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진실과 고갈된 풍성함의 아름다움 '남촌마을'
겨울의 진실과 고갈된 풍성함의 아름다움 '남촌마을'
  • 경주포커스
  • 승인 2011.12.1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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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손수협의 경주방랑] 5. 남촌뜰 지나는 겨울 이야기
▲ 보문사지 연화문당간지주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무엇일까요?”
“글쎄요~”
“오랜만에 경주 겨울 ‘똥바람’ 소리를 듣고 싶은데, 아직 멀었나... 1월이 와야하는가봅니다.”
“……”
“경주 내 방은 겨울에 비록 춥지만 아름다운 바람소리가 잘 들려 좋습니다.”

경주에 사시다 몇 해만에 잠시 경주를 들르신 L선생님과 오늘 나눈 대홥니다.
바람과 앙상한 나뭇가지와 하늘이 아름답고 그 속에 사는 모두가 아름다운데 인간이 제법 모자란 것 같다는 이야기도 곁들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잎 없이 가지들이 겨울 하늘에 그려놓은 그림도 훌륭한 겨울의 주인임에 틀림없습니다. 마른 가지와 겨울바람은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본보기로 고맙게도 자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L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똥바람’하면 경주사람들은, 덕동호수와 보문호수를 거쳐 흐르는 북천 갱빈(강변) 바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시내에서 빈 자리에 바람으로 탑을 세우고 있는 황룡사지와 분황사를 지나 보문으로 오르면 도로 양쪽, 붓으로는 차마 다 그려내지 못하는 벚나무 가지들이 하늘 켄버스에 펼쳐놓는 환상적인 연작회화를 볼 수 있습니다.

▲ 설총의 묘
그 길을 따라 역사가 흐릅니다. 황룡사지와 보문호(普門湖) 가운데 쯤 자리한 남촌마을.
그의 치적보단 선덕여왕의 아버지라는 한마디에 더욱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진평왕릉, 한글이 있게 한 신라10현 중의 한 분임에도 원효대사의 아들로 더 유명한 설총, 21세기 고도의 과학기술로도 그 신비함을 제대로 풀지 못하는 금귀걸이가 나온 부부총, 그리고 당간지주와 석조가 논 가운데 덩그렁한 보문사지가 있는 마을입니다.

사냥에 빠져 국정을 돌보지 않던 신라 진평왕도, 그 곁에 잠드신 설총도, 신비의 누금 귀걸이를 남긴 합장무덤의 그 어떤 분들도 어쩌면 이 계절의 가르침으로 인해, 사냥 도착에서 벗어나고 이두를 정리하고 불후의 명품을 남긴 것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경주 보문호수 가는 길 남촌마을.
노거수가 호위하는 진평왕릉, 설총묘, 부부총에서 행여 이 겨울의 진실과 고갈된 풍성함의 참 아름다움을 볼 누군가를 기다린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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