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리 주민, 환경오염 피해 고향 떠나 만든 마을 한복판에 '묘지'라니...강력반발
두류리 주민, 환경오염 피해 고향 떠나 만든 마을 한복판에 '묘지'라니...강력반발
  • 김종득 기자
  • 승인 2017.04.06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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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강에서 영천으로 향하는  도로변에서 바라본 두류1리.

▲ 마을 입구 현수막.

경주시 안강읍에서 68호 지방도를 따라 영천방면으로 가다 보면 옥산서원을 지나 하곡지를 눈앞에 두고 오른쪽 언덕에 형형색색의 주택 60호가 들어선 마을이 있다.
안강읍 두류1리다.

'환경오염 때문에 마을을 집단이주하였는데, 묘지조성으로 사람을 두 번 죽이네. 철회하라’
이 마을 입구에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에 쓴 글이다. 마을입구를 비롯해 마을 곳곳에는 최근 자연장지 조성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수십장 내걸렸다.

주민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마을 입구 정중앙 686㎡의 공터를 한 문중에서 자연장지로 조성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공사가 시작되자 이를 저지했고, 그후 마을 입구에는 천막농성장도 만들었다.
자연장지 조성지 부근에는 현수막 수십장을 내걸었다.

▲ 자연장지 조성지는 주택과 도로 하나 사이를 두고 있거나, 거의 붙어 있다.

▲ 자연장지 조성지 철제 담에 주민들의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옥산서원을 지척에 두고 있어 ‘안강읍 옥산리’이던 이곳의 주소가 ‘안강읍 두류1리’로 된 것은, 이 마을에서 맞은편으로 보이는 원래의 두류리 주민들이 2012년 집단이주하면서 새롭게 조성한 곳이기 때문이다.

두류리 주민들이 이곳으로 집단이주한 것은 지난 2012년 6월이다.

약 400년전 귀봉 권덕린(權德麟)이 흐르는 냇물을 막아 마을을 일구었으므로 천류(川流)를 막는다는 뜻으로 두류(斗流)라 불렀다는 두류리는 ‘산야에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여 화산곡(花山谷)이라도 했던 작은 산골마을이었다.

안동권씨 집성촌으로 200가구 이상 살던 원래의 두류리가, 죽음의 땅으로 변모한 것은 1976년 공업지역으로 지정된 이후다.
화학제품 제조업, 비금속광물 분쇄업, 유기화학물질 제조업, 질소화합물 제조업 등 각종 환경오염배출사업장이 속속 들어오면서 주민들은 대기오염 및 각종 환경오염에 노출됐다.

▲ 두류1리 마을 정면에 주민들의 원래 살던 고향 두류리가 보이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90년대 들어 생존권을 내걸고 본격 투쟁에 나섰다.
공해배출업소의 이전과 폐쇄를 요구하며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경위야 어떻든, 적법하게 들어선 기업을 무작정 이전 또는 폐업하라고 할 수 없었던 경주시는 2005년 두류리를 집단 이주시키기로 결정했다.

2006년부터 135억원을 들여 원래 두류리 마을에서 정면으로 마주보이는 옥산리의 산 18만5000㎡를 택지로 조성했다. 개발한 택지는 개별세대에 분양하고 주택신축공사를 벌였다.

그렇게 조성한 마을은 마치 남해군의 독일마을이나 유럽의 한적한 전원도시를 연상케 할 만큼 아름답게 쾌적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2012년 6월,  두류리 주민 59세대 200여명이 이주를 완료했다.

▲ 2012년6월25일, 새롭게 조성된 마을에서 입촌행사를 하는 모습.

그후 조용하던 이 마을에 파문이 인 것은 1977년부터 이곳 마을에  제실 영모정을 소유하고 있던 경주최씨 진사공파 문중이 지난달 21일 제실옆 686㎡ 공터를 자연장지로 조성하는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이 문중에서는 지난 2015년 10월 경주시에 자연장지 조성을 하겠다고 신고했고, 경주시는 이를 수리했다.이 과정에서 지목은 ‘답’에서 ‘묘지’로 변경했다.

지난달 21일 철제 펜스를 시작하는 공사가 시작될 무렵에야 이같은 사실을 파악한 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마을입구, 주택가 한복판에 장지를 조성하는 것은 결코 받아 들일 수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정서다.

최씨 문중에서도 곤혹스런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에 따르면 최씨문중에서는 이곳에 조선시대때의 조상 8명과 그들의 배우자 8명 등 총 16개의 표지석을 세우고, 후손들의 골분을 묻는다는 당초 계획에서 일부 후퇴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지석은 장지 옆 제실인 영모정안으로 이동하고, 후손들의 골분은 추가적으로 반입 않겠다고까지 계획을 수정했했는 것.

▲ 권용원 이장이 자연장지 조성지를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이 마을 주민들은 묘지로 지목 변경한 것을 답(논)으로 원상복구하고, 자연장지 조성계획을 백지화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두류1리 권용원 이장은 “언제든지 유골을 묻을 수 있는 자연장지가 마을 입구 한복판에 조성되는 것은 결코 받아 들일수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일치된 의견”이라면서 “자연장지 조성 가능성을 원천 차단 할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경주최씨 진사공파 최 모 회장은 “추진위에서 여러 가지 논의를 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자세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경주시도 곤혹스런 처지인 것은 마찬가지다.
자연장지가 주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허가행위’가 아니라 ‘신고업무’인데다, 문중과 주민들 사이에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절충점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경주시 북경주 행정복지센터 남미경 민원복지 과장은 “매장문화가 국토훼손 및 국민보건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위법한 분묘설치 방지를 위해서 국가시책으로 자연장지를 장려하고 있고, 경주시에서는 장사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신고를 수리했던 것”이라면서 “주민들과 문중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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