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부인에 대한 그릇된 의전 관행, 근절돼야 한다
시장부인에 대한 그릇된 의전 관행, 근절돼야 한다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6.05.09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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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득기자의 경주읽기]

올해초 전남 나주시 사회복지과 여성가족팀의 팀장 등 공무원 2명이 민6선기 출범직후인 2014년 7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17개월동안 모두 234차례의 관내외 출장계를 내고 출장업무를 봐온 것이 드러나 큰 물의를 빚었다.

이들은 시장 부인이 참석하는 행사에 맞춰 출장계를 내고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대부분 시장 부인이 있는 자택까지 운행했다. 이후 시장 부인을 태우고 행사장까지 수행하고 출장 업무를 처리했다. 이들의 출장 목적 대부분은 시장 부인이 참석하는 행사와 겹쳐 시장 부인을 수행하기 위해 출장계를 낸 게 아니냐는 의혹을 일으켰다.

이들의 1년5개월 동안 출장 234차례 가운데 시장 부인을 수행한 횟수가 80%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시장 부인이 개인적인 행사 참여를 위해 여성 공무원을 사적으로 ‘부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특권의식의 발로라거나 시장 부인의 갑질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행자부는 감사팀 2명을 나주시로 보내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나주시 지역신문의 보도에 이어 세계일보,조선일보, 동아일보등 서울 소재 대형언론들의 보도가 이어졌다.
버티던 나주시는 수행·의전 업무가 지방공무원 복무에 규정되지 않은 점을 들어 관련 부서에 중단 조치를 내렸다.

경주시에서도 공공연한 비밀?

▲ 나주시 공무원들의 출장과 불법 의전수행을 보도한 세계일보 보도 기사.<사진=인터넷 갭처>

경주시에서도 복지지원과 여성아동복지 팀장급 공무원이 각종 행사때마다 시장 부인을  수행하는 불법 관행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경주시여성단체 협의회 명예회장이기도 한 시장의 부인이, (최근 경주시여성단체협의회 내분이 일자 명예회장을 사퇴했다고 전해졌다/편집자-기사보기 클릭) 경주시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숱하게 목격됐고, 경주시 공무원이 수행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게 볼수 있었다.

그 공공연한 비밀이 지난 2일 경주시 복지지원과 여성아동복지팀 A팀장(6급)이 경북 문경시에서 열린 ‘2016 문경 전통 찻사발 축제’에 참석한 최양식 시장의 부인 민자란씨를 승용차에 태우고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좀더 실체가 분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A팀장은 자신의 업무연장선상에서 최 시장 부인을 수행했다고 해명 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것’ 만큼 궁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당일 오후 경주시청에서는 A팀장이 참석하는 경주시양성평등기금운용심의위원회가 예정돼 있었으며 회의 안건으로 2016년 경주시양성평등기금 공모사업을 심의했다.
공모사업에 신청한 6개 단체의 대표들이 참석해 위원들에게 사업을 설명하고, 위원들은 심의와 결정을 해야 하는 회의였다.
A팀장은 경주시양성평등 기본조례에 따라 이 위원회의 당연직 간사이며, 간사는 통상 회의 안건을 준비하고, 회의당일에는 사회를 담당한다.

이미 오래전에 확정돼 있던 회의, 그것도 겨우 1년에 한두번 여는 회의를 뒤로하고 ‘업무 참고를 위해’ 문경까지 갔다는 것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해명인 것이다.

이런점 때문에 A팀장이 문경 행사장에 간 것은 결국 경북도내 지자체장 부인들의 모임인 ‘능금회’ 행사에 참가한 최 시장 부인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A팀장이 최 시장 부인을 사실상 수행한 것을 두고 경주시 업무에 정통한 공무원들은 A팀장이 ‘오버’한 것은 틀림 없지만, 그렇다고 A팀장만을 비난 할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먼저 ‘오버’했다는 것은 A팀장 자신은 회의에 참석하고 대신 차석을 시장부인을 수행하게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궂이 자신이 가지 않아도 될 출장을 무리하게 가는 바람에 공개적으로 드러난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A팀장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울수 없다는 것은, 민선시장 시대 이후 복지지원과 여성아동 팀장이 이미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시장 부인을 수행하는 역할을 해 왔으며, A팀장의 행동도 그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불쑥 튀어 나온 돌발 행동이 아니라 오랫동안 관행으로 이어진 것이므로 A팀장 개인의 잘못으로만 볼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A팀장의 개인적인 일탈의 문제가 아니라, 경주시 공직사회의 그릇된 의전문화가 관행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지적이 더욱 설득력있게 제기된다.

향후 담당팀장의 출장기록이 공개된다면 이를 통해 더욱 분명하게 그 사실 여부가 드러나겠지만  담당과 책임자도 어느정도 인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경주시 복지지원과 핵심관계자는 “관행이긴 하지만, 많이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는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관행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더 이상 문제를 확대시키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시장부인이 각종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활동을 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백안시 하거나 비판할 일은 아닐수 있다.
그러나 주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수당을 받는 공무원이 공적 업무를 제쳐두고 시장 부인의 사사로운 행사까지 공적 출장계를 내고 수행을 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시장부인이라고 해서 해당 지자체로부터 무슨 특권이나 특혜 또는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개인경비로 개인비서를 쓸일일지 공무원을 부릴 일은 결코 아니다.

시장부인에 대한 공무원 의전수행은 '경주시 지방공무원 근무 규칙'이나 '경주시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등 어디에도 근거 규정이 없다. 경주시 지방공무원 복무조례는 ‘공무원은 주민 전체의 봉사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경주시 지방공무원 복무조례나 지방공무원 근무규칙에서 규정된 업무가 아니라면 불법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보다 훨씬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시장 부인에 대한 그릇된 관행에 대해 경주지역사회는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공직기강 확립, 클린 행정을 소리높여 외쳤던 경주시의 자정능력은 발동하지 않았다.
시의회의 집행부 감시기능은 적어도 이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언론과 시민단체의 행정감시, 비판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
시민을 중심에 두지 않는 경주시 행정, 시대에 한참 뒤쳐저 있는 경주 민주주의의 현주소다.

문제가 터진 이상, 재발방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책임추궁은 불가피하지만 해당공무원만 희생양 삼아서는 결코 안된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시장부인에 대해, 규정에도 없는 의전관행을 해온 경주시의 반성이 선행되고 재발방지대책이 우선돼야 한다.

시민을 대표한 시의회 차원의 대책마련도 시급하다.
지금까지 사실상 방조 해온데 대한 반성을 토대로, 시민의 대의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반전의 계기로 삼아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해야 한다.
공개적으로 문제를 따지고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공식 간담회나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반드시 공개적으로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

<경주포커스>는 경주시와 시의회등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경주시 여성아동 복지 담당의 출장과 시장 부인의 행사참석 연관성을 등을 좀더 심층적으로 따져볼 계획이다.
담당 팀장들에 대한 수년간 출장기록 정보공개 청구도 할 계획이다.
주민의 세금으로 월급과 수당을 수령하는, 주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인 공무원이, 공적 업무와는 상관없는 시장부인의 행사까지 수행하는 그릇된 관행이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족 : 
경주시 여성아동복지팀장이 해야 할 일은 막중하다. 경주시 인구의 절반이 되는 여성들, 그 이상이 되는 아동의 복지를 지원하는 일이다. 시장 부인을 위한 잦은 출장은 본연의 임무를 소홀하게 할 개연성이 높다. 경주시 여성, 아동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아동복지팀장이 관여하는 경주시여성단체협의는 지난 2월이후 3개월이 넘도록 회장조차 선출하지 못한채 극심한 내홍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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