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범죄 노출 장애인 접근외면 안강시외버스 터미널 ...개선절실
여성범죄 노출 장애인 접근외면 안강시외버스 터미널 ...개선절실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6.08.0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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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 시설기준 위반에도 경주시는 사실상 방치
▲ 화장실 내부. 남녀 화장실이 별도 분리되어 있지 않다.여성들이 특히 불안해 하고 있다.

안강읍 주민들이 8일 안강 시외버스 터미널(합동버스정류장)에 개방형 남녀 분리 공중 화장실 설치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경주시에 제출했다.

참소리 시민모임(회장 정종길)은 이날 오전 11시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강 시외버스터미널 화장실이 남녀 화장실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 많은 여성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장애인 화장실은 아예 시설조차 되지 않아 장애인의 접근이 제한돼 있다며 개방형 남녀 분리 공중화장실 설치, 장애인 화장실 설치를 요구했다.

아울러 시설개선 또는 신축후에 경주시가 공중화장실을 직접 관리하거나 관리비용 보조, 관리인지정 등을 통해 위생 및 청결상태가 유지될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촉구했다.

경주시는 그러나 이날 주민들과 만나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강 시외버스터미널(합동버스 정류장)이 개인 소유여서 터미널 사업자측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

사업자측이 화장실 신축에 따른 부지제공, 경비분담등을 약속해야 주민들이 요구하는 개방형 남녀 분리 화장실 신축을 추진할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 여객자동차운수사업 재정지원 조례에 따르면 화장실을 신축할 경우 도비 28%, 시비 46%이외에 사업자측이 26%를 부담해야  하므로, 사업주측과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용도 변경이 문제의 발단

▲ 도로에서 바라본 안강시외버스터미널 전경. 지난해 11월 용도변경을 통해 기존 대합실과 화장실은 철거하고, 식당으로 임대했다(사진왼쪽 붉은 색상자) . 가운데 부분이 대합실겸 통로로 사용되고 있다. 오른쪽은 터미널 사업자가 운영중인 편의점.
▲ 뒷쪽에서 바라본 안강시외버스터미널. 화장실은 터미널 한쪽 구석에 위치해 있다.(붉은선 부분이 화장실 출입구)

안강버스시외버스 터미널은 1972년 6월15일 안강 합동정류장으로 경북도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현재는 황모씨 개인 사업장이다.
5개 회사 시외버스가 동대구, 구미, 울산 등 4개 시외버스 노선에 1일 26회 운행하고 있다. 1일 평균 이용자는 100명 내외다.

대지 2530㎡ 크기의 터미널은 대부분 주.정차장으로 사용되며, 291㎡의 건물단층건물은 여객자동차터미널 167㎡,음식점 124㎡로 구분돼 있다.
터미널용도 167㎡내에 승차권 판매창구, 대합실, 편의점등이 있고, 124㎡는 지난해 용도변경을 통해 식당으로 사용된다.

문제가 되고 있는 화장실은 현장확인결과 승강대 옆 구석진 쪽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남녀화장실이 분리돼 있지 않았다.
하나의 출입구만 있으며, 세면대를 사이에 두고 남녀 화장실로 나뉘어 있다.
소변기1, 양변기 1개, 세면대 1가 시설의 전부다.

이는 여객자동차터미널 구조 및 설비기준에 관한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 규칙'에 따르면 1일 이용객 1000명 이하인 여객자동차 터미널의 경우 남자용화장실은 대변기 1, 소변기 2개, 여자용 2개를 갖추어야 하고, 장애인 화장실도 남녀 각각 1개씩 설치해야 한다.

안강 시외버스터미널 화장실 불편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사업주측이 지난해 11월 기존 대합실과 화장실을 폐쇄하고 식당으로 개조했기 때문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2015년 11월23일 종전에 있던 터미널용도 291㎡ 가운데 절반인 124㎡를 일반음식점으로 부분 용도변경 했다.
용도변경한 부분은 사업자측이 식당으로 개인에게 임대했다.

이렇게 용도변경을 하면서 종전에 남녀로 분리 돼 있던 승객용 화장실이 철거된 반면, 대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화장실은 마치 식당 부속화장실처럼 별로도 만들었다.

실제 이용도 마치 식당 부속 화장실처럼 사용됐다.
터미널 사업주측이 운영하는 편의점과 식당업주, 인근 개인택시 사무실에서 각각 화장실 열쇠를 보관하고, 평소에는 식당 출입문을 자물쇠로 잠궈 개방하지 않은 것이다. 
일반 승객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열쇠를 받아 사용해야 했다.

이는 명백하게 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법 제42조는 터미널 사업자는 △ 부당하게 터미널 시설의 사용을 제한하지 말아야 하며, △ 대합실·화장실 등 부대시설을 터미널사용자 및 터미널이용객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용도변경으로 대합실 면적도 대거 축소됐다.
식당과 승차권을 판매하는 편의점 사이의 좁은 통로가 대합실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주시는 그러나, 화장실 사용불편에 대해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용도변경으로 대합실이 축소되고, 남녀 분리형 화장실이 철거되는 등 여객자동차터미널 설비 기준을 위반한데다,관련법에서 규정한 터미널 사업자의 준수사항까지 위반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단 한번도 행정지도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경주시 탁상행정. 늑장 행정 비판

▲ 대합실 내부. 식당과 편의점 사이 통로가 대합실로 사용되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6월말 참소리 시민모임을 중심으로 화장실 이용에 따른 문제점을 호소하고 나서야 사업자측과 협의해 상시 개방하도록 조치했다.
주민들이 경주시에 대해 소극적이고 늑장행정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안강읍 주민들은 이처럼 장기간 주민불편을 외면한 경주시의 사업자 편들기, 탁상행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경주시가 용도변경을 인지 했으면서도 주민불편에 대한 보완대책을 외면한데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사업자측이 터미널 이용객 감소로  인한 수입감소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상황에서 터미널 존치를 위해 부득이 용도변경을 승인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민들이 7월26일부터 서명운동에 돌입해 8월4일까지 970명의 시민으로부터 서명을 받은데 이어 8일 기자회견을 할때까지도 경주시 교통행정과는 주민들의 핵심 요구사항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도 드러났다.  
상시 개방하도록 조치한뒤 주민들이 개방형 남녀 븐리 공중화장실 설치를 요구하면서 서명운동을 전개했지만, 이에대해서는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소리 시민모임의 한 여성회원은 “ 지난5월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강남 살인사건이 발생한 곳도 남녀 공용화장실이었다”면서 “인구 3만명에 육박하는 안강읍의 시외버스 터미널이 이처럼 위험에 노출돼 있었음에도 장기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경주시의 무관심과 무대책에 한사람의 여성으로서, 시민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고 말했다.

참소리 시민모임 정종길 회장은 “법률이 정하는 기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시설, 비위생적인 관리등 으로 터미널 이용객에게 큰 불편을 주었지만, 주민불편 해소에 앞장서야 할 경주시는 터미널이 개인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장기간 이를 외면했다”며 “이제부터라도 안강 시외버스터미널이 경주관광의 북부거점 역할을 하는 안강읍의 관문으로서 제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경주시가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소리 시민모임의 또다른 관계자는  "시외버스 터미널 이용객은 대부분 노약자나 서민들"이라면서 "터미널이 비록 개인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이용객이 많든 적든 경주에 주소를 둔 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라는 점에서 경주시의 관심과 대응이 절실하다"며 경주시의 대책수립을 촉구했다. 

▲ 안강 참소리 시민모임 정종길 회장(사진 가운데)등이 8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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