 즉위한 해. 또는 임금이 즉위한 이듬해 2.나라를 세운 해.3.연호(年號)를 정한 첫해 4. 어떤 일이 처음 시작되는 해.등이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2016년을 신라왕궁(혹은 왕경) 복원 원년이라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표준어 대사전 4개의 풀이 가운데 4번으로  풀이하는게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올해 2016년이 신라왕궁 복원이 처음 시작되는 해'로 풀이할수 있다. 

경주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 시장은 4일 오전 시청 알천홀에서 전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시무식에서 “올해는 신라왕궁 복원 원년임을 선포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어 전 국민적인 관심을 이끌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처음엔 실수인가 싶었다. 확인 했더니 한두번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 12월16일 경주시청 영상회의실에서 문화재청, 경북도, 경주시 관계자가 참가한 가운데 열린 ‘2016 신라왕경사업 추진계획 보고회’에서도 최 시장은 “내년을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원년의 해로 정하고… ”라고 했다.
<클릭- 경주시청인터넷신문 바로가기>
지난 5일 오후 포항의 한 라디오 방송의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원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014년부터 신라왕경 원년 표현 수차례 사용

▲ 2014년 최양식 시장의 신년사. 신라왕경 복원 사업 원년이라는 표현이 보인다.
그런데 최 시장은 이미 2014년에도 이 사업에 대해 원년이라는 표현을 여러차례 사용했다.
최 시장은 2014년 새해를 맞아 언론에 배포한 신년사에서 ‘금년(2014년)은 『신라왕궁 복원의 원년, 글로벌 문화융성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클릭-경주포커스 2014년 1월1일 각계신년사 보도 바로가기>

2014년을 원년이라고 한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최 시장은 그해 7월30일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 사업추진단이 인왕동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현판식을 할때도 인사말을 통해 ““올해가 신라왕경사업 원년‘의 해인 만큼 경주가 한국의 대표적인 도시, 세계 속의 관광도시로 거듭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기회있을 때 ‘원년’이라는 표현을 썼다.
<클릭-경주시청 인터넷신문 바로가기>

최 시장뿐만 아니다. 경주시도 각종 보도자료등에서 2014년부터 신라왕궁복원정비‘원년이라는 표현을 줄곧 썼다.
(문화재청과의 협약한 이 사업의 공식명칭은 신라왕경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이다. 그러나 경주시는 줄곧 왕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문화재청이 있을때는 왕경이라고 쓰고, 경주시 독자적인 행사때는 왕궁이라는 표현을 쓰는것도 눈에 띈다. 경주시가 사업명칭을 정확하게 쓰지 않은데 대해 왕궁복원을 홍보하기에 급급해 의도적으로 왕경이라는 말 대신 왕궁으로 쓰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본지 역시 여러차례 이런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편집자)
<클릭- 경주포커스 2014년 1월28일 보도,- 신라왕경? 왕궁?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기사보기>

2014년 9월19일 서울에서 열린 신라 문화의 역사적 가치 재조명 심포지엄’, 11월27일 국회 헌정회관에서 열린 월성복원 방향성 모색 심포지엄을 알리는 보도자료등을 통해서도 경주시가 2014년을 원년이라고 쓴 흔적은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아래사진>

▲ 2014년9월18일 서울에서 열린 심포지움 개최 소식을 알리는 경주시청인터넷신문 홈페이지. 신라왕경복원이라는 표현이 보인다.
국립국어원 표준어 대사전에서 설명하는 대로 원년이 ‘어떤 일이 처음 시작되는 해’를 뜻하는 것이라면, 신라왕경 핵심유적복원정비사업을 추진하기로 경주시와 경북도, 문화재청이 업무협약을 체결한 2013년을 원년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백번양보해서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사업추진단이 발족하는 등 이 사업이 구체적으로 본격화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4년을 원년이라고 쓸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이 본격화 된지 3년째인 올해, 2016년을 신라왕경 핵심유적복원정비사업의 원년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연스럽지도 않고, 타당하지도 않는 일이다.  

최 시장이 올해 시무식에서 말한대로 ‘신라왕궁’ 복원'으로 국한해 봐도 올해가 원년은 아니다. 
월성복원은 2006년부터 이미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으로  학술심포지엄과 물리탐사가 시작됐다. 문화재청과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2013년을 기점으로 해도 지금 한창 진행중인 월성발굴은 2015년 본격화 됐다. 올해를 왕궁복원이 시작되는 해로 볼 근거는 희박하다.

그렇다면 최 시장과 경주시는 왜 올해를 원년이라고 표현할까?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정부 고위관료를 지낸 최 시장이 이 낱말의 뜻을 알지 못할 가능성은 제로(0)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이다.

올해 신년사에 그 해답의 단서가 있을수도 있다.
최 시장은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 현장에 박근혜 대통령께서 다녀가심으로써 본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2013년 시작된 이 사업이, 특히 신라왕궁 복원사업이 올해 본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을수도 있다. 시민에게는 자긍심을 높이고, 공무원들에게는 책임감을 높이려 했을수도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아니면 또다른 무엇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정확한 속내는 알수가 없는 일이다.

이유야 어떻든, 최양식 시장이나 경주시가 앞으로도 2016년을 신라왕경핵심유적 복원정비의 원년이라고 고집한다면  상당수 언론은 그렇게 기록할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미 경주시 보도자료에서 표현하는 대로 올해를 원년이라고도 쓰고 있다. 앞으로  많은 언론은 올해를 원년으로 표현할 것이고 시민들은 그렇게 인식할 것이다. 

그러나. 원년이 아닌 것을 지꾸 원년이라고 쓰는 것은 결코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타당한 것은 아니다.  경주시가 2014년 7월부터 민선6기 시정 구호로 채택하고 있는 ‘품격있는 도시, 존경 받는 경주’와도 거리가 한참 먼 일이라는 생각도 지울수가 없다.

원년이 아닌 것을 원년이라고 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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